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하면 고맙죠                                                                                

별족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얼마나 쉽게 열광하고 또 얼마나 쉽게 사그러드는지 '유지태'를 보면서 느낀다. 애초에 많이 좋아한 게 아니라면, 실망도 이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지금도 간혹 흔들리는 마음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 느리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날씬하면 고맙죠'라고 말할 때 그 배신감 얼마나 극렸하였던가. 그러고도 '난 그쪽이 좋아요'라는 광고를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최근에는 그 음료광고를 자주 못 봤기 때문에 '꿈이었을지도 몰라'라고 가당치도 않게 생각하려고도 했다.
그런데, 엊그제 봤다. 새로 시작한 2탄 광고다. 1탄에서 그렇게 수선스럽게 여자모델 찾더니 얼굴도 안 뵌다. 여탕의 판매대 직원-이게 뭐야?!- 유지태는 또 '날씬하면 고맙다'고 하고, 넘치는 물로만 존재하는 탕안의 여자는 '난 왜 물만 먹어도 살찌는 거지'하고 심각하다.

왜 나는 유지태를 좋아하였나.
그 한 밤의 토크쇼에서 너무 진지하게 말할 때부터였다. 저렇게 진지한 사람이라니. '저 어렸을 때 뚱뚱했었거든요, 그래서 맨 뒤에 혼자 앉았었는데 것도 나쁘지는 않았어요'라니, 늘 너무 예쁘거나 너무 자신만만하거나 너무 사랑받았겠거니 여겨지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유지태는 다른 빛으로 반짝거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많은 소외된 사람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상처받았기 때문에 더 많이 빨리 이해할 거라고 마구 비약해서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을 거절하면 '괜찮아, 그냥 곁에 있을께'라고 말한다니, 아무 것도 바라는 거 없고, 아무 것도 당신의 욕망에 반하여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이 남자를 어떻게 싫어할까 하였다. 바라는 거 많고 여자의 노는 노가 아니라는 남자가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그런 그가, 그렇게 철썩같이 믿었던 그가 입을 열어 말한다.

'날 씬 하 면 고 맙 죠'

내 마음은 산산조각나서 흩어지고 그 마음 추스리려고 이런 저런 위로의 말들 생각한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내세울 건 '저칼로리'뿐인 음료를 팔겠다고 사랑받는 남자배우에게 그런 말을 시킨단 말이냐- 멍청한 광고 기획자에게 퍼붓는 비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성들의 애정을 너무 과신했지, 그게 할 소리냐, 어디, 바보 아냐- 바보 유지태에게 퍼붓는 비난-!!!! 너 제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나댔냐? 진짜 바보다야, '살 빼'만 억압인 줄 아는 저런 놈 뭐가 좋다고- 내 자신에 대한 비난과 후회-!!!!

유지태는 알까, 내 마음이 떠난 걸...

티비 부인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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