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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주제는 '일기'가 아닌데, 난다의 글을 보니 일기 얘기가 하고 싶다.
난 일기를 아침에 쓴다. 시작은 '어제는'이다. 오랜만에 언니가 자취하는 집에 갔더니, 나처럼 발담은 곳과 상상하는 곳이 다른 달리는 것을 즐기는 '언니'가 있었다. 어렸을 때 동생들이 모두 언니 편을 들어, 제 분에 못이겨 울던 나도 없고, 말 안듣는 동생과 '언니가 그러면 안 되지'때문에 씩씩대며 방문을 쾅닫던 언니도 없다. 실험실에 앉아서는 '영화평을 쓰면 어떨까'궁리하고, 상황이 답답하면 대책없이 집을 나서 산길을 오르는, 나를 닮은 사람이 거기 있었다.
하루 세 쪽의 '모닝페이지'가 당신의 창의력을 증진시킬 거라는 조언이 들어있는 책이 언니의 책장에
있었다. 그런 류의 실용서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누가 '그 책은 왜 보고 있어?'라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부끄러워서 몰래 '그럼 뭘 해야해?' 살펴보다가 다시
꽂아두고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반드시 실행하리라' 결심하고 요리조리 시간을 내서 요즘에는
안정적으로 아침마다 쓰고 있다.
아침의 그 삼십분이 어찌나 소중한지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다. 아침은 나만의 시간이다. 창문을 열어 아침의 공기를 불러들이고, 가만히 정좌해서는 그 숨을 내 안에 불러들인 다음 물을 한 잔 마시고 책상에 앉아 하고 싶던 말들을 일기에 쓴다. 거긴 나만 있다. 행복하고 고요하다.
(별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