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일기


이번 호 주제는 '일기'가 아닌데, 난다의 글을 보니 일기 얘기가 하고 싶다.

난 일기를 아침에 쓴다. 시작은 '어제는'이다.
일기라고 생각하면서 쓰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걸, '모닝페이지'라고 부른다.

오랜만에 언니가 자취하는 집에 갔더니, 나처럼 발담은 곳과 상상하는 곳이 다른 달리는 것을 즐기는 '언니'가 있었다. 어렸을 때 동생들이 모두 언니 편을 들어, 제 분에 못이겨 울던 나도 없고, 말 안듣는 동생과 '언니가 그러면 안 되지'때문에 씩씩대며 방문을 쾅닫던 언니도 없다. 실험실에 앉아서는 '영화평을 쓰면 어떨까'궁리하고, 상황이 답답하면 대책없이 집을 나서 산길을 오르는, 나를 닮은 사람이 거기 있었다.

하루 세 쪽의 '모닝페이지'가 당신의 창의력을 증진시킬 거라는 조언이 들어있는 책이 언니의 책장에 있었다. 그런 류의 실용서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누가 '그 책은 왜 보고 있어?'라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부끄러워서 몰래 '그럼 뭘 해야해?' 살펴보다가 다시 꽂아두고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반드시 실행하리라' 결심하고 요리조리 시간을 내서 요즘에는 안정적으로 아침마다 쓰고 있다.
'무얼 쓸까'로도, 점점 글자를 키워서도 그 세페이지를 채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쓰고 있지만, 점점 그 이상이다.

아침의 그 삼십분이 어찌나 소중한지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다.
같이 있는 게 좋아서,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아침에 혼자 깨어 간단한 체조를 하고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으면 너무너무 좋아서, 가끔 눈도 잘 못 뜨고 깨어서는 손을 잡아 당기면 버럭 짜증이 난다.

아침은 나만의 시간이다. 창문을 열어 아침의 공기를 불러들이고, 가만히 정좌해서는 그 숨을 내 안에 불러들인 다음 물을 한 잔 마시고 책상에 앉아 하고 싶던 말들을 일기에 쓴다. 거긴 나만 있다. 행복하고 고요하다.


(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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