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페스티벌 2000 - 달떠들떠


질문 및 정리 : 신딸기


여성의 '아이를 낳는 몸'에 관한, 어머니에 관한 신화는 다들 거짓이다. 희생만을 바라는 거짓된 추앙이다. 그들이 숭배는 '낳은 아이'에 향한 것이지, 아이를 낳는 '여성'에게 향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피 흘리는 몸'에 대해서 부정할 리가 없으니까.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성의 몸이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생명의 몸'이라기 보다는 아이를 낳는 기계, 혹은 자판기 같은 몸이 아닐까?

여기, 자판기 같은 몸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축제가 있다. 생명의 몸인 여성의 몸을 긍정하는, 여성들의 '피 흘리는 몸'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축제가 열린다. '제 2회 월경 페스티벌 - 달떠들떠' 는 대학의 여성주의자들의 연합인 '불턱'에서 주최하는 행사다. 지난해 초가을에 열렸던 이 행사는 무지했던 남학생들의 호기심 속에, 좀 더 자신의 몸에 당당해진 여성들과 함께 고려대에서 열렸다. 올해는 9월 2일 7시, 이화여대 대운동장에서 판이 벌어진다.


>>> 딸기가 불턱의 유미리님을 인터뷰했습니다.

1. 1회 월경축제에 대한 평가를 해 주세요

일단 1회는 1회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경험, 여성의 몸에 관한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월경을 화두로, 게다가 학술적인 행사가 아닌 페스티벌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있는 행위였다고 할 수 있겠죠. 행사가 열리면서 행사 홍보와 더불어 월경에 관한 담론이 조금이나마 형성된 것이 사실이고,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컨셉을 잡고 협찬을 요청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많은 일들을 학생의 신분으로 치뤄냈다는 것은 칭찬할 만 하다고 봅니다. 다만 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미숙함이 아쉬운 점으로 남죠. 아무래도 첫 해이다 보니 실무적인 부분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을 기회가 적어서 그러한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2. 2회 월경축제가 1회와 다른 점이라면?

일단 행사의 컨셉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1회 행사는 월경이 숨겨야 할 것, 불결한 것으로 인식되고, 월경에 대한 담론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월경을 '드러내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회는 여성 자신이 월경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내리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의 일부로서 '긍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월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때문에 여성들의 월경 경험은 어둡고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사회에서 주입받은 관념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거죠. 이번 행사에서는 사회에서 주입받은 기존의 획일화된 관념이 아닌 자신의 경험, 자신의 느낌에 귀기울여 봄으로서 나의 월경경험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프로그램 상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은 내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 보다 늘어났고, 보다 다양한 형식을 시도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2월경부터 모여 세미나를 하고, 일반 행사보다 이른 행사 5개월 전부터 행사 기획에 들어갔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없었던 애니메이션이나 Rap, 여신상 설치 등이 첨가되었고, 행사요원의 의상을 여신 이미지의 의상으로 설정하는 등 다른 행사와는 차별화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3. 1회 월경축제에서 얻은 것과, 그것이 2회에 반영되었나요?(1번이랑 비슷하죠?)

1회 행사를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대학 여성들이 모여서 대형 페스티벌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2회 사람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구요. 또 1회에서 얻은 실무의 노하우 및 사람들 간의 유대는 2회를 짜임새 있게 꾸려나가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부분에서 반영된 지점이 있다면 행사 프로그램 구성이나 인력 배치 등의 사안에서 어떠한 방법이 효율적으로 행사를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이겠는가에 대한 정보겠죠. 예컨대 1회 행사를 보면서 이러한 어떠한 순서로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이 보다 관객들로 하여금 행사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는 얻을 수 있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부분에서 1회의 경험은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4. 첫해는 고대에서 하고 둘째해는 이대에서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년 제1회 월경페스티벌이 고려대학교에서 열리기로 결정된 이유는 서울 동부지역의 여성운동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서울 동부지역에서 이루어졌으니 서부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이구요, 행사 기획에 참여하는 캠퍼스를 돌아가면서 행사를 꾸린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행사에 오셨으면 하는 바래에서 관객분들의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올해에는 이화여대 대운동장에서 개최하고 있는데요, 아스팔트 바닥이 주는 딱딱하고 인공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보다 자연과 가까운 공간에서 자유롭게 관객분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해서 대운동장을 택하게 되었구요,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실내나 정형화된 공연장보다 대운동장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5. 불턱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불턱은 1999년 여름, 내공프로그램이라는 30대 여성운동가분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대 여성운동가들이 프로그램의 성과를 이어나갈 방법을 모색하면서 만든 모임입니다. 올해 이화여대에서 참여하면서 참여하고 있는 학교가 고려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이화여대 다섯 학교로 늘어났구요, 앞으로도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입니다. 작년 첫 사업으로 1회 월경 페스티벌을 준비했고, 이후 여성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그 결과물로 월경페스티벌2000 『달떠들떠』가 탄생한 것이구요.
불턱이란 제주도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온동네 여성들이 갖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과 아픔을 함께 드러내었던 장소인 불턱처럼 여성들의 경험,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자 하는 각오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6. 후원하는 여성단체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어느 정도로 월경 축제에 개입하고 있나요?

수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단체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행사를 도와주시는 부분도 있고요, 단체 분들이 개인적으로 조언을 주시거나 행사관련 도움을 주실 분들을 소개해 주시고 있습니다. 워낙 여성계 판에 돈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행사 준비하고 있는 기획팀에서 모르는 바도 아니고, 여성운동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 행사의 금전적인 부분을 의존한다는 것은 저희로서도 죄송한 일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 기업체 협찬에 의존하고 있구요.
행사에 관한 기획은 전적으로 기획팀 내부의 결정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위 분들의 조언은 많이 참고를 하고 있구요. 특히 고문단·자문단 선생님들께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계시죠. 아무래도 저희가 학생이다 보니 학술적 자료나 실무경험에서 선생님들의 도움은 큰 힘이 됩니다.


7. 1회 월경축제에서 몇몇 남성 뮤지션들의 오버로...남학생의 참여가 원활?해지고... 약간 썰렁했다는 기억이 있는데, 혹시 그래서 이번에 초대손님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모신 건가요?

작년 행사 축하공연에서 뮤지션들의 애드립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주최 측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지점이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었구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러한 부분에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독단적인 거겠죠. 다만 남성뮤지션을 의도적으로 배재했다기보다는 이번 행사 분위기에 맞는 분들을 중심으로 섭외하고자 했습니다. 실지로 축하공연에는 퍼니 파우더, 세인트 등의 남성 뮤지션도 참여하고 있으니 남성뮤지션들을 배재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수 섭외에 있어서 실제적인 기준은 여성의 창조성, 여성의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섭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여성가수들의 움직임이 정말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대상화된 시선에서 자유로운 여가수들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대상화된 시선에서 보다 자유로운, 힘을 느낄 수 있는 가창력 있는 가수분들은 모시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여성가수분들을 중심으로 가수분들을 섭외하고자 했구요. 자우림, 한영애씨, 서문탁씨 모두 색깔은 다르지만 가창력 있고, 여성의 성 상품화에서 보다 자유로운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경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행사 마지막 부분에 있는 관객참여판을 통하여 관객분들이 월경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하시고, 퍼포먼스에 함께 하면서 몸으로 그 느낌을 공유한 후, 축하공연을 통하여 그 느낌을 마음껏 분출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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