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네가 싫다'거나 '너를 미워한다'거나
하는 말들을 못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게 얼마되지 않았다.
최근에 내 껍질 속으로 단단히 숨어들고 있었는데,
문제는 내 껍질이라는 것이 지난 몇년간 바로 나에 의해
허물어지고 약해지고 어느 정도 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속이 뻔히 보이는 년인 것이다.
자신으로서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괴로운 자아찾기 여행을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하고 있다손쳐도
그것이, 아주 민망하게도 다 들여다 보이기 때문에
정말로 "쪽팔리는 짓"을 하고 있는 걸 사람들에게 들키는 일이 되는 거다.
정말로 쪽팔린다.
일기를 쓰고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일은 더더욱 쪽팔리는 짓이지만,
다들 속이 들여다 보이는 내가 엄청나게 뻔뻔한 년이라고 생각해주니까
상관없다고 판단하기로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꿈을 꿨는데,
옷을 다 벗고 이불을 덮은 채, 어딘가에 누워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일어나기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사람이 들어왔고, 다음엔 두사람이 들어왔고 그 다음엔 세사람이 들어왔다.
처음 한 사람이 들어왔을 때, 예전의 나라면 하지 못 하고 두려움에 떨었을 그 말을 했다.
"죄송하지만 여긴 제 방이에요, 나가주세요."
옷을 벗은 관계로 -_-; 일어나서 멋지게 말하진 못 했지만
그런 말을 꿈에서 할 수 있었다는 게 기뻤다.
꿈에서의 나는 좀 더 바보기 때문이다.
꿈에서 깨어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뭔가 말하기 힘든 부탁을 무서워하지 않고 드디어 할 수 있었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했지만(어디가 자랑스럽단 말이냐, 바보 -_-;;),
명확한 거절/거부의 의사 표현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다. 아 정말 바보스럽다.
내일모레면 정말로 서른이 되는 여자가 아직도 소녀행세를 하고 있는 거잖아.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은 거 사실 잘 안다,
어제만해도 동료 하나가 어제 시비조의 부탁을 하길래
열라 표독스럽게 굴면서, 다시는 그런 말 못 나오게 했으니까.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어떤 게 싫다, 라는 말
실은 다른 애들이 비해서 하긴 하는 편이라는 거 안다.
그러니까, (너) 싫다/ (너) 밉다/ (너) 나쁘다 하는 말은 어떤 종류의 사람에게만 특히 못 하는 말인거다.
그리고 그게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안다... 그 사람들은 내가 미워하고, 같이 있기 싫은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나를 미워할까봐, 내가 그들에게 나쁜 사람일까봐... 두려운 사람들.
리건이 생각나고,
앞에서 말을 잘 못 하는 그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도 나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거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해야 한다, 이것저것 그때 생각나는대로 말해봤자 소용없는 변명이라는 거 안다, 지금 내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신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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