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애들도 그랬을 거야. 조그만 여자애였을 때 난다는
늘 속닥거리는 비밀 친구를 갖고 있었다. 키티, 로미, 라라,
자주 바뀌는 나른하고 달콤한 서양식 이름들. 물론 그녀들은
요정과 같은 존재들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없지.
놀이터 모래밭에 손을 넣고 놀면서,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학교 앞 횡단보도를 한 쪽 손을 들고 건너면서 어린 난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요정같은 친구들과 소곤소곤 하는 것이었지만
자기 방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혼자 있으면
이 친구들을 눈에 보이게 불러와서 하루 일을 이야기하면서 놀 수도 있었다.
분홍색 뚜껑이 열리게 되어 있는 나무 케이스로 짜여진 거울.
여기에는 난다의 얼굴이 꼭 들어찼다.
창밖을 내다보듯이 거울을 들여다보면 그녀는 친구들에게
자기를 보여줄 수 있었어. 난다는 거울을 통해서 친구들과 이야기했어.
친구들이 보고 있는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 역시 친구들을 '볼' 수 있었어.
그것은 정말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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