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이제 곧 스물 아홉살이 된다. 서른이 넘으면 정말, 거짓말을 하게 될 것 같다.
시간이 어색하게 서로 맞지 않는다. 과거에 바라던 것이 현재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데 지금 이루어지거나, 한참 전으로 다시 돌아가 살고 있는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자꾸 부끄러워진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했고, 두 번째는 코미디로서 그러하다고 하는데, 내 살아온 길이 그렇다. 스무 살 이후 인생이 가장 크게 변했고 그 전의 것들은 모두 버렸다고 믿었는데, 이제 스무 살 이전의 삶이 다시 내게로 고개를 쳐든다. 한 두 달쯤 계속된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크리스마스 때 너에게 멜로디 카드를 보내려고 했었지. 아주아주 망설이다가 보내지 못했지만. 지금, 난 다시 너의 답장을 기다려. 아무렇지도 않은 메일의 아무렇지도 않은 답장을. 아니 어쩌면 그렇지 않은 답장을. 사랑에 빠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네가 속한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봐. 견디지 못할 거 잘 알아. 아는데 그렇게 네 세계가 안정되고 따뜻해 보여서 자꾸만 그리로 가고 싶다.
매일매일 지루하고 소심하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 방안에 놓인 커다란 텔레비젼과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디오가 있는 집. 그거밖에 상상이 안 되는 데도 나 이제 미쳤나봐.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거. 그것 때문에 존엄성을 버리게 되는 거. 약하다. 내가 너무 약해.
이제 어디서 화를 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로 화가 나는 때는 누군가 내 발을 밟고 그냥 지나갔다거나 파란 신호등에서 차가 달렸다거나 하는 때뿐이다. 총장이 성희롱 교수를 두둔했다거나 학생회장 후보의 이야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무슨 교수가 비서를 때렸다거나 하는 일들이 나를 진심으로 화나게 만들지 않는다.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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