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를 만나다.(가상인터뷰)     
야옹이

1# 그녀를 만나다

저녁의 다소 붐비는 버스 안. 라디오 DJ의 쇳소리 나는 호들갑이 거슬리고, 앞에 앉아있는 고등학교생들 대화 속 험상궂은 접두사에 다소 긴장하고, 옆에 서있는 아저씨와 부닥치지 않도록 공습경보를 발동하고 있는 버스 안.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지줄대는. 휘돌아. 해설피 금빛. 엷은 졸음에 겨운. 함추름 휘적시든.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누이.
그 뒤에서,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게다가 사철 발벗기운 그녀를 처음 만나다.'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2# 그녀를 두번째 만나다
옥천행 고속버스를 타기 전에 영양 크림을 하나 샀다. 농활 여농반에 참가했을 때, 그 동네 나이드신 언니 한 분이 자식에게 '구리무 선물 받았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떠올라서이다. 요즘 긴축재정에 돌입한 야옹이긴 하지만, 참하 잊혀지지 않은 그녀를 만나는 것인데 이쯤이야. 물건값 지불하는 폼이 제법 호탕하다.

정지용의 생가라는 곳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10월 중순이라 마지막 포도 출하에 정신이 없다고. 저 앞 포도밭에 가보라고 한다. 저 멀리 아담한 몸을 구부려 그보다 아담한 포도의 키 높이에 맞추어 숙련된 마스터의 손으로 포도를 따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제가 야옹입니다." 예의바른 야옹은 인사와 동시에 어느 틈엔가 옆에 서서 포도를 따려 팔을 뻗는다. "그렇게 하면 알이 떨어져요."
(이쯤에서 야옹의 섣부른 도운답시고의 하얀 손이 슬그머니 거둬진다.)
"저리로 갑시다요."

(그녀가 다소 투박하게 가르킨 곳은 커다란 나무 아래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와 오이가 소복하게 쌓여있다. 만나 뵙고 싶었다는 야옹의 열렬한 인사에 남편도 아닌 자신을 왜 만나고 싶었냐면서도 가무잡잡한 그녀의 얼굴은 빨개지고. 오고가는 놋쇠 막걸리 한 사발에 그녀가 말을 연다.)

"죄송한데요. 제가 성함을 몰라서요."

"이름은 무슨 이름.. 그냥 구관엄마라고 불러주오. 이 동네에서는 다덜 구관엄마, 선상님댁이라 불러"

"에이 그래도 가르쳐 주세요. 구관어머님, 선상님댁은 제가 부를 호칭이 아닌거 같아요."
(여농반 활동의 시작은 서로 이름 부르기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은진 송씨. 이름은 재숙이야.. 송재숙."

"와~ 당시 이름치고는 되게 세련되었다. 왜 그 당시에는 일본의 영향으로 '~子' 들어가는 이름이 많았잖아요."

"그으럼. 이래봬도 조선 좌의정을 지내던 송시열도 우리 조상이라우. 계집애라고 해도 이름에 공을 들이셨지 우리 부모님들이"

"아까부터 어떻게 부를까 고민했었는데, 어떨까요? 제가 재숙언니 이렇게 불러도 될까요? 송재숙씨라고 부르면 너무 딱딱하쟎아요."

"에구 민망해라. 하두 오랜만에 그렇게 불리우네. 그냥 어리게 보이는데 그냥 아줌마라고 불러"

"저만 젊어 보이지 않아요. 재숙 언니도 젊어 보여요. 언니라고 불러도 아무렇지 않은. 그런 생김새인걸요."

(실제로 그녀는. 손님 온다고 흰 수건으로 머리 곱게 두르고 자꾸만 윗도리 매무새를 만지는 그녀는 피부와 대조적으로 하얀 이 때문인지 젊어 보인다. 처음에는 언니란 말만 나오면 어설프게 웃던 그녀도 점점 적응해 간다.)

"언니를 알게 된 후 제일 궁금한 게 있었어요. 남편 분은 잘생기셨나요?"
(비단 나만의 궁금증이었을까? 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점이 궁금했다.)

"별난 걸 궁금해하신다. 아이참."

"남들 눈에 그리 잘나 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뭐 우리 때도 머리가 큰 친구들은 죄 몰려다니면서 동네 총각들의 인물에 대해 수근거리긴 했더랬어. 나야 워낙 어렸을 때 결혼한 것이라서. 부끄럽고 결혼이 무슨 일인가 황망하기 그지없어 제대로 쳐다볼 수가 있어야지. 다 커서 느낀건데 그리 좋은 인물은 아닌 거 같아. 자 보자. 나보다야 크지만 5척 약간 넘은 정도(대략 160cm)고, 워낙 책을 많이 읽는 양반이라 안경이 여간 두터운 게 아냐."

"안경이 두꺼웠으면 좀 그랬겠다. 요즘처럼 맵시 좋은 안경이라면 몰라두요."

"그러게. 안경이 얼굴의 반이야"

"아참 그 양반 앞니가 못났지, 워낙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땐 버드러진 앞니가 눈에 더 두드러져서시리.. 뭐 그래도 인물이 중요하겠어? 야옹씨도 인물 따지지 말고 남자를 골라요."
(이제부터 야옹은 재숙 언니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

"언니 근데 도대체 언제 결혼하신 건데 빠르다고 그러세요?"

"내 나이 12살 때였죠. 완전 어린아였지뭐."

"세상에. 세상에 그렇게 어렸을 때요?"

"정말 뭣도 모를 때였지. 아시는 분이 자기 아는 집 아들이 총명하기 이를 데 없다구. 얼른 결혼시키라고 울 아버지에게 권고하셔서. 그렇게 된거지"

"그렇게 일찍 결혼하셔서 힘든 것은 없었어요?"

"뭐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고, 동네 또래 계집애들이 보통학교에 다닌다고 책보 메고 가는 것 보면 부럽고 그랬지. 게다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홍수가 대단했거든. 그래서 우리 친정 집에 기대었어야했어. 지금 저기 보이는 포도밭 있지? 그것도 친정 아저씨거야. 송지헌 아저씨라고 제법 살았거든. 이 분의 선처로 땅을 대주시어서 시아버님께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지"

"그러면 언니 시아버님이 친정집 일을 보신 거에요?"

"어차피 누구든 일손은 필요한 것이니. 내 사정이 안되보이셨는지 아저씨가 손 써주신거지. 그 아저씨가 어렸을때부터 나를 귀이 여기셨다우."

"좀 불편하셨겠다."

"그렇지.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구 하지만 어린 며느리 눈치 보이시지 그랬다 싶어"

"어린 나이에, 그것도 농사짓는 집안에 와서 살림하시기 힘들었겠다 싶어요. 왜 시골 살림이 더 많잖아요. 사실 제가 일하는(-.-) 달나라 딸세포 이번 특집이 '살림'이래서, 언니를 인터뷰한 것이에요."

"아이참. 바깥양반이 어느 글에서인가 날 촌부로 묘사했나보네. 뭐 하긴 하얀 그이의 손에 비하면 밭에서 일하고 집안 살림하고 도대체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는 내 손은 너무 거멓고, 거칠지?"

"아니에요. 저는 손톱에 일한 흔적이 새겨진-때가 낀 그런 일하는 손이 좋은 걸요?"

[ 옴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프란스에 가쟈./../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늙이는 불빛/카페·프란스에 가쟈./『꾿 이브닝!』/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히여서 슬프구나!/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닷는 내뺌이 슬프구나!/오오, 이국종강아지야 내발을 빨어다오. 내발을 빨어다오. (카페·프란스 중) ]

"처녀가 별 소리를 다하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더 이상 손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 언니의 심기가 편해진 것 같아, 야옹은 기분 좋아졌다.)

"도시에서 살면 이런 고향 촌에 향수가 들기도 하겠지만, 여서 사는 것 만만치 않아. 어지간한 생활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초가지붕은 계속 수선해야 하고, 비라도 퍼부을라치면 담이 기울기도 하고 그래서 비 내린 다음날 바로 복구해야해. 그리고 밭 일이라는게 늘 구부리고 하는 일이라서 늘 허리가 아파. 야옹씨처럼 젊은 처자는 비위 상한다구 일도 제대로 못할걸. 두엄 냄새 때문에"

"앗 저 그 정도는 아닌데.. "

"남편 분은 유학하셨지요?"

"보자. 그이가 14살 때 벌써 서울로 갔고, 이제 학문을 마쳤겠다 싶더니, 20살 넘자마자 일본으로 갑디다. "

[수물 한 살 적 첫 항로에 연애보담 담배를 먼저 배웠다. (다시 해협 中)]

"그 당시에는 배로 갔을 테니까. 남편을 자주 보기 힘들었겠어요."

"뭐 지금 와서 할 말은 아니지만, 시댁에서 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자누. 남편이 집에 없으니까 더 크게 느껴져서. 그 양반이야 이국정조(異國情調)가 몸에 밴 분이라서 고향에 오기도 싫었겠지만 서두 말이야. 너무나 가끔씩 들려서시리.. 그리구 어린 사람한테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 초야 너무 어려서 몰랐는데, 20살 즈음이 되니까 정이 붙는 거야. 가끔씩 오는데도 말야."
(언니는 괜시리 손가락으로 흙바닥에서 돌을 골라낸다. 그녀의 볼이 또 발개진다.)

"남편이 다정한 분이셨나봐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예전에 처자식에게 다정시리 하는 남자가 어디 있었나?"

[ 일식이 개이고 난 밤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샹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어 별에서 별까지 해도(海圖)없이 항해하다. ('별' 中) ]

"그래도 시부모님, 특히 어머님께는 친절한 양반이었지. 유학길에서 잠시 들릴 때마다 나가서 얻어 온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곤 했거든. 그럴 때면 나도 괜시리 바깥세상일에다 여행담에다 그런 것에 흥분하곤 했었지."

[기름불은 깜박이며 듣고,/어머니는 눈에 눈물을 고이신 대로 듣고/니치대든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웃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옛이야기 구절 中)]

"그렇게 오랫동안 나가있으면 걱정되지 않아요? 연애라도 하면 어떻하나 하고요."

"동네 사람들과 똑같은 말을 한다. 동네 사람 중에서 글 깨나 배운 젊은 처자가 그렇게 말합디다. 요즘에는 유학 가서 똑똑한 여자들과 연애하는 것이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유행이라구. 하긴 뭐 많이 배운 사람들은 고향에 두고 온 못 배운 마누라쟁이가 답답해서 그러겠지싶어. 하지만 우리 집 양반 주제에 그랬겠나 싶어. 그 양반 그쪽으로는 영 아냐. 책이랑 연애질하면 몰라도 말이지.(웃음) 사람을 잘 사귀기는 하지만 영 수줍어해요."

[ 느으릿 느으릿 한눈 파는 겨를에/사랑이 수히 알어질가도 싶구나./ 어린아이야, 달려가쟈./두뺨에 피여오른 어여쁜 불이 일즉 꺼저버리면 어찌 하쟈니?/줄 다름질 처 가쟈./바람은 휘잉.휘잉./만틀 자락에 몸이 떠오를 듯./눈보라는 풀.풀./붕어새끼 꾀여내는 모이 같다./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새빩안 기관차 처럼 달려 가쟈!(새빩안 기관차 中) ]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이런 질문해서요."

"나쁠 게 뭐 있담. 그래도 야옹씨는 훨씬 양반이우. 그저 궁금해하는 거니까 말이우. 아까 그 처녀는 그 무슨 책인가 조선...조선.. 그래 '조선지광'이랑 '시문학'이랑 이 두 권을 가지고 와서는. 우리 남편이 지은 시를 들이 미는거야. 남편이 쓴 '뻣나무 열매'란 시였는데 참 그 양반이 시골을 좋아해서 말이지. 그런 글을 많이 쓴다우. 한 개의 제목 아래는 그 꼬부랑 글씨로 '투 시스터주 피(To sister P-)'라나 하여간 그게 써있다며. 그게 피라는 여동생에게 바치는 것이라는 뜻이라면서 흥분하더군. 또 다른 책에는 뭐라더라 '어떤 순종(脣腫- 입술에 난 종기) 앓는 이에게 전별(餞別)하기 위한'이라는 말이 괄호쳐져 있다구 똑같은 사람이라고 난리를 치더라구. 요컨대 손아래 누이 뻘의 어떤 여인과 이별하면서 그 여인의 건강을 염려하는 내용이라나? 내참. 그 때는 정말 기분이 나빴어. 나야 까막눈이니까 그녀 말을 믿을 수밖에 없쟎아."

"에이 정말 연애는 아무나 하나. 그 모야. 그 처녀가 늘상 주문처럼 중얼거리던 로만틱. 그래 사람이 로만틱해야 연애도 걸고 그러는 거지. 내가 이렇게 깡촌에 있어도 그 정도는 안다구."

[ 어린 나그내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나는 갈메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쾌활한 오월(五月)넥타이가 내처 난체없는 순충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팈을 찾어 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ㄹ간 소리……(오월 소식 中)]

"뭐 사실 여부를 떠나서 누군가가 그런 말 해주는 거 자체가 싫어요. 그 말해주면서 즐기는 것 같기도 하구. 게다가 확인할 길도 없었음 맘 고생이 심했겠어요"

"그저 자식보고 참은 거지. 근데 그 자식마저 죽으니까. 미치겠더라구."

"슬프셨겠어요. 저도 남편 분 시를 통해서 재숙 언니 아이 하나가 잃었다는거 알고 있었어요"

"한 명이 아니야. 두 명이나 죽었어. "

"세상에나"

"응 야옹씨. 그 유리창인가 하는 시를 읽었구나. 그건 나도 알아. 우리 둘째 애야. 남자아이었는데. 그 애가 죽고 나서 남편이 꼼짝 않고 쓰더니. 그 시를 읽어 주더라구... 그런 일은 처음이었어. 저이도 슬픔이 깊구나 했지. 그 애 말고도 하나가 더 죽었어. 내가 아이를 계속 이어 낳았거든. 한 1년 반만에 하나씩.. 그렇게 4명이나 있었는데 여자아이도 있었다우. 아주 다복했지. 그 애가 먼저 죽었어.. 열로 보채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우.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구. 그 양반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계속 뭐라 뭐라 중얼거리기만 하더라고. 애를 안고 말이지. 보기가 그랬어. 나는 그저 얼음 수건을 갈아주기만 했지."

[ 「비극」의 힌얼골을 뵈인적이 있느냐?/ 그손님의 얼골은 실로 미(美)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한 심방(尋訪)에 사람들은 부질업이 당황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최가 얼마나 향그럽기에 오랜 후일에야 평화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줄을 알았다... 나는 맞이할 예비가 있다. 일즉이 나의 딸하나와 아들하나를 드린일이있기에 혹은 이밤에 그가 예의를 가추지 않고 오량이면 문밖에서 가벼히 사양하겠다! (비극(悲劇) 中)]

"정말 힘드셨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나도 나지만. 그 다음부터 그 양반은 뾰족집에 드나들기 시작했죠. 힘든갑다 싶었죠."

"뾰족집요?"

"왜 구리스도인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곳 말이우. 우리 동네에도 하나 있는데"

"아 성당이요? -.-"

"그 사람 열심이었다우. 모오닝코오트에 예장(禮裝)을 가추고서니. 뾰족집에 갔죠. 그럴 때는 평소와 너무 다르다고 언젠가 집으로 오신 바깥양반 동료가 농을 하더이다. 술에 취하면 망나니요, 술이 깨면 뾰족집이구나 하구.. 그 양반이 원채 친구를 한번 사귀면 정을 있는 대로 다 주고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좋아해서 말이지. 오죽했으면 이화여자전문학교 학상들은 그를 '정종'이라 별명 지어 부른답디다. 에쿠 이런 이 양반 험담을 한 것인가?"

"에이 욕이라뇨. 그저 남편되시는 분 성격이 기분파라는 것인데요. 뭐. 근데 아까 재숙 언니의 설명으로는 집에서는 무뚝뚝하다면서요."

"옛날 남자들이 다 그러지 뭐. 나도 옛날 여자라서 왠만하면 참는데. 한 번은 내 단단히 삐쳤지."

"무슨 일 있었어요?"

"응. 학생들 데리고 명동으로 가서 비싼 브라질 코피를 사줬다고 하는거야. 나 원. 나랑 다니면 챙피한지 외출 한 번 안시켜주고서 말이야. 옆집 아줌마 말이 코피를 많이 먹으면 얼굴이 까매진다고 하지만 말야. 난 한 번도 안 먹어 보았다구. 나도 근사한 컵에다가 코피 먹고 싶다구."

"너무했다."

"그러게 야옹씨 남자 고를 때에는 외모보다도 다정하고 말이 통하는가를 잘 보라구. 알겠지? "

"(왠지 부끄러워진 야옹은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려한다.) 예. 반드시 명심할께요. 어. 주전자가 비어졌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이제 가봐야 겠네요. 버스시간도 있고."

"어.. 벌써? 자고 가지 그래."

"고맙습니다만. 표를 이미 끊어서요. 그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요. 살펴서 가요. 야옹씨. 언니라고 불러줘서 고마웠어."

(언니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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