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THROUGH THE LOOKING GLASS
여성적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난다


다른 여자애들도 그랬을 거야. 조그만 여자애였을 때 난다는
늘 속닥거리는 비밀 친구를 갖고 있었다. 키티, 로미, 라라,
자주 바뀌는 나른하고 달콤한 서양식 이름들. 물론 그녀들은
요정과 같은 존재들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없지.
놀이터 모래밭에 손을 넣고 놀면서,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학교 앞 횡단보도를 한 쪽 손을 들고 건너면서 어린 난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요정같은 친구들과 소곤소곤 하는 것이었지만
자기 방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혼자 있으면
이 친구들을 눈에 보이게 불러와서 하루 일을 이야기하면서 놀 수도 있었다.
분홍색 뚜껑이 열리게 되어 있는 나무 케이스로 짜여진 거울.
여기에는 난다의 얼굴이 꼭 들어찼다.
창밖을 내다보듯이 거울을 들여다보면 그녀는 친구들에게
자기를 보여줄 수 있었어. 난다는 거울을 통해서 친구들과 이야기했어.
친구들이 보고 있는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 역시 친구들을 '볼' 수 있었어.
그것은 정말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어.


컴퓨터 통신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난다는 모니터가 무슨
문 같기도 하고 스크린 같기도 하고 한장한장 넘기는 책장 같기도 했지만 그것은 무엇보다도 거울 같았다. 아침이면 일어나 거울 대신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버릇도 그렇지만, 자기 눈으로 볼 수 없는 자신을
비춰준다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분명히 그것은 거울이었지.
혼자 중얼거리고 다니던 어렸을 때 버릇처럼 난다는
계속 자판 위에 이야기를 써 넣었고
모니터를 통해서 자기가 쓴 글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쓴 글도 볼 수 있었다.
요정 친구를 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어. 저쪽에
나와 같은 친구가 앉아 있고 우리가 창문같고 거울같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그려보는 것은.
거울을 뚫고 들어가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앨리스처럼
난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나랑 내 친구들이 네트의 세계에서 찾으려고 하는 여성적 글쓰기의 가 능성과 한계, 즐거움과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 링크 모음  |  목 차  |  게시판   |  웹마스터   |  과월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