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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은주'가 미울까?



별족




'보고 또 보고'란 드라마를 '보고 또 보'게 된 건 3월 언제였나보다. 그때 난 지독히도 무료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아는 사람없는 외딴 곳에서 똑같은 일상에 똑같은 사람들에 정붙일 뭔가가 필요했다. 하루 중에 시간을 정해 해둘일을 정하는 것은 강제가 아니라면 하 루를 설레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고...

열심히 보다가 딱 끊은 건 금주랑 기풍이이 때문이었는데, 심각하 게 싫다는 여자에 심각하게 들러붙는 그 남자가 싫은데도 그 배역 을 맡은 남자가 '더 팬'의 로버트 드니로 가 아닌 바에야 해피하게 맺어질 것을 알아서 '여자가 싫대도 믿지 말라'라는 논리가 끔찍해 서였다.

알량한 시청률을 업고 길고도 길게 늘어나는 이야기에도 질려가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할머니의 설교나 어제 벌어진 사건을 한 자도 안 틀리게 다시 오늘 다른 사람의 입으로 되풀이하는 것에도 질려 가던 차에 싫다는 여자를 그리 쫓아 다니는 그 남자가 너무 끔찍스 러워서 그만 볼려고 했다.

그런데, 왜 다시 보게 되었는가면 그건 자의보다 타의라 TV있는 거실밖에 나의 공간이라곤 없는데, 꼭 그 시간에 그 프로를 시청하 는 나의 동거인 때문이다. 다시 보기 시작한 즈음, 나를 끔찍하게 했던 인물들의 모양새가 달라져 있었다.

끊기 전에 대책없이 싫었던 엄마들은 딸들의 결정에 무력한 적당히 약하고 편견도 적당하고 허영도 적당한 여느 엄마들 같아 보였고, 끊 기전에는 아직 철도 없으며 잘 팔려가길 바라는 허영덩어리로 보여 '좀 안 됐다'싶었던 금주는 다시 보면서는 '그냥 약하다' 싶고, 허영을 못 따라가는 처지때문이 아니라 동생 때문에 '많이 안 됐다'싶다. 끊 기 전에 은주는 일찍 독립한 똑 부러지고 강단있는 여자였다가, 다시 보니 자기 상처에 갇혀서 허세로 강하고 자신의 위치에 눌려서 한없 이 숙이고 들어가는 허영있는 얄미운 여자다. 승미는 곱게 자라 순진 한 그런 부잣집 딸일 뿐이고, 승미엄마나 금주,은주네 엄마는 허영가 득하나 딸의 결정에 무력한 여느 엄마일 뿐이다.

왜 그렇게 은주가 미워졌을까? 그건 드라마가 상반되게 전개되는-잘 팔려가리라 기대하던 금주는 대학 첫사랑이라며 쫓아 다니는 딴따라 와 결혼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강하게 개척하리라 여겨지던 은주는 판사랑 만나 비굴하다 싶게 결혼하게 되는 때문이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나던 차에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데 알게 되었 다. 그녀들이 왜 그렇게 싫었는지...

금주는 은주에게 '판사에 눈이 멀어 자존심까지 내팽개친 년'이라고 했고, 은주는 금주에게 '잘해주면 그저 좋아 헬렐레 하는 애완견'이라 고 했다. 어쩜 그리도 꼭 맞는 표현을.. 놀라움의 경탄을 속으로 지르 고...둘 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일말의 의심이 마음속에 있다 면 다 큰 사람들이 그런 욕지거리에 자매끼리 물어뜯을 듯이 싸울 수 는 없는 거니까.

큰 딸만 이뻐하다가 판사를 꼬셔 놓은 둘째딸에 눈에 띄게 태도가 돌 변하여 나의 미움을 샀던 엄마조차. 결혼에 얽혀 자유롭지 못한 모 든 여자들의 존재가 나를 화나게 했던 것이다. 내가 싫어했던 많은 이유들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진실이라서였나보다.

자의로 열심히 사랑하였다 해도, 그래서 결혼하였다 해도 어느 여자 가 은주가 금주에게 한 비난이나 금주가 은주에게 한 비난의 혐의에 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친척을 더 늘리고, 혹은 원시인들처럼 필요한 무엇을 공유하려 한다면 자매와 형제의 결합인 맞사돈은 분명히 비경 제적인 듯하기는 한데...

딸들과 아들들의 서열이 뒤바뀌었으니 참으로 뒤죽박죽.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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