술을 먹다가 우는 사고를 쳤다.
뭐 그냥 눈물이 비쳤다, 정도가 아니라 꺼이꺼이 목을 놓아 울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히스테리컬하게
해명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나마 무슨 말을 했는지는 사실 잘 기억도 안 난다.
이런 제길.
더 나쁜 것은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애가 군대가는 환송회였기 때문에
모양새가 우스워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제길 제길.
요컨대, 요즘 나는 다소 스트레스가 명치끝까지 차 있는 상태다.
혼자 있을 땐 늘 다리를 떨고 있고, 둘이 있을 땐 사무적으로 친절하고, 셋 이상 함께 있는 자리에선 딴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주제는, 커뮤니케이션이 짜증난다는 것이다.
요즘은 솔직해질 수가 없다.
솔직해지는 순간, 그것은 다르게 왜곡된다. 사악하다.
이래서야 설명하기도 싫고, 헤아려지기도 싫다.
그냥 행동하고, 그게 다다.
그런데,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도무지 있는 그대로 놔두지를 않는다.
양동근이 울부짖었던 것처럼 나도 "자연스럽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나의 말들이 토막토막 끊어져 있다는 것, 나의 행동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모든 고까움들을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내가 충분히 친절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그들의 무딤과 하찮음과 산만함과 무식함과 평범함과 진부함과 지루함!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대굴대굴 구르면서 발버둥을 치면서 탁자를 두들겨부수면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꺼이꺼이 대성통곡을 할
만큼 분하다.
무참할 정도로 고독하다.
그 고독은 내가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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