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토리알 (- 오렌지 마멀레이드, track 5. in Wonderland)


야옹이

‘유능함’을 가르쳐주는 책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사례다.

시작은 이렇다. 신발회사 직원 두 사람이 아프리카로 파견되었다.
그 둘은 서로 정 반대의 시장조사를 한다. 한 명의 무능한 사람은 이렇게 적었다. “모두들 맨발로 자연에 적응하고 있음. 신발회사는 전혀 가망이 없음.” 다른 한 명의 기발한 사람은 이렇게 적었다. “모두 신발이 없음. 신발시장이 무한함.”

처음에는 보들보들 거렸겠으나, 거친 바닥과 돌과 나무에 십 수년 부벼대면서, 볼록한 부분부터 서서히 굳어갔을 발바닥이, 우레탄이나 고무 발바닥보다 모자랄 이유는 없 다. 하지만 우레탄과 고무바닥을 딛어야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 눈에, 맨발의 아프리 카인은 결핍된 그저 야만이다.
만약 이 보고서에 불만을 품은 한 사람의 아프리카인이, 자신의 단단하고 어쩜 아프리 카 대륙의 미세한 지형의 기복이 새겨 있을 발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하자.
그의 폼은 자긍심보다는 궁색함과 엮일 공산이 크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토속인의 이 런 주장엔 관심이 없다.

내 나이는 신발 하나 외면한 결과 문명의 주변으로 몰린 아프리카인들과 지겹게도 닮 아간다.

사회는 내 나이를 그 사회적 시간에 걸맞게 코디네이션하고 싶어한다. 코.리.안.패.키 .지.
아니 오히려 내 또래의 많은 여자 애들은 자발적으로 이 요구들을 챙긴다. 나와 달리 주변에는 유능한 친구들로 넘쳐난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쉽사리 무능하거나 결핍된 사람이다.

그저 사회의 요구가 내게 필요가 되지 않았을 뿐인데..

그래서.
일방적으로 부족한 사람으로 매도되어서 신발강매를 당하기 전에, 우리.
옆에 있는 여자친구들의 손을 잡고 겅중겅중 맨발로 호밀밭을 뛰어다니기로 했다. 상쾌한 바람이 발가락 사이에 휘감기면 바위에 앉아서 꼼지락거리고, 보드러운 진흙 묻은 발을 햇볕에 말려 서로 털어 주기도 하면서. 휘파람을 불면서 여유로울 것이다.

함께 하면 하면 만사형통.

[ 링크 모음  |  목 차  |  게시판   |  웹마스터   |  과월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