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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



별족


딸들은 어떤 느낌인가 하면 자라지 않는 존재, 바램들 바깥에 있는 존재, 알고 있고 심지어 이를 누리기까지 하면서도 때때로 그런 자 각이 가슴에 상처를 낸다. 하루종일 TV를 보고도 지치지 않은 일요일 밤이면 "카이스트"를 볼 수 있다. 적당한 감정의 공명을 만드는 이 드라마를 보는 건 내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전에 잠이 들거나, 그 후에 들어오게 되기 때문에. 지난 주 일요일 드라마를 보고 난 상처가 깊어서, 다음에 보는 드라마도 이전처럼 예사롭지가 않다.

카이스트를 다니는 지원이가 있다. 얼음공주, 냉랭하고 딱 부러 지고 감정에 흔들림 따위 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버텨낸다. 이 믿 음직한 맏딸은 이리 저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각각을 진짜로 목숨바쳐 하는 자신은 상관없는데, 타인이 보아넘기기 힘든 인물 이다. 내가 되고 싶으나,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수퍼우먼.

어려운 집안을 받치고 있는 먼 데서 학교 다니는 그녀에게 동생이 찾아온다."아버지가 아프신데, 병원에 안 가신다, 내 말보다 누나 말을 더 잘 들으시지 않느냐"는 동생 말에 짐을 꾸려 집에 간다. 병 색이 완연한 아버지와 바둑판을 사이에 둔 딸. "제가 이기면 병원 에 가는 걸로 하자"는 딸과 새벽까지 바둑을 두는 아버지. 딸은 "제가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어요" 묻는다. 자신의 노력을 알아달 라고.... 아버지는 "네가 든든한 신랑감을 데려오면 좋겠다" 고 그것만 바란다고 대답하고 암전....

그 아버지의 그 말에 모든 게 헝크러져 버렸다. 힘들었을 그녀의 삶이 일순 비누방울이 되어 터져 버린다. 기대는 그녀를 향한 적 이 없다.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벌어 부치는 돈은 그녀의 든든함 이나 대견함을 공고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헛'똑똑함을 입 증하는 것 뿐이다.

딸들은 얼마나 이런 기대 밖에 있었나. 노골적인 기대를 비치는 아버지란 존재와 자신의 노력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는 딸. 일요 드라마의 그 인상은 '크리스탈'을 보는 순간 다시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지나간 일에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양보 안했어'라고 말 하는 은혜는 정말 양보한 걸까? 아버지의 욕망은 친딸인 은혜보 다 영후에게 향했던 건 아닐까. 자신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는 그 어느 순간에 사랑하고 믿는 어른의 기대를 어느 아이가 알아 차리지 못할까.

존재하는 만큼을 인정한다면, 자식에 대한 기대따위 똑같이 나누 어 준다면 나라고 당신이라고 더 불행할 이유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대 밖에 있는 딸들, 자신의 욕망을 자신에게 투영시키지 못하는 존재들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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