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ter의 꿈
-8월 초의 꿈



Freeter의 꿈 - 8월 초의 꿈

시바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에 가 있다. 아마도 교복을 입고 있다. 나는 학교옥상에서 일종의 땡땡이를 치며 도시락을 까먹고 있다. 그런데 저만치 서있던 어떤 여자아이가, 내가 밥을 먹는 사이 아래로 몸을 던진다. 아이는 종이인형처럼 하늘하늘, 천천히 떨어져내린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이, 나는 저 아이가 자살을 하였다-그러므로 저 아이는 이미 죽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밥을 먹다가 사람의 목숨을 놓쳤다, 는 생각에 그만 너무나 당황스럽고 후회가 되어, 학교 안의 어른(선생님)들게 이 소식을 알리고 무언가 방법을 강구하고자 하나, 어쩐 일인지 그들은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학교 안을 부산하게 동분서주한다.

이 당시 나의 상황을 잠시 들여다보면, 대학원에 가겠다는 년초의 결심에 점점 의심이 생기면서, 한창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때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이렇게 시간제로 일할 바에는 그냥 콱 취직을 해서 돈을 벌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뭐 이런 잡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취직을 하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두렵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학교는 점점 나의 생활과 멀어져, 새삼스럽게 대학원 준비를 한답시고 책가방을 둘러메고 이미 졸업한 학교를 찾아가기가 궁상스럽고 신산하게만 느껴져, 이러다가 대학원도 물건너가겠구나 하는 예감을, 마치 남의 일인듯 방관만 하고 있었다.

그러니, 학교에 가서 교복을 입고 있되-아직도 학교언저리를 멤돌고 있는, 본격적으로 취직을 해서 사회에 뛰어들지 못하고-땡땡이를 치며-대학원 시험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학교옥상에서 밥-아르바이트, 돈, 현실, 결핍감-을 먹고 있는 것이다. 옥상은 한 4층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았고 역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재갈재갈 떠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녀석들도 점심시간인가 아니면 쉬는 시간인가. 높은 곳에 올라가 조망을 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는데, 그렇다면 나는 뭔가 내인생의 다음 스텝을 내다보고 싶지만, 보이는 건 별로 시원치가 않다. 먼지나는 운동장에서 떠드는 아이들, 그것이 대학원에 대한 나의 회의적인 시각일 수도 있고, 혹은 나를 비롯한 친구들의 삶에서 느끼고 있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

이쯤되면 옆에서 추락한 인형같은 소녀가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간다. 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의 다른 부분들이 형상화된 것이라고 할 때, 죽은 것은 나다. 세상물정 모르고 이슬만 먹고 사는 순수한 나,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나.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나는 그걸 말리지 못했는데, 기실 속으로는 말리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저렇게 약해빠져선 험한 세상을 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꿈속에서는 소녀가 스스로 몸을 던졌지만, 그 꿈을 만들어낸 것도 나일테니, 나는 은연중 그 소녀가 표상하는 나의 모습을 죽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막상 그 소녀가 떨어져버리자 밥을 먹고 있던 나는 크게 놀라고 후회하면서, "밥을 먹느라 사람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고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겠다고 공부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나는 나도 모르게 윤리적 갈등을 하고 있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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