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02. 10. 30(수) 하루에도 변화무쌍한 베트남 날씨

점심에 몽골 아저씨랑 산책을 했다.
아침에는 밥먹고 주변을 쓱 돌다가 거의 길을 잃어서는 오토바이라도 타야지 하고는 오토바이 아저씨한테 길을 물었는데, 가깝다고 걸어가래서 고마워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길을 돌아 늦지 않게 강의실에 갈 수 있었다.
베트남 거리풍경-이 거리에 국한되는 거겠지만-에 대하여 묘사하자면, 우선 길이 좁고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오토바이라서 경적소리가 많이 난다. 신호등은 별로 없고, 길은 아무데서나 눈치껏 건너면 된다. 오토바이들이 많아서 차들이 빨리 달리지 못하고 오토바이들은 날렵하니까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오토바이가 80대쯤 지나가면, 자전거가 열일곱대쯤 지나가고, 자동차 중 승용차가 두 대 쯤, 버스가 한 대쯤 지나간다.
거리에 집들은 유럽풍이고 오래된 듯이 보인다. 박물관건물을 보고는 아 이게 서울이라면 마당을 만들었을 텐데, 무슨 대사관 건물의 입구를 보고는 서울에서라면 더 넓고 다른 방향에 만들었을 텐데, 따위의 생각을 했다. 베트남의 삿갓모양 모자-롱-를 쓰고 어깨를 따라 앞뒤로 긴 장대가 둥글게 휘고 그 끝으로 커다란 바구니가 매달려 있는데, 그 위에는 신선한 야채, 과일들이 그득하다. 쪼그리고 앉는 의자는 작고 사람들은 모두 날씬하다. 거리의 음식에선 익숙하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 파란 오렌지가 참 많이 쓰이는데 향이 독하고 신기한 맛이 난다.
아침에 참 예쁜 건물들을 많이 보았다. 길과 바짝 붙어 난 집의 문이 낯설다. 속이 훤히 보이는 좁은 직사각의 방에서 일상이 계속되는 것이 또 그대로 드러난다. 골목에서 느낀 것은 여기에도 자가용이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의 주인들이 있다는 거고, 그래도 여전히 가난한 사람이 많아서 가게는 일찍 닫히고, 모두 친절하고, 표정은 밝다. 이건 조금은 피상적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코스를 받는 사람들로부터 불행의 인상을 더 많이 받는다. 그게 좋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비싸서 쓸 수 없는 거라고, 한국의 수준은 높겠지만 베트남의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다.
외국에 나가면 지켜야 하는 필수매너인 양 말하는 아침 침대위의 1달러라는 건 여기서는 그저 낯선 어떤 것이다. 내내 가져가지 않아서 거진 포기한 그건 '감사합니다'의 베트남어 메모지로 해결되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나의 일행과 의견이 달랐는데, 나의 일행은 그것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축이고, 나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굳이 익숙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자신의 친절 혹은 직업이 오해받는 것을 즐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친절의 답이 돈으로 돌아올 때 나는 화가 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일인데도 돈으로 답례하려는 사람을 보면 난 이상한 눈으로 볼 것이다.
그런데도 메모와 함께 남긴 것은 가슴에 손을 얹고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냐'에 '아니야'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언제나 가난뱅이 마인드다. 그래서, 부담스럽고 갑자기 내가 부자티 내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다. 코스에 참석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코리아,를 부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에 깜짝 놀라고,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하루저녁 세 군데 술집을 돌면서도 깜짝 놀라고, 난 가난한 사람인 게 백번 편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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