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정리 : 야옹과 차차



앞의 '달나라딸세포 난상토론' 에서는 11호 웹진의 설문응답 결과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답을 골라서 올렸습니다. 설문에 응답해주신 모든 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아서 어쩌나 하는 걱정을 차차와 야옹은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다른 달딸 친구들과 설문결과를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야옹 : 차차야. 설문 결과 중에서 언니와 오빠가 상당히 구분되어서 드러난 부분이 있더라.

투덜이 : 그게 뭔데? 야옹?

야옹 : 달딸을 알게 된 경로야. 언니들은 대개 '아는 사람이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았어. 사람이 아니라면 믿을 수 있는 매체에 소개된 달딸을 보고 놀러왔다는 거야.

차차 : 그러면 오빠들은?

야옹 : 비슷한 케이스도 있지. 누구의 동생처럼 달딸을 개인적으로 알아서 온 적도 있지만, 여성관련 이슈들, 아마 대표적인 것은 군가산점 문제겠지, 에 대해서 우리가 이야기했던 것을 어디선가 보고 온 경우도 많아. 물론 대개의 경우는 웹서핑을 하다가 '이름'보고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지. 온전히 웹기반으로 알게 된 오빠들이 많아.

차차 : 웹이라는 것이 대면하는 모임이랑 다르니까. 언니들은 어느 곳을 알게 되고, 찾고, 노는데 있어서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더 확인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야옹 : 응. 그런데 이 웹진이 여성 웹진이라는 것이 맞을까. 페미니즘 웹진이라는 것이 맞을까 어느 면에서 상당히 헤깔렸는데, 설문 결과를 보니까 상당히 간단하게 해결되는 지점이 있더라.

뭉실 : 어떤 점이지?

야옹 : 여성 웹진 하면 왠지 여성'용(用)' 이라는 느낌이 난다는 것이야. 그러니까. 사회에서 '여성용'하면서 주어지는 갈래 꾸러미 같다는 느낌. 세부적으로는 소비, 미용 이런 것들과 연관된 꾸러미든지. 혹은 누구의 아내로, 어머니로서, 애인으로서의 역할을 기반으로 하는 꾸러미들. 현 상태에서의 여성의 위치에 대한 아무 고민 없이 여성 '이라면' 하면서 주어지는 것들의 일종 같다는 느낌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지. 사실 우리가 단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웹진을 만든 것은 아니잖아?

완두 : 적합한 말은 아니지만 하여간 우리가 '여성' 웹진이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점은 여성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쓴다는 점이라고 생각해. 여성독자를 상정하고 우리도 여성이고, 그래서 우리사이트에서는 여성이 존중받는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꼭 우리가 어떤 부류의 웹진인가 생각한다면 차라리 페미니즘 웹진이 낫겠지. 여성웹진이라는 말은 설문결과에서의 지적처럼 모호하다.

난다 : '생활 페미니스트 웹진'은 어때? 왜 이렇게 하고 싶으냐면, 좀 더 가볍게 되고 싶어서 이지. 그냥 내가 여자라는 것만 잊지 않고 여자들이 읽으라고 잡지만 만든다는 의미에서 페미니스트 웹진인 웹진. 계몽적이고 더 파이팅 하는 부분은 다른 사이트 같은 데서 하면 좋겠다.

딸기 : DIY(Do It Yourself) 페미니즘 어때? 모든지 스스로 하려고 드니까..헤헤.

야옹 : 난다의 바람은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아. 달딸 독자들이 우리로부터 무언가 깨치겠다고 오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 (당연하잖아?) 살아가면서 '여성'으로서 사는 것에 대해 부담을 덜고/지우기도 하려고 온다고 했어. 여성으로서 살아내기 위한 묘한 분위기를 바라는 것 같아. 계몽적인 것을 기대하고 오는 쪽은 오빠들이 많던데. 난 여성 내지 페미니즘 이런 거 모른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배우고, 고치려 한다는 그런 태도를 많이 보이던데.

달리 : 쉼터 혹은 우물가 같은 여성의 공간을 바란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데.

차차 : 지금 달딸이 어느 정도 공격적이고, 급진적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서로 조금 달랐어.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급진성과 공격성을 긍정적 의미로 해석하고, 진보를 위해 필요한 요소이며. 심지어 달딸이 더욱 급진적이 될 것을 희망하기도 하더라구. 우리 사실 스스로 너무 소심하다고 생각하쟎아. 그래서 '순둥이처럼 글쓴다'는 말에 난 절절히 동의하였고, 앞으로 좀 막 나가야하지 않을까 생각되던데. 안 그러나?

별족 : 게시판의 경우 말인데, 공격성의 역치가 다르다는 생각은 많이 든다. 남성과 여성의 역치 편차가 너무나 커서. 그리고 글쓰는 내용에서도 그래. 많은 글들이 어떤 사람을 상정하고 글을 쓴다면, 게시판에서건 컨텐츠에서건 내가 상상하는 사람은 늘 진보적인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여성이야. 가끔 스스로를 착하다고 착각하는 슈퍼우먼 갈구는 거 보면 알잖아. 하나도 안 공격적이야..

야옹 : 공격적이라기보다. 우리글쓰기는 솔직하다 조금 멋들어지게는 자유롭다는 게 준 평이야. 물론 글마감이 잘되지 않는다든지, 여성들의 말하기 방식은 조금 더 솔직하다는 지하는 평도 있어. 선정적이라는데 대해서 언니들은 원래 페미니즘 들어가는 것들을 야하게 보는 시선들의 문제라고 평해주던데.

딸기 : 내 생각에 우리들의 글쓰기는 그다지 솔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차라리 솔직해 보이는 글쓰기를 했다고 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내가 아는 그녀들의 솔직함이란 이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정적이다, 소프트포르노다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좀 섹시한 텍스트들 몇 가지에 한정된 것 같은데, 실제로 섹시한 텍스트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함과 섹슈얼함이 동시에 들어간 달딸 미팅과, 섹슈얼의 변죽만 울린 호호 아줌마, 흐흐 아가씨 등 약간 섹시한 느낌이 소재가 들어간 글들이 호응이 좋다보니까.. 우리도 정말 우리가 섹시한게 아닐까 하고 믿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섹슈얼함을 제거한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글쓰기가 우리의 글쓰기다라고 만약 누군가가 말한다면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처음엔 공명정대하고 논리 정연하기만 했던 우리들이, 우리들의 편협함을 애써 드러내기 시작하고 그러한 표현을 위해 애쓰게 된 것은 마초적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적응이고 대응이었겠지.

차차 : 그래서 게시판은 분리되게 되었잖아. 언니들 전용과 모두다 수다떨기 게시판. 독자들은 여성 웹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간의 의사소통이 방해받아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는데. 하지만, 착한 언니들은 남성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 물론 남성독자 중에는 기분이 나쁘다, 누구나 수다떨기에서는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등의 아쉬움을 표현해주신 분들도 있고.

차차 : 달딸은 여성들과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여성이 말할 수 없게 만드는 폭력과 남성적 시선의 검열에서 벗어날 권리가 분명 있는 것이라 생각해. 앞으로 논의를 통해 게시판의 운영원칙들이 변화될 수 있겠지만, 기본전제는 여성들이 소통할 수 있고 보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확인할 수 있었지.

헤마 : 화장실 게시판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

차차 : 참신한 실험이라는 의견이 있었지. 단 한계로 지적된 것 중 하나는, 역시 남성들의 의식변화에 대한 문제였어. 하지만 달딸로서는 그러한 설득의 당위성 때문에 여성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면, 당연히 전자(오빠들을 설득하는 것)가 후순위로 두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 물론 어떤 남성독자들을 보면, 세상 모든 참을성과 친절함을 다하여 어서 빨리 가능한 많은 이들을 설득시켜야한다는 의무감에 유혹되기도 하지만 말이야.

신지 : 애초에 화장실게시판을 생각하는 것은 쓰레기 같은 글들을 분리하자는 것이었어. 그런 글들끼리 모아놓아서 우습게 만들어버리면, 그런 글도 잘 안올리게 될 거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시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 거지. 참, 게시판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들게된 생각인데 유독 달딸에서는 남자들도 글을 쓸 때 (다른 사이트에 비해서) 막나가게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게 참 희한해. 그리고 그런 글이 올라오면 남자들이 조절하려고 들기도 하고 말이야.

차차 : 참. 그리고 많은 언니들이 화장실로 버리는 글을 판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었어. 뭐 아직까지는 대체로 잘 이루어지기는 했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이를테면 반여성적인 글을 쓸 수도 있을 여성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어. 삭제는 아니더라도 화장실 게시판으로 이동하는 것은 일종의 검열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검열이라는 것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고 검열의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순수성을 맹신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 그것이 넓은 인터넷의 한 귀퉁이에 있을 뿐인 작은 달딸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그리고 검열의 권한을 가진 것이 바로 자신이라 해도 . 따라서 운영은 달딸을 이루는 구성원(운영자, 독자...)간의 논의를 통해 흐르는 물처럼 변화하고도 유연한 기준이 되야 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아. 머리가 아프다.

묘루 : '엘리트 여성' 위주다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달딸 읽는 언니 오빠들의 생각과 우리가 일치하는 듯 했어.

차차 : 응. 전체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도 없고 가능한 일도 아니니 달딸은 달딸만의 개성과 특성을 더 잘 살려야 한다는 의견과, 엘리트 여성이라는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접근하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고, 좀 더 관심사를 넓혀 다양한 문제들을 다룰 것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지. 이번 설문은 달딸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고 늘 말하지만, 과연 어떤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인가? 또는 우리의 발언이 은연중에 어떤 여성들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독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어.

투덜이 : 정말 그 점이 좋아.

차차 : 개인의 정체성이란게 하나로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물론 아니고 성, 계급, 취향, 지역 등등등 수많은 요소들이 얽혀 구성되는 것이니까, 여성내부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다 대변할 수 있고, 다 포괄할 수 있다는 식의 오만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해야 할 것 같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말이 자신의 위치와 무관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일이라는 독자들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어.

헤마 : 달딸은 앞으로 어떻게 되었으면 좋을까?

헤마 : 질문이 너무 어렵지? 내 운명이 걸려있는 일이기에 대답하기가 더욱 어렵다. 일단 몇 년간은(사실 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좀 느슨한 웹진으로 남아 있다가 우리가 어느 정도 멋진 인간이 되면 사업을 문어발처럼 넓혀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판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다른 여성운동 단위들과 연대할 수 있는 지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다리를 놓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린 이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페미니즘에 무지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지만, 그 상태에서 우리 삶을 여성주의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직업과 성격이 다양한 만큼) 독자들에게나 다른 여성들에게나 조금은 신기하고, 조금은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꼭 톱스타가 된 것 같지만) 우린 정말로 여성주의적 삶의 모델을 창조해야 하지 않나?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실험해 볼 수 있지 않나? 마지막으로 모든 친구들이 결혼하지 말고 늙어 죽을 때까지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별족 : 내 경우엔,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랑, 새로운 얼굴도 들어오고, 잡지도 내고, 무슨 옷가게라도 내고, 인터넷 방송국도 하고 무럭무럭 자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갈팡 질팡이다. 출판사를 갖는다거나 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많이 한다.

완두 : 웹진으로서의 달딸은 지금가지는 무난하게 자라나는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전에 못해보던 많은 것들을 시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능력이 모자라서 못하는 것들이겠지만..

딸기 : 웹진으로서의 달딸은 좀 더 풍부한 상상력이 있는 컨텐츠를 가진 곳이었으면 해. 컨텐츠의 질(내용과 형식 둘 다)이라는 면에서 전위에 서면 좋겠다 생각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고 다른 애들이 말하면 좋겠는데. 그리고 모임으로서의 달딸이라면, 얕고 느슨한 대중적인 커뮤니티 층(특히 숙제하러 오는 애들에게)으로 알려진 한 층과 소수의 애들이 모인 적극적인 커뮤니티 층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만약 편집회의를 커뮤니티라고 하는 것이라면, 역시 동인회 정도의 위상이었으면 하지. 더 커지든 안 커지든.

묘루 : 다른 언니들과 여성단체들과의 연대의 문제는, 우리 커뮤니티의 안정성을 확보한 후에 가능할 것 같아.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생겼을 때 그것의 해결을 위한 연대의 계기가 생긴다면 스스럼없이 참여했으면 한다.

신지 : 연대는 네트웤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간단하게 홈페이지 만들어주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좀더 시간이 지나서 달딸에 있는 좋은 기능들 이식할 수도 있고 말이지. 오프라인에서의 연대는 잘 모르겠어. 암튼 내가 생각하는건 네트웤을 기반으로한 연대가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고 이것이 무척 힘있는 연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야. 물론, 다른 단체에서도 네트웍에 대한 인식이 따라줘야 되는 말이겠지만

난다 : 우리가 가진 미디어와 약간의 돈과 적은 기술로 할 수 있는 한 연대할 수 있겠지. 그리고 웹진 달딸의 경우는 지금처럼 계속 했으면. 게으르게. 상업성을 배제하고. 독자들에게 못되게 굴면서. 너무 노력하지는 않고. 즐기면서.

(우선은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고민이 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풍부히 하는 일이 우리 달나라딸세포의 출발점이겠지만, 달딸의 경험과 고민이 쌓이면서 느리지만 관심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기와 어떤 점에서는 같고 어떤 점에서는 다른 여성들, 차이가 좀 더 크게 느껴지는 여성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녀들에게 말을 거는 일을 외면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상기하지 않더라도, 굳이 이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지 않고 이들의 말을 전하지 않으려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질곡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로 다른 여성들의 문제는 바로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꾸준히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독자분들의 말을 계속 되씹어야 하는 일이겠지요.)

[ 링크 모음  |  목 차  |  게시판   |  웹마스터   |  과월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