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딸 일기를 위해 이전에 쓴 것들을 쳐서 올려 보았다. 그리고는 곧 이상한 자책을 한다. 제목이 있고
글쓴이가 있고 서로 빈 날짜를 채워주는 친구들의 일기와 전혀 고려 없이 내가 쓰겠다고 한 날짜가 아닌
어떤 날 끄적인 글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별족이 지난 일기도 올린다는 7월 말에서 8월까지의 숫자가 적힌 달력 모양의 일기판을 제시했을 때 그리고
나의 날짜에 아무 것도 쓸 수 없던 지난 시간에 대해 다소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을때 창고를 뒤지듯 나는
일기장을 뒤졌고 해당되는 날짜에 얼추 맞는 일기를 올려버렸다. 그리고 새삼 느낀다. 내 일기장은
쓰레기통이고 내 맘은 지옥이다.
적고 있는 당시엔 그냥 지나쳤지만 올려 놓고 보니 끔찍하다.
반성을 하게 만든다. 생활이 솔직 담백하지 못하여 마음의 찌꺼기가 너무 많아서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었던
스스로를 되돌아 본다. 그리고 지금은 노골적으로 연상되는 타인을 의식하며 쓴다.
내가 솔직하지 못한 이유는 내 맘이 진짜 나쁘고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거침없이 무엇인가를 드러내 보았자 그게 뭐 좋은 영향을 가질 리도 없고 심지어 일관성 조차
없기 때문에.
나쁜 놈이라서 나쁜 놈을 미리 알아내고 미리 분노하고 비난한다.
불신과 의심의 감옥. 지옥
하지만 이것은 바닥일 뿐이다. 그 위엔 볼 만한 것도 많아 라고 억지를 부리기에 오늘도 반듯하게 살고 있는
듯 보인다. 순간에 충실하여 진실에 가까이 가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하지만 내 맘은 바닥을
너무 자주 드러낸다. 그리고 이에 적응해버린 뇌는 언제나 그럴듯하고 조금은 과잉된 점잖음과 고상 취향을
내세운다. 덮어 눌러버리려고
이제 미국에 갈 달리와 같은 친구는 나에 비하면 정말 담백한 사람이다.
그 사람의 밑바닥에 무엇이 있든 간에 적어도 복잡하고 뒤틀린 심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므로.
정말 같이 있는 그 때 따뜻해지는 친구.
친구들의 선물 꾸러미 앞에서 울어 빨개진 코를 훌쩍이던 그녀는 정말 매력 있었다.
자기 감정을 언제나 재고 있는 뒷통수를 지닌 나와는
비교된다.
내게 있어
달딸 일기는 비교하는 계기다. 일기와 조금 거리 두기를 하고 친구들의 일기를 보고 있으니 비교를 하게
된다. 그런데.. 거기엔 질투도 개선의 의지도 없다. 감탄할 뿐
평정을 찾는 순간이다.
(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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