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부인 메인

화니걸



별족




인상이 너무 강해서 기억에 남은 몇 장면 중에 '화니 걸'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있다. 우리집에 칼라 TV가 없을 때인지, 그 영화가 흑백의 너무 오래된 영화여서인 지는 몰라도 기억 속의 화면은 조금은 노르스름한 초록색이다. 그 속에서 그녀는 너무 못생긴 자신이 여주인공인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진지하고 꽤나 우아했을 그 무대에 드레스 속에 바가지라도 넣고서 '배불뚝이 처녀'로 등장 하여 코미디로 만들었다. 난 그 때 그녀가 너무 놀라워서 경탄하였다.

왜 이 오랜 기억을 끄집어냈는가 하면, 얼마 전 TV에서 그녀를 연상하게 하는 여자 를 만났기 때문이다. '화니 걸'의 그녀를 연상시켰지만, 결국 그녀식대로 무대를 뒤엎지 못했지만 말이다.

토요일 오후 시간대는 이런 저런 오락 프로가 시간을 차지한다. 방송 3사가 비슷비슷 한 포맷으로 거의 같은 시간대에 우글대는 거다. 그 날 일찍부터 TV를 본 건 심심해서 였겠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 프로는 이것 저것 조금씩 섞어 최악의 조합을 만든 듯했다. 스타로드쇼는 스타에게는 험난할 지 모르나, 내게는 너무 일상적이라 모욕적 이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가는 스타'를 따라가는 형식이고, 유아원 아기들에게 시키는 스피드 퀴즈는 왜 아기들이 텔레토비를 좋아하는지 절절히 느끼 게 하고, '당신도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이 가진 바램을 초라하게 만든다.

그녀는 그날의 주인공이었다.

'당신도 주인공'은 길거리에서 민간인-프로그램 전체가 그 말이 최적이라고 느끼게 한다, 군에서 군대 밖의 사람을 부르는 말, 그 프로의 사회자나 거기 게스트로 등장한 스타나 그들의 집단이 우리를 그렇게 부를 거 같다. 사회보던 사람이 그렇게 말했는지 도 모르겠다-을 캐스팅해서 스타와 뮤직비디오를 찍게 하는 형태이다. 스타이길 꿈 꾸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타가 아니라면, 스타와 함께.

거리의 누군가에게 '유승준과 뮤직비디오를 찍게 해 줄께요'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어떻게 무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지목되지 못한다면 구경이라도 하겠다. 그날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가게의 손님에 촛점을 두고 '유승준 좋아 하는 사람'하고 묻는 카메라에 화면 밖에 있던 그녀가 소리쳤다. '저요!!!'. 소리치기 전에는 카메라가 다가갈 것 같지 않은 몸맵시와 얼굴로 웃고 있는 그녀는 점원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씩씩하게 소리치던 기세만큼 그녀는 몇 남지 않은 후보 중 에서도 단연 돋보였는데, '그가 떠난다, 그래서 미쳤다'라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연기주문에 머리를 풀어 헤침으로써 게임을 종료시켰다.

내내 그녀가 최고였는데 그녀가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선택하지 않으면 그 프로를 경멸할 거라고 결심한 터라, 그녀가 그렇게 끝장을 볼 때 '와'하고 웃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그녀가 매력적인 것은. 넉살좋고 구김없고 씩씩하던 그녀는 두 명 의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미인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여자로 변해서는, 조각처럼 멋진 여자가 나오면 봐줄만한 그저 그런 그림에 어색한 조각이 되었다. 전혀 우습지 않은 내용이 단지 반하는 상대가 그녀라는 것 때문에 '코믹'이 라고 사회자가 우긴다. 화나....

그녀는 그녀만의 매력이 있었는데, 본격적인 카메라는 그녀를 무미건조하고 말랑말랑한 인형처럼 만들어버렸다. 그녀가 화니걸의 그녀처럼 판을 뒤집어서 진짜 그녀다운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았을 걸... 애써 다른 사람인 체하지 않고, 모든 여자가 갇힌 틀로부터 그녀가 자유로왔으면. ...


[ 게시판  |  링크 모음  |  목 차  |  웹마스터   |  과월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