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잘 바래?                                                                                

별족

'이브의 모든 것'을 보고 있을 수가 없다.
상황이 더욱 나쁜 것은 나와 동거인 언니의 취향이 달라서 오늘 나는 시작할 즈음 화장실에 들어가서 -보통 자기 전에 고양이 세수다- 꼼꼼(?)하게 세수하고, 발닦고, 그래도 불안하여 거울보고 실쭉 샐쭉 표정연습(?)하고, 이빨도 박박 오래오래 닦고 지금쯤 끝나가지 않을까하고 나왔다. 엇! 그래도 30분 밖에 안 지났네... 티비를 등지고(!) 들리는 소리조차 끔찍해 하면서 노심초사다.

무엇을 그렇게 참을 수 없는 거냐?대체!

'이브의 모든 것'이 제목처럼 '이브의 모든 것'을 '이브'인 내가 공감하도록 설명한다면 좋으련만, 여성에 대한 이해가 한참은 부족한 어떤 남자가 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남자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데, 이게 얼마나 부당한지 참을 수가 없다.

우선, 그녀는 집안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성격도 모나지 않는다. 진선미처럼... 허영미와 진선미의 대립구도를 보다가 난 협상테이블을 위해 석달치 봉급으로 옷을 샀다는 '난쏘공'의 여공이 생각났다. 그렇다, 가난한 사람이 착한 건 안 자연스러웠을 거다. 좋은 옷을 입어야 재판에 이길 수 있다고 조언하는 사람의 말이 그럴듯한 건 이렇게 조장되는 편견때문이다. 보통의 다른 신데렐라 드라마보다 화가 나는 건 그래서이다.


또, 그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걸 몰라야 한다. 그래야 잘하지, 남자한테.. 솔직히 허영미와 진선미 중 누가 더 능력있는지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채림의 발음이 형편없이 둔탁하기는 하지만, 진선미의 기획력은 허영미보다 탁월하다. 타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니까... 학교축제 사회자를 뽑는데 '클래식'을 선곡하고 아침 주부시청시간대에 '노벨물리학상후보자'를 인터뷰하는 허영미보다, '락'을 고르고 '미담'을 찾는 진선미가 낫잖아. 그런데, 믿으란다, 이 대결구도는. 오직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만이 그녀의 능력을 알고, 다른 사람들은 허영미를 능력있다고 말하는 구도를 믿으란다. 왜냐하면 진선미는 몰라야 하거든. 그 남자 말고 그녀를 인정하는 다른 존재는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또, 그녀는 복덩어리여야 한다.
물론 그 모든 행운을 의도하지도, 욕망하지도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욕망하지 않아도 그 모든 것 애써 아등바등 욕망하는 사람보다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 바라는 게 이런 거지. 아무 것도 바라지 않으면서도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사실 진선미가 야망이 없다는 걸 믿을 수 있어? 진선미의 노력은 아름다울 만큼만-남자가 창밖에서 대견해할 만큼만- 보여주면서, 허영미의 노력은 싸늘하게 보여주다니 부당해! 부당해!

또, 그녀는 고고해야 한다.
돈이고 지위고 중요하지 않아야 한다. 살아가는 걱정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신의 능력을 모르니, 자신이 '이사를 꼬셔서 자리를 얻었다'는 말에 발끈해서는 당장 그 일거리를 펑크!!!!를 내고는 득달같이 달려가는 거다. 왜 '날마다 행복해' 의 그 남자처럼 '그럼 나 회사 그만 둘까?'라고 묻지 못할까. -그 남자는 자신과 여자상사의 관계때문에 불편해하는 애인의 항의에 그렇게 묻는다- 그만 둘 수 없는 직장이라면 감내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걸 왜 그녀는 몰라야 할까. 아마 그러겠지, '그런 건 남자만 알면 돼, 그리고 그녀는 내가 지킨다!'

또, 그녀는 사랑받을 줄만 알아야 된다.
사랑할 줄 알면 안된다. 오직 사랑이란 소녀같은 사랑만 '용납'된다. 왜 그녀는 몰라야 할까. 아마 그럴 거다. '그런 건 내가 다 가르친다!'

모르는 게 이렇게 많은 여자를 바란다니, 이건 대놓고 내숭 떨어라, 떨어라 하는 거다.

진짜 있다고는 생각하나? 그런 남정네에게 할 말이라고는 '어디 잘 찾아봐라'.

이 제목의 옛날 영화를 보고 싶다. 그 영화가 이 드라마를 보면 화나지 않을까?

티비 부인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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