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대가 자꾸만 날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라고 동생은 말했다. 순간 울컥 치미는 슬픔을 느꼈다. 그것은 동생의 심정을 알 것 같아서 이다. 물론 내가 그 상황이 아닌 이상 모든 걸 다 안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동생이 그런 말을 할 때의 심정을, 그 비슷한 심정을 나도 느껴봤기 때문일 것이다. 동생은 또 말했다. '남자가 되기 위해선 흔히들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들 하는데, 그 획일성이 날 망가뜨려'

그래. 그렇게 들 사람들은 말한다. 군대를 갔다 와야 남자라고, ( 이 말은 내 동생에게 그랬듯이 많은 남자들을 괴롭힌다.) 또 사람들은 말한다.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기에 '여자'들은 남자들의 그 무엇을 모른다고, 그러면서 여자가 하지 못할 경험을 그리고 자신들은 대단한 일을 하고 왔다고 생각하기에 느끼는 우월감을 은근히 표시한다. 물론 그런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억지로 군대에 갔다 왔기에, 갔다 오지 않은 그런 의무가 없는 여자들은 그런 부담감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되풀이 해서 말하는 이도 있다. 그리고는 '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너네는 행복한 거야.'라고 하기도 한다. ( 그럴때 나는 몸둘 바를 몰라진다. 그런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한편으로 그들에게 미안한 느낌- 부채감 같은 것을 가지면서도 왠지 억울하다는 느낌이다. 이런 말들은 또 나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을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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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군대'는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이다.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어쩌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군대'는 끊임없이 나에게 붙어 다니며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한다. 그것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내가 앞에서 동생의 그 '말'을 알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의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마치 거대한 군대사회 같다.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군대식의 문화는 그것을 말해준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그 ' 군대식의 문화'에서 한시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같다. 몇 십년 동안 군사 독재 정권이 집권해왔던 이 나라에서 어쩌면 이러한 문화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군대식의 사회에서 그것(군대가 가지는 명령하달식의 질서, 권위)과 비슷한 질서, 권위를 '군대'라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사회'라는, '현실'이라는 이름의 겉가죽을 쓰고 있는 질서, 권위를 마주 대하고 있기에 나는 동생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질서는 위에서 아래로의 의사전달만이 가능하게 하며, 이 질서 아래에 있는 사람은 이 질서에 익숙해 지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각, 주관을 잃어버리게 된다. '여기' - 이 군대식의 질서 - 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생각이 아니라 '윗사람'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방적인 의사소통 속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조직사회에서 바라는 대로 적당하게 복종하고 적당하게 순종하는 '나'의 모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