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감정'
- 완두



'생생한 감정'

-완두

제 꿈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첫번째 꿈]은 '엄마의 부재에 대한 공포'입니다.
꺼림직해서 잊어버리고 싶었으나 결국엔 계속 떠올라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왠지 떨쳐버릴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제가 마구 슬프게 우는 꿈이었습니다.
이상한 건 그 때 제가 엄마가 돌아가신 게 너무나도 슬펐었는데, (그 감정은 생생한 슬픔이었습니다. 꿈에서 가끔 울게되고 그러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엄마지? 차라리 아빠였으면 하는 소망이 갑자기 강렬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간절했었던 것 같아요. 옆에서 엄마의 죽음을 지키고 있었던 아빠가 갑자기 너무나 미워졌습니다.

그러면서도 꿈에서도 그런 생각을 그 상황에서 한다는 것에 죄의식이 느껴져서 생각을 멈추었습니다.



: 꿈을 깨고나서 이런 꿈을 왜 꾸었는지 바로 알아 버렸습니다.
그꿈은 그 전날 있었던 일을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엄마와 아빠는 저녁에 대형 수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왔습니다. 많은 음식들을 사왔습니다.
엄마는 그 많은 식료품들을 정리하고 냉장고에 넣고, 씻기도 하고, 등등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녁이라 부엌을 정리하는 일까지,,,
그런데 아빠는 들어오자마자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엄마는 건강때문에 힘들어 하시고 계셨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없이 잠깐 부엌에 갔다가 엄마가 보기에도 힘들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엄마를 조금 도와드렸습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려는 차에 아빠를 원망스럽게 너무 밉다는 듯이 노려보는 엄마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엄마의 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미워졌어요.
아빠는 이제 일을 하지 않고 집에 있으므로 엄마를 도와 줄수 있는 상황인데도 설겆이 한 번 안하고 매끼에 간식거리까지 엄마가 챙겨주는 음식을 먹으며 가사일을 충분히 분담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엄마의 건강이 안좋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구요.

꿈에서 저의 격렬한 슬픔은 아빠를 원망하면서도 실제로 엄마를 돕지 않고 매일 엄마의 가사 노동에 빌붙어 살아가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사실 이꿈은 엄마의 부재에 대한 공포의 꿈입니다. 제목에서 말한대로, 엄마의 병은 곧 저에게 엄마의 부재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저 자신을 향항 엄마의 끝없는 보살핌에 약간은 지겨워 하며
'나도 이제는 성인이다'라고 평소에 큰소리 쳐왔던 저는 엄마가 아프자 마자 덜컥 겁이 나버렸던 것입니다. 부끄럽게도 말이죠.
실은 엄마에게 의지하고 있는 반쪽짜리 성인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꿈이었습니다. 아, 정말 부끄러워요.



[두번째 꿈]은 '연애가 남기고간 감정'입니다.
친구 A가 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소설에서 아주 어둑한 밤 자신 속에 꼭꼭 감춰두었던 비밀을 말하듯이 아주 은밀히 말이죠. 그 상대도 제가 아는 사람(B)이었습니다.
어쨌든 평소에 쿨한 성격에 때때로 약간은 무뚝뚝해 보였던 A가 B에 대한 호감으로 그에거 무척 공을 들였었다고 했습니다. 음, 간도 쓸개도 다 빼줄정도로 잘해 주었었다는 얘기였죠.
얘기를 듣고 평소의 A에 비추어 매우 놀라워 했습니다.



: 처음에 이 꿈은 A가 전에 B를 좋아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꾸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들었는지는 결국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며칠전 또다른 저의 친구인 C가 저와 친구들에게 '연애가 끝나고 나서 생각나는게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왠지 생각이 나는군요.
그때 A의 대답이 계속 뇌리에 남아있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어떤 대답이었는지도,
하여간 그래서 A 에 대한 꿈을 꾼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또 하나의 꿈에서는 예전 남자친구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저는 지난 연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분석해 보건데 연애할 때 저의 심리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연애 도중, 그리고 끝이 난후 스스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왜그랬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라고 표현하고 화내고 싶을땐 화내고 그래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그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친구 C가 물었을 때는 전혀 다른 대답을 했었던 것 같은데, 연애가 끝난후 정말 걸렸던 것은 그 부분이었나 봅니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
그래서 A에 대입해서 꿈을 꾸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역시나 꿈에서 A는 또다른 저이기도 했었던 겁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미 실천하고 있는 저와 놀라워하는 저의 1인 2역극이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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