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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을 보다



별족



98. 7.27

'조강지처' 지금까지 본 전설의 고향 중에서 가장 화딱지 나다.

가난한 양반이 부유한 상민처녀와 혼인하다. 처녀는 양반을 뒷바라지하며 시어머니, 시누이를 공양하다. 시어머니, 시누이에게 그녀는 천한 상것일 뿐이고, 다시 신원이 되어 장원급제한 아들을 반가에 규수에게 짝지우려 한다. 그녀의 동생은 죽여 숲속에 버리나, 도적질하여 도망간 것이 되고. 그녀는 방에 들여보낸 머슴과 잡혀 자결을 강요받다. 다시 아들 을 정혼시키기 위해 어머니는 '종모법을 아느냐'고 말하고 다시 그러한 짓을 꾸미다. 그녀를 자결하려다 입덧이 나서 살기로 결심하나 동생을 죽이고 그녀 방에 숨어들었던 머슴은 그녀를 죽인다.

인내심으로 여기까지 본 나는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종모법을 아느냐고 저 아이가 낳은 아이는 상것이 되니 우리 대는 끊어진다'는 대목에서 철렁하였다.

죽은 그녀의 화려한 복수만이 남았음을 알지만, 그러한 설득에 나조차도 어찌할 바를 모르며 기다린다. 생전의 그녀가 너무도 착하여 어떤 귀신일까 일관성은 없군하면서 말이다..

길쌈하며 집안을 일으킨 그녀답게 얼굴이며 손을 흰 천으로 감고, 자신과 동생을 죽인 머슴을 물 속에 쳐박을제, 나는 '저 시대 여성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기다리는 것이로군... 복수심의 절정에서 말이지. 귀신이 되면 힘도 세어지고, 그냥 보기만 해도 심장이 멎는 경우도 있으니 확실하고 좋네... 살아서 저럴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양반의 새 신부를 다음 목표로 삼아 죽일 때는 '왜 그녀를? 시어머니나 시누이가 목표로 먼저 지목되어야 하지 않나? 그녀는 사실-그 신부가 길쌈소리에 호기심으로 그녀의 거처까지 가는 무구함 때문이다- 아무런 책임도 없는데. 헛된 질투로군'생각하며 갸우뚱..겁에 질려 벌벌 떠는 시누이를 죽일 때는 '잘한다'.

잠에 깨어 비는 시어머니 앞에 선 그녀귀신이 참으로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 앞에 양반이 들어오더니 곧 나가떨어진다. '귀신치고는 신출귀몰함이 부족한 걸' 다음 순간 얼굴을 가린 광목천이 벗겨지고, 죽은 줄말 알았던 그녀의 동생이 나타난다. 시어머니를 못 죽이고 시간을 끈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머리까지 곱게 올린 그녀의 귀신이 나타나 동생을 말린다.

아이고 두야! 조용히 TV를 켜면서 '나는 왜 전설의 고향을 보려 하나'라고 끊임없이 반문하다가, '그 시대 여성들의 복수의 판타지를 보기 위해서'라고 대답해 두었는데 오늘의 그녀는 생전과 다름없는 선량함으로 그녀의 시어머니와 그녀의 남편을 용서하고 복수의 칼을 든 동생을 말리기까지 하는 걸... 속상해..

그 남편이 그녀를 뒤따라 간다고 자결하지 않았다면 -사실 난 그가 살아서 끝나는 화면 위로 '그러나 그는 그녀를 잊지 않고 혼자 늙었다'라든가 '입산하였다'라는 자막이 올라가길 바라고 있었다. 대가 끊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시어머니, 그의 어머니와 보란 듯이 대 따위는 무관심하게 늙어가는 그가 참으로 드라마틱하리라 여겼으므로-나의 분노는 폭발해 버렸을 거다.

미쳐버린 시어머니나 죄수의 모양새로 끌려가는 동생의 마지막 장면은 별로 상쾌하지 않다... 귀신이라면 방을 피로 도배하여도 낮엔 흔적조차 없어야 하고, 산 자에게 복수를 청하여 그런 뒷끝을 남기면 안 되니까...

그래야 '전설의 고향'이지... 오늘의 '전설의 고향'이 마지막까지 나를 실망시키는 것은 마지막 나래이션까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운다'는 대목.

동생의 복수를 그 착하디 착한 누이의 것으로 오해하고 보고 있을 때야말로 진정 행복했던 시간...

복수의 판타지는 죽음뒤에야 가능한 것이던 시대에 그렇게 화끈해야 전설이지-

종모법으로 내쳐졌을 무시한 조강지처의 영혼 중 하나라도 동생대신 스스로 복수 한 이야기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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