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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vs핑클



별족




IMF는 TV부인에게서 가요순위프로를 보는 낙을 앗아갔다. 매 주 세 번씩 시대가 열광하 는 노래가 어떤 건지 보는 건 기쁜 일이다. 그 기쁨이 삼분의 일로 딱 줄어버렸으니, 원....

세대를 가르는 노래들을 듣는 것은 -대개 그런 프로가 십대일색이긴 하여도- 재미있다. 나처럼 노래를 들을 때 가사에 집착하는-음을 다루는데 능숙치 못한 사람의 태도-사람 은 정말 심각하게 되어버린다. 요즘 애들은-으악 이런 애늙은이 같은 발언을-많이 달라 졌구나 식으로....

늘 십대 일색의 가수들 중에 고군분투하는 이삼십대 취향의 가수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가끔은 좀 더 극적으로 1위가 결정되길 바라는 제작측의 배려로 그런 고군분투가 더욱 드라마틱하게 드러나 흥분하게 된다.

지지난 SBS인기가요쯤 되나? 1위에서 격돌한 노래는 엄정화의 '포이즌'과 핑클의 '내 남자친구에게'였는데, 그 순간 묘한 감상을 불러 일으켰다.요부같은 이미지에 반하여 실제 요부가 아닐 거라는 믿 음을 주는 엄정화의 노래는 오뉴월에 서리를 뿌리는 사랑잃은 여자의 독기가 있고, 핑클의 노래에는 처음 사 랑을 시작하는 여자의 기쁜 맹종이 드러난다.

엄정화는 내내 어쩜 그리도 여성의 칼같은 이미지로 자신을 단련시켰을까. 그녀가 순하고 선한 얼굴로 그대 를 사랑하겠노라 결심하였을 때에도 그 사랑 때문에 잃게 될 오랜 우정을 근심하고 있었다.사실 그러한 때 보다 버림받은 여자가 남자를 향해 퍼붓는 독설이 더 많긴 하다. 순진하게 '사랑은 좋은 것이여'할 수 없도 록 그녀는 나이들었거나, 많이 사랑하고 배신당한 탓이리라. 독설을 퍼붓는 여자치고 그녀는 야하다. 흔히 군 바리가 좋아하는 타입이라고 말하여질 듯한 그녀의 차림새는 그래서 그녀의 이미지에 증폭시킨다. 새로운 사 랑을 찾아려고 그리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의상은 그녀가 여성이란 이미지만 증폭시킨다. 버림받은 여자나 오래도록 자신을 속여 온 삼각관계 속의 남자 따위의 이미지는 노래 속에 무궁무진하지만 절대 후회없이, 자 기모멸없이 남성을 겨누는 독이 되는 노래는 흔치 않다. 그런 노래를 부르는 그녀도 또한 독이 되겠지.

핑클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웃음이 났다. 나도 흔히 빠지는 감상이지만, 늘 쓸 데 없다는 걸 자각하게 되 는, 자기 중심의 뉘앙스 때문에 말이다. 노랫말로 헤어진 게 분명한 남자가 '수척해진 내 모습에 놀랄까'하여 보러 못 가겠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났다. 사랑이란 감정이 툭 끊어지는 실은 아니지만 배신당하는 여자의 노래에 동하는 나같은 감성의 소유자는 그런 대목에서웃게 되는 거다. 그 노래의 어줍잖은 이미지에 비하면 '내 남자친구에게'를 부르는 모습은 정직해 보인다. 거침없이 '난 니꺼야'라고 말하는 앙증맞은 차림으로 뛰 어 다니는 그녀들은 '사람이 어떻게 소유물이냐'라는 식의 반론을 뛰어넘어 있는 셈이다. 그걸 생각하기엔 눈에 콩꺼풀이 씌인 상태고 그를 안기 전에 그가 안길 기다리는 연애 신입이기 때문에. '날 위해 사랑을 할 거'라는 깨달음을 얻기에 그녀들의 사랑 속에는 둘 밖에 존재한 적 없기 때문에...

그날 1등은 핑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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