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놈'


별족

-'녀'가 '놈'이 되면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달라지는지 깨닫다.

내 동생은 '뉴 논스톱' 팬이다. 상세히 부연하자면 머리가 산(山)만한 양동근 팬이다. 난 동생 덕분에 추석 연휴에 그 시간대에 편성된 '뉴 논스톱' 특집들을 '모두'보았다. '섹션티비'를 패러디한 특집, '21세기 위원회'의 진행자가 진행하는 게임쇼 형태의 특집, 영화를 패러디한 특집까지. 난 깨닫는다, 내 동생만 팬이 아니었구나.

영화패러디 특집에 '엽기적인 그놈'이 있었다.
그녀가 '엽기적'이었던 이유가 거친 입과 자제력없이 뻗는 주먹과 대책없는 자기중심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게 모두 '남성성'이란 이미지 속에 지나치게 일반적이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그놈'은 엽기적일까 의심하였다. 뭐, 꽃미남 조인성이 네모공주 박경림과 사귀는 것 자체가 '그놈'이 엽기적인 증거라고 한다면야 할 말 없다.

'남자'가 술을 먹고 휘청거리고,
지하철 내에서 토악질을 하고,
처음 본 여자에게 술 기운을 빌어 '자기야'를 한다 한들
그게 어찌 '엽기'가 될 것인가?
'남자'가 허황한 이야기를 떠벌리면서 자신의 기발함에 찬탄할 것을 강요한다 한들
그게 어찌 '엽기'가 될 것인가?
'남자'가 수업 중인 애인의 강의실에 저벅저벅 걸어들어가 꽃을 바친다 한들
그게 어찌 '엽기'가 될 것인가?

그'녀'의 엽기가 애초부터 엽기가 아니었으므로, '녀'를 '놈'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였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녀'가 가졌던 설득력이 아예 그'놈'에게 없는 건 설명해야 한다. 이런 불가능한 도전-'성별이 바뀌면 재미있을 거야'라는 식의, 어떻게 그게 언제나 가능하단 말이냐, 이미 '그녀'의 엽기가 그 뒤바뀐 '사회적인 성'에 기대고 있으니, 바꾼 걸 또 바꾸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을 시도한 사람들도 이 삐그덕거림을 일찌기 눈치채고, '그녀'가 행한 엽기의 대부분 -차태현의 뺨을 올려부치던, 폭력이 난무하는 순정 만화 속 소녀 이미지-을 굳이 '그놈'에게도 실행하게 하지는 못했다. 살해당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애인이거나, 애인이었던 사람에 의해서라는데, 폭력을 행하는 '놈'을 보고 '엽기'라고 누가 웃을 수 있을까.

그 요상한 '엽기'는 그'녀'에게만 유효하고, 그 '놈'에게는 유효하지 않다. 나는 그'녀'의 '엽기'에도 그'놈'의 '엽기'에 보인 만큼만 동요하기로 결심한다. 터무니없는 기대치를 끼고 바라보았을 때에만-저렇게 예쁜 여자 입에서 어쩌면!!!식의- 보이는 '엽기'라면, 어떻게 웃고 즐긴단 말인가.




티비 부인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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