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 연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 정서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자주 인용되는 문구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 이니까. `페미니스트'.... 나름대로 여성의 현실에 대한 관심과 여성운동에의 지향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이전에 약간의 두려움과 망설임을 느낄 것이다. (물론 실제로도 그러하였다) 그것은 `내'가 `페미니스트'의 정의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적 여성상에서 벗어난 위험한 존재 - 그것의 가장 흔한 이미지는 `마녀'이다 - 라는 낙인을 나 스스로에게 찍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이다. 많은 여성들이 충분히 `페미니즘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도 그러한 `낙인 찍히기'에 대한 두려움 탓이 아닐까 한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숱한 오해들, 혹은 (다분히 의도적인) 왜곡들은 많은 경우 그것이 `위험한 것' 따라서 `두려운(또는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과 맞물려 있다. 이 글은 이런 주장에 깔려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에 관련된 글이다. 다른 말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이미지는 명백히 하나의 `사회적 힘'으로 작동하며, 따라서 `사회적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현 시기 페미니스트들, 혹은 페미니즘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이미지, 구체적으로는 "공포의 대상으로서 페미니즘의 이미지"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할 때, 그것의 `정의'보다는 `이미지', 즉, 일차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에 기반하여 주장을 전개하곤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공포(그리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포)는 `누가', `왜', 그것을 느끼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겠으나, 이 글에서는 남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고자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 이 글에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간략하게 언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