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 연

 

[달나라 딸세포] 1호 발간에 부쳐

뜬금없이 어느 소설의 제목을 달면서, 우리는 `달나라 딸세포'가 우리에게 가졌던 의미를 정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우리들의 방식대로 살아야 했고, 살고 싶었던 우리는 매번 다른 방식의 삶을 강요하는 현실에 부딪쳤다. 현실은 억압적이었고, 또한 지리하고 답답했다. 작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달나라 딸세포'라는 작은 매체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조금 더 자신있게 우리들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꿈이 더욱 커져서 또 다른 우리들의 꿈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하기 시작했다. `달나라 딸세포'는 진정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선언 같은 것이 되었다.

처음에 우리가 모였을 때는 머리를 맞대고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고민을 나누었던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여성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가... 대학을 졸업한, 혹은 졸업할 준비를 하고 있던 우리들은, 그 때, 자신만만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모임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는 서서히 두려워졌던 것 같다. 가부장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견고했고, 사회 속으로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너무나 좁았다. 게다가, 우리는 `페미니스트'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적었고, 험난하기까지 해 보였다. `그러면 쉬운 길이라고 생각했단 말이냐!'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해 보았지만, 어느 새 우리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야 했던 고민은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지?'로 바뀌었다. 여전히, 우리들은 그러한 고민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대학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도, 우리가 함께 모여 여성학 공부를 했었다는 사실도, 우리의 두려움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 `하고 싶고, 해야 한다'라는 우리의 의지와,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기반이 될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했다. 우리들의 모임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그에 동반하는 갈등이 우리를 답답하게 했다. 모임이 시작된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고민중'인 우리들의 고민을 공식적인 목소리로 담아 정리하자는 제안이 제기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풀어나가보자, 그 이야기로부터 무엇이든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담는 그릇은 `달나라 딸세포'라는 이름을 가진 웹진과 자료집이 되었다.

`달나라 딸세포' 는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로 살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의 고민을 담은 글들의 모음이다. 어설프지만, 진지함을 담은 글들이라고 자부한다. 달나라 딸세포에 실린 글들을 어떤 사람이 읽어줄 지,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 지, 또 그 글들이 어떤 의미들을 갖게 될 지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몇 사람이라도 함께 공감해 줄 사람이 있다면 무척 기쁘겠다는 생각을 해 볼 뿐이다. 일관성 있는 정돈된 기획을 잡기보다는 필자들의 개성이 살아 있는 글들을 `페미니즘/페미니스트'라는 하나의 화두 아래 모아보기로 했다. 1호의 글들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에게 제기되는 문제들을 나름의 논리로 설명해 내고자 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호를 거듭할수록, 시간과 노력이 축적될수록 더욱 노련한, 그러나 진지함은 유지하는 글들이 생산될 것이라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제 시작이다. 가진 것 없는 우리들이 세상에 목소리를 내어 놓는다. 우리들의 울음소리는 아직 노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