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뒤 거미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배현경씨를 만나보았다.

 

나 여성운동에 발을 들여 놓은 계기는?

 

현경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페미니즘)공부만 하려고 했었는데... 직접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2학년 때 길거리에서 강간을 당하면서부터 이다. 그 인간이 나를 강간한 이유는 내가 다리가 예뻐서도 아니고 짧은 치마를 입어서도 아니다...단지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했지만 일반적인 학생운동은 아니었다. 학생회 활동도 정파 활동도 아니었다..하지만 학생회와 정파 주변에 항상 있었다.. 그것들은 단지 학생회를 잡기 위한 학생회 활동일 뿐이었다. 주변에서 항상 돌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권력이 학생회로 집중되면서 내가 일하던 당시 학생회는 학우 대중들에게 꼭 알려야 할 정보들을 숨기고 그들이 투쟁하는 것에 대해서 대의 명분만을 밝힐 뿐 그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대중들을 동원하고 심지어 자기 스스로 조차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분명히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 당연히 대중과 괴리되지. 그래서 나는 새로운 운동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나는 여성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전문적인 운동 조직들이 연대했을 때 전체 운동이 진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일단은 학내의 여성들을 만났고 (대자보나 다른 홍보를 통해 ) 그리고 다른 대학의 여성 운동 단체들을 만나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했고 그렇게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실제적인 전략도 발견하게 되고 (not be모임 --> 들꽃 모임)..... 그렇게 여성운동으로 빠져 든거지..

 

나 여연 또는 여협의 단위조직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현경 ...그분들이 한 일이 많고 의미있었다는 것은 인정해...하지만 그분들의 운동방식과 나의 운동방식은 달라...그분들은 자의적으로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어느 정도 휘말리면서 타협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그걸 과도기적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렇게 그 분들의 운동조차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보수화 된 내용을 사람들에게 선전하는 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그런 예는 너무 많아. 궁금하면 통신 들어가서 찾아봐! 나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맞으면 같이 때리고 과격하게 운동할 거야.

 

나 존경하는 인물?

 

현경 존경하는 사람은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여성운동을 했던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맑스와 엥겔스도 좋아하고...로자 룩셈부르크..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성 운동가는 변리나씨야, 난 한때 변리나씨 영화를 만들 꿈을 꾸었다가 무슨 현승인지 하는 사람에게 뺐겼어...

 

나 자신의 삶과 운동에 대한 관점

 

현경 삶은 허무하다....그만큼, .... 해서 잃을 게 없다. 그러므로 해볼 건 다 해봐야 한다. 못하게 막으면 싸워야 한다.

 

 

나 즐겨쓰는 욕이 있는지?

 

현경 난 욕을 많이 하는 편이야. 사실은 처음엔 욕하는 게 힘들었는데 해보니까 해방감을 느껴... 어떤 남자애가 그러는 데 욕하면서 그런 걸 느끼는 건 소년 취향적인 거래...내 생각엔 여자들은 소년조차도 할 수 있는 해방감을 맛보는 것에서도 늙어야 할 수 있을 만큼 억압되어 있는 것 같아. 여자들이 좀더 쉽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열려졌으면 좋겠어. 꼭 욕이 아니더라도..성적인 것에 대해서든 무엇에 대해서든 남자들이 요구하는 것 외에는 이를 테면 예쁘게 치장해서 표현하는 것, 스스로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억압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나 자기 생활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

 

현경 우리 집은 가난해, 근데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 어느 통계를 보니까 요즘에는 돈이 있는 집 애들이 더욱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을 하고 얻고 싶은 것들을 쉽게 얻는 것처럼 되어 있더군, 그 통계의 결론이 어느 정도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걸 읽으면 화가 나. 모든 사람에게 적어도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 만은 아닐 텐데....어쨌든 여기 살고 있으니까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계속 운동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으니까 이 사회에서 더 잘 교육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겠지.

 

나 운동을 하는데 힘든 점?

 

현경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 않다는 것.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들과 뭔가를 함께 하려면 서로 많이 소통하고 이해하는 게 필요한데, 사람들은 듣거나 이야기하는 데 서툴어. 나도 마찬가지이고...그게 한두 명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면 더욱 힘들지. 그리고 뭐 직접적으로 제약 받는 것은 경제적인 것. 나는 누가 날 후원해 줬음 좋겠어.

 

나 화장을 하는가? 치마를 입는가?

 

현경 난 화장을 안 해. 특별한 일이 있어도 잘 안 해. 가끔 애들이 억지로 입술 같은 거 발라주긴 해. 것도 별루야. 냄새 나서...원래 싫어했던 것은 아니구, 해보니까 나한테 잘 안 어울려. 나 나름대로 나는 화장 안 하고 자연스러울 때가 예쁜 것 같애. 그리고 내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될 때는 내가 자신감이 넘칠 때야. 예쁘게 꾸미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 사람에 따라서 큰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작은 즐거움이 될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지. 나는 가끔 치마를 입어 여름엔 너무 시원하니까. 치마 입으면 뱅글뱅글 돌 때 예쁠 것 같애. ( 나 : 화장하고 치마 입는 것은 운동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니?) 그건 미친 생각 같애. 운동하는 애들은 가끔 자기가 생각하는 게 모두 옳아서 다른 걸 중요하다고 얘기하면 쉽게 무시하고 특히 상대가 여자일 경우에는 더욱 심하지...물론 모든 남성이 그렇지만.

 

나 집안 분위기는? 생활은 어디서?

 

현경 우리집은 이중적인데, 비교적 개방적이야.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면서 (경제적으로 여건이 닿는 한 ) 자랐구, 하지만 아빠가 너무 싫었어. 엄마랑 나한테 일종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편이었는지...사실 얼토당토 않은 권력이니까 무시당하게 되는 게 싫어서 그랬는지 ....때리기도 하고 나는 대학 때까지 맞았어, 의자로. 지금은 아빠가 경제적 권력을 잃어서 그러지 못 하지만 그게 슬픈 건 그런 권력 관계가 작은 규모의 가정에서 조차 나타난다는 게 슬픈 거지. 동생은 고등학교 중퇴고, 지 말로는 요즘 지 또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래가 없는 거래...내 동생은 거리에서 춤추고 힙합바지 입고 머리는 색색깔이야.

난 요즘 거의 집에 안 들어가. 내가 일하는 씽 사무실에서 자거나 친구들 집에서도 자고, 먹는 건 사람들한테 빌붙어서 먹지...

 

나 여고 생활?

 

현경 나는 숙명여고를 나왔고 강남 8학군인 점이 너무 끔찍했어. 졸업할 때 선생님은 이대를 추천하고 얼마나 많은 애들이 이대를 갔느냐가 중요했지. 하지만 여자들끼리 있으면서 동성애도 느껴보고 (사실 누군가를 보고 한 눈에 반한 건 그 때 밖에 없었어, 수없이 연애해 봤지만..) 감정적으로 통해서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그랬던 게 남자애들하고 그러는 것 보다 훨씬 편했어. 하지만 가끔 여성적인 면에 부정적인 요소로 많이 언급되는 쉽게 삐지고 그러는 게 힘들었는데 사실 ..그게 착각이었던 것 같아. 그런 남자애들도 많고 그런 게 남자들을 대상으로는 다르게 표현되는 것 같아....

 

나 애인이 있는가?

 

현경 남자 애인이 있다. 여자 애인을 사귀고 싶은데 사회적으로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고, 여자 애인을 사귀기 위해서 그런 환경에 적극적으로 빠져들 만큼의 레즈비언은 아닌 것 같다. 정치적 레즈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 여자애를 일년정도 따라 다녔었지만 그 때는 그게 레즈비언적인 것인지 몰랐고 남자만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던 나로서는 감정을 잘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 애도 나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 서로 보면 얼굴만 붉히고 말도 제대로 한번 못해 봤다. 남자애는 대학교 일학년 때부터 엄청 많이 만나고 헤어지고 그랬는데 이제는 적당히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남자는 애인일 때만 인간이고 사실 평소에는 뭔지 잘 모르겠다. 뭐... 그 개인이 못나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에게 부여하는 남성성과 혹시 인간이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런 의지가) 혼합되면서 뿌리치기 힘든 남성성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었다고 불쌍하게 변명한다. 애인일 때는 나의 경우에는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듣기도 하고 자기 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엔, 그렇지 않기도 한다.

나는 자위할 때는 오르가즘을 느끼는데 남자랑 삽입 성교할 때는 못 느낀다. 지금 사귀는 남자와 왜 그런지 열심히 연구중이다. 이론적으론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겠는데 나름대로 남자 쪽에서도 땀 뻘뻘 흘리면서 한 시간씩 노력하는데, 나는 아프거나 피곤해 진다. 주변의 삽입성교를 자주 하는 여자들한테 물어봤더니 나 같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지 정말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느끼는 지 아는 사람 있으면 나한테 알려달라..

 

나 (하하) 자위할 때 어떻게 하면 오르가즘을 느끼는 지 알려달라....

 

현경 누워서 다리를 45도 각도로 벌리고 (더 벌려도 된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만약 질구가 젖어있지 않다면 손가락에 침을 듬뿍 묻히고 ) 질구부터 소음순, 대음순이 갈라진 쪽으로 (그러니까 몸 위쪽으로) 부드럽게 훑는다. 클리토리스만 (클리토리스는 갈라진 틈새 끝에 살로 덮여있다) 자극할 수도 있고 전체 성기 주변을 다 자극할 수도 있다. 천천히 느끼고 싶으면 전체를 부드럽게 기분 좋아질 때까지 문지르고 절정에 다다르고 싶으면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문질러 준다. 그러면 몸 가운데에서 몸 전체로 뻗어나가는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몸이 꽉 찬 기분이 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진다.

 

나 어머니에 대한 생각?

 

현경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여성운동을 하면서 엄마를 당위적으로 좋아해야 한다고 약간의 강박을 가졌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무능력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엄마가 가끔 견딜 수 없었다. 나에게 엄마 아빠의 경제적 책임이 전가되어 버린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지금은 나와서 살면서 엄마가 나를 챙겨준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고 있다. 이기적인가 보다, 하지만 나름대로 엄마에게 잘 하려고 애쓴다. 엄마는 시를 쓴다. 엄마가 좀더 빨리 시를 쓸 수 있었고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엄마는 결혼 때문에 글을 쓰고 싶은 자기를 포기했고 우리가 다 자랄 때까지도 그랬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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