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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딸기


웹진 달나라딸세포에 관한 달딸 사람들의 어처구니 없는 오해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달딸은 섹시하다.

조금 겸손한 표현으로 섹슈얼 내용이 많다, 혹은 과감하다, 선정적이다. 심지어, 소프트 포르노적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은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게시판을 뒤지고 옛날 글들을 읽어보다가, 이 오해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상상력의 산물이었는 지를 알게 되었다. 도대체 이렇게 오해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독자와의 만남 - 우문과 오해
게시판 조사 결과, 독자들에게 사랑 받았다는 것을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글들은 섹슈얼리티를 다루거나 변죽이라도 울린 글들이었다. 섹슈얼하지 않고 심지어 계몽적이지만 섹스와 관계된 가이드라 여겨지는 [호호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 코너가 인기가 있었던 것을 보라.(믿기지 않으면 옛날 게시판을 검색해 보라) 그러나 다른 글에 대한 태도는 냉담했다. 특히, 여성 노동에 관한 글인 경우에는 대단한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지리한 게시판 싸움만을 가져왔고 지지하는 글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었다. 번역 코너의 경우, 게시판에서는 그야말로 무관심 자체였는데, 글이 길어서 읽기 싫다는 메일까지 받아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섹슈얼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이미 그렇다고 믿어버린 걸까?

또, 우리(달딸 편집회의)에겐 대학에서 여성 운동을 하고 있는 달딸 독자들을 만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우리들은 독자들을 만나기만 하면 달딸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대개 우리의 질문은 이런 식이다.
"어떤 글이 제일 좋았어요? 혹시 도움이 된 글이 있어요?"
(사실, 이렇게 비굴한 질문이 피드백을 원하는 질문이었음을 알아챈 독자는 얼마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독자들은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어떤 글이 좋다고 이야기 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운동에서 얼마나 쓸모 있는 글들이 무엇인지를 밝혀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우리(나)의 질문이 그것을 묻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녀와 그들은 대충 이런 대답을 한다.
" 애들이 [호호 아줌마]를 좋아해요…. 새터 자료집에 넣었더니 다른 글은 하나도 안 읽어도 [호호 아줌마]는 다 읽더라구요"
"[호호 아줌마]는 누구에요? 너무 궁금해요"

또 다른 독자들… 사회 운동 단체에 있는 언니들… 우리를 만나면 묻는다.
"야, 이번 달딸 미팅한 애.. 걔 진짜 깨더라, 너무 귀엽던데…"
" 호호, 귀엽지, 귀엽지?"( 우리들이 신나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남자들…
"[호호 아줌마]는 왜 자주 글을 안 올리는 거야? 그런데, 피임이 그런 거였어? 되게 신기하더라고… 여태 헛살았다 싶다니깐."
"그런데, 원래 여자들은 그런 걸 다 알고 있어? 요즘 여자애들은 대단하더라"
자신이 여성의 몸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다는 것을 고백하면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본다. (자신의 성지식을 과학(의학 & 사회과학)의 수준으로 올려준 호호 아줌마에 대한 경의의 표시인 듯 했다.) 이들은 '페미니즘 = 자유연애주의' 로 생각해서, 특히 우리들의 페미니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 우리들은 섹시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혹시 달딸은 다른 곳에 비해 너무 선정적인 글을 써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소프트) 포르노 사이트인가?


실상 - 정작 포르노다운 글들은 얼마나 있었나?
실제로 직접적으로 섹슈얼한 욕망을 주제로 다룬 것은 흐흐 아가씨 1건(아무래도 추잡한…) 밖에 없었고, 개인의 성적 생활에 대해 언급이 된 글은 달딸 미팅 3건( 뚜껑 인터뷰, 열녀언니, 진보넷 언니들), 인터뷰 1 건(신배현경 인터뷰) 밖에 없었다. 이 글들은 달딸 컨텐츠의 10%도 안 되는 미미한 양인데다, 전부를 섹스에 관한 경험으로 채워놓지 않았으므로… 달딸의 글이 소프트 포르노적이다라고 하는 말은 누구에게나 당황스러운 명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더욱 황당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독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챔) 우리들만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은 더더욱 부끄러운 일이었다.


당의정?
달딸에서 섹스나 욕망이 주제가 아니더라도 그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다면, 그 이유는 대부분이 "사적인 것이 정치적" 이라는 구호에서 온 것이 많다. 사생활 중에서도 가장 "사적"인 것이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호호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 코너는 특히 그러하다. 이 코너에서는 의료 정보나 섹스 클리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여성의 몸'에 관한 권력 관계를 보여주고, 그 권력을 여성에게로 돌리려는 사회학적이고 정치적인 의도에서 쓰여진 글이었다. 그 정치적 구호를 의료 정보라는 당의를 입혀 독자들에게 내 놓았던 셈이다.(서갑숙이나 구성애에 관한 글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은 의료 정보라는 당의를 입혀서 제공하는 섹슈얼한 자극으로 승부하려는 여성지나, 자신이 "섹스에 관한 것"이라는 당의를 입혀서 의료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많은 산부인과 사이트와는 다른 모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달딸 편집회의는 편집회의 대로와 독자들은 독자들 대로 다른 이유로 그 글의 성격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독자들은 그 나름대로, 달딸에서 금기처럼 여겨졌던 상황을 접하고 즐거워했다. 필자의 의도대로 독자에게 정치적 효과가 주입되었다기 보다는 필자가 의도하지 않은 섹슈얼한 경험들이 더 많은 빈도로 발생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어렸을 때 조지 오웰의 '1984' 를 읽으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서 초딩 6학년 내내 심심하면 그 책을 들춰보고 자신만의 성적 판타지를 만들어 나갔다. (혹시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그런 용도로는 절대 읽지 않길 바란다. 절대로 그런 책이 아니다) 그러니까, 필자들이 의도한 "당의"가 독자들에게는 "약"으로서의 효과를 발휘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는 것이다. 달딸이 포르노 사이트로 보인다거나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게다.

그리고, 달딸 내부… 그들은 필진과는 상관없이 - 다행히 개별 글들에서는 그런 류의 오해된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 오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대부분 게시판에서의 피드백과 오프 라인에서의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편집회의 안의 느슨함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편집회의는 그들이 '그러한 류의 글'을 생산하는 의도가 애초에 무엇이었는지를 잊었기 때문이거나 다시 한번 꺼내 들고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물으나 마나 이건 나이 탓이고 세월의 탓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되새김하지 않으면서도 그 결과로 나온 섹슈얼한 행위, 그 표현, 사생활에 대한 솔직함… 등에 관한 집착은 점점 더 강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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