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하자, 말하자, 말하자.                                                  

별족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TV를 끈다.

요즈음에 드는 의문은 '왜 이 하고 많은 언술들을 한 사람은 남자일까'였기 때문에, 저 상황도 아마 '아줌마'의 상황을 '장진구'가 화자라면 저렇게 설명했겠지, 하는 의심이 들어서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할 때, 여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류의 통신공간의 소설?들을 읽다가 처음 튀어나온 의문은, 계속 커져서는 결국 영화를 못 보게 한다.

예전에 친구에게 '쥬드'를 설명한 적이 있다.
취향이 걱정되는 상태에서 비디오를 고르느라, '소설을 읽긴 읽었는데 말이지, 기억나는 게 한 장면 뿐이네', '내가 기억하는 장면이 강한 인상이긴 한가 보네, 영화에도 있네', 그 장면은 쥬드의 아내가 돼지를 잡는 장면이었다. 손이 하얗고 긴? 쥬드는-학자가 꿈이다- 동네의 처녀와 결혼해서는 추운 겨울 돼지를 잡아야 하는데, 피를 받을 양동이조차 받치지 못한다. 아내는 쥬드를 나무라면서 돼지를 잡고, 피를 받아 순대를 만들고, 뭐 그러는 내용이었다. 영화에서도 하얀 눈과 붉은 피와 억센 마누라와 손이 고운 남편이 있다. 친구는 묻는다, 그녀가 왜, 그 상황이 다음의 무얼 설명하는 거지?

내가 꺼버린 TV에서 하고 있던 영화는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재미있다던 친구-남자-의 추천이 있었다. 예전같았으면, '성품이려니'하고, '영화려니'하고 나름대로 즐길 수도 있었을까? 그렇지만, 고민이 고민이던 만큼 더빙된 아내목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순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를 가진 착한 경찰관인 남편이 저런 목소리의 아내에게 시달린다면, 이란 상황이, 미묘하게도 이전의 불평들과 닿아서는 꺼버렸다.

사는 게 중요한 아줌마에게 '인간관계의 예절'을 가르친다는 장진구가 우스운 것처럼, 쥬드의 아내는 돼지피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쥬드가 얼마나 한심했을 것이며, 평소에 얼마나 착한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팁으로 '이 복권이 당첨되면 그 절반'을 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남편은 또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느라 정신없는 아내들 아름답지 않다고, 영혼이 교감하는? 선망할 만한 여자들과 사랑하기 시작한 남자들이 아마도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하는 진술들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나 자신, 내 상황 설명할 때 내쪽으로 당겨진 변명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지금 저 많은 남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을때, 거기에 삐까삐까한 수의 여자들이 또 그렇게 자기들 상황을 설명해서 종국에는 서로 그럴 수 있겠군, 납득하는 단순하게 수치적인 해결을 바라는 상태가 되고 만다. 상황을 설명할 수도 있고, 맞장구도 쳐주면 더욱 좋고.

천가지, 만가지 변명 누구에겐들 없을까, 아직도 정신못차리는 장진구도 있는데..

티비 부인 으로

[ 게시판  |  링크 모음  |  목 차  |  웹마스터   |  과월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