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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덫을 계속보다
: 난 그녀가 악녀가 되길 바랬다



별족




청춘의 덫을 계속 보고 있다. '점점 이상해져, 그만 볼래'하면서....

윤희와 동우와 영주와 영국의 얽힌 관계에 집착하여 무슨 말을 꺼내볼 수 있을까 하고 있었는데, 다른 관계들이 오늘에야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내내 격정의 한가운 데서 갈팡질팡하는 젊은 사람들에 시선을 고정하고 '정말 덫에 걸린 사람은 누구일까'를 고심하던 내가 병들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노인네를 보고 불편해진 거다.

노망 든 할머니, 이 노인네는 정신이 오락가락함을 빌미로 말을 가리는 법이 없다. 이미 죽은 자신의 큰 아들을 산 사람인 것처럼 흉을 보기 시작한다. 불여우에게 넘어가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 준다고. 이 노인네를 공양하는 정부인과 장면전환한 화면 속의 후처는 딱 그만큼의 이미지다. 어찌 저런 억양으로 사람을 부를까 싶은 둘째 마나님은 아이를 셋 낳은 커튼 뒤의 여자이고, 늘 한복을 입는 첫째부인은 낳은 적 없는 아들과 딸에게 며느리감, 사위감을 인사받는, 남편 의 사랑따위는 무관심한 채 병든 시어머니를 공양하는 존재하는 그런 존재.

노망 든 할머니 입에서 나오는 노골적인 비하의 언사는 나를 불편하게 했다. 저 할머니가 제정신이고 젊었을 때는 아들을 채근해 손자를 '만들어오라'고 했을 게다. 자신의 아들이 손자만 만들어오길 바랬으나, 둘째 부인까지 만든 게 화났던 걸게다. 할머니를 공양할 수 없는 이 여자이기만 한 둘째 부인을 용납할 수 없었겠지.

내가 화나는 건 할머니의 다 늦은 분노가 그녀에게 향한다는 것이랑, 두 여자의 권력을 향한 암투가 저런 식으로 조장되고 있다고 여겨져서 일게다. 정실의 위치를 잃지 않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어머니가 된 여자나, 후처의 지위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 는 여자나 서로를 부러워할 만 하고 또 그러고 있잖아...

어느 순간 필요에 의해 이들이 택했겠으나, 다음 세대의 세 명의 아들, 딸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이 세 아들과 딸들의 태도가 또 그들사이의 권력의 위계를 만들고 있다. 생모대신 첫째부인을 택한 아들은 둘째부인에 속하며 첫째부인에게 안부물어야 하는 둘 째딸보다 권력을 갖는다.

아마도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보다 비중이 크고, 그녀가 너무도 안타깝게 실연했고 상처 받았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그녀의 결혼과 그남자의 파혼으로 맺어질 지도 모르지만-벌써 내일모레면 끝이로군- 그건 그녀의 상처가 컸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택한 남자는 적자고, 그가 택한 여자는 서녀이기 때문이다.

그런 결말을 난 참아낼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무력하게 버림받는 것도 참을 수 없지만, 또 다른 남성의 권력으로 다른 여성을 상처내며 복수하는 것도 바라는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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