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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을 또 보다



별족




98. 8.4 내가 '전설의 고향'을 광적으로 보고 있음은 분명하다

오늘 전설의 고향에도 물론 분개하다. 나는 너무나도 허술한 짜임새 속에서 내 자신의 우월을 맛보려는 뜻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강간의 위험속에서 죽은 처녀가 혼백이 되어 범인을 밝히는 먼 기억속에도 남아있는 흔한 전설이다. 그러나 난 왜 끝까지 쫓아 범인을 죽일 수 있는 그녀가 맘에 들지 않을까?

그녀가 맘에 들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사상을 엎어버리는그녀나 훈계하던 그녀는 지난 번 '조강지처'의 그녀와는 다른 강함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녀의 억울함이나 분노의 칼끝이 향하는 방향은 참으로 분명한데 나는 동의할 수 없고 그처럼 분명할 수 있을까 화가 나는 거다.

계모를 용서하는 살해당한 장녀의 전설뒤로 '혈연만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 교훈을 준다'고 말하던 나레이터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그녀를 죽게한 남자는 양자로 들인 그녀의 오래비고, 아들만 중히 여기던 그 시대를 피할 수 없었던 그녀는 부모를 진정 사랑했겠지만 과연 그녀의 죽음에 그 부모들은 슬플 수만 있을까.

내 감정이 잘 말하여지지 않는 것은 '그 부모들은 슬퍼할 자격 없어'라고 말하려는 마음이랑 '어찌 그들이 그걸 피할 수 있겠어'라는 마음이 아직도 싸우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전설은 어차피 과거라는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현재의 자로 잴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강간당하느니 죽음을 택한 처녀의 원혼'이란 소재는 계속 그러한 정조관념을 재생산하고, 어제는 '혈연만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고 이번에는 '양자로 들인 아들에게 살해당하는 누이'를 보여주는 것은 너무 무심한 반어적 강조를 만들고... 살해당하는 누이가 원혼으로 범인을 밝힐때 범인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 양자가 되기 전의 이름이었음을 기억하라.... 하루종일 '딸이 더 좋아'라고 말해도 잠들기 전에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 되는데...'라고 말하면 그것이 훨씬 더 작은 목소리고, 훨씬 더 적은 횟수여도 진심이라고 딸을 내리 셋 낳고 아들을 낳은 우리집을 보고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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