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늦게 일어나는 중생이 아닌데도
오늘 아침 새롭고
한풀 꺾인 더위에 기고만장하게 발을 내딛는다.
베이글에 테이크아웃 커피잔들고 삐까번쩍한 거리를 활보하는
외화에서나 볼 수 있는 팬시한 아침보다
국에, 찌개에 3첩 이상의 반찬을 두루 섭렵하고
5대 영양소 그득한 소리로 내지르는
다녀올께~의 아침보다
채도가 떨어진 여름 볕에
'이제 너도 끝이야 끝' 하며 중얼거리면서
아직 다 안마른 머리를 말리며 15분 언덕길을 내려가다.
국철 전철역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사고만 씨네21 읽으며
오아시스에 대한 화려한 이빨들에 동의 못하면서
내린 신이문역
지난밤 거나했던 고기냄새가 와락 피어오르는 것이
다소 불쾌해도
머리에 냄새 베일까 걱정되어도
유달리 기운나는 아침
그런 아침이다.
괜시리 러브리한 모드가 되어서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을 좋아하오'라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애꿎게 잠깬 친구하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구겨넣어주고
다시 잘자라는 인사만 남긴 나.
왜 기운이나지?
(야옹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