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나고 싶은 사람 :
신간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를 낸 작가 최윤 씨

이 난 다



겨울을 좋아하는 친구를 하나 알고 있다. 겨울처럼 차분하고 말이 없는 그 아이가 아주 추울 때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았다. 겨울을 좋아하는 건 어쩐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했다. 살균된 투명함.
추위를 몹시 타는 난다는 추워서 어쩔 줄을 모를 때면
그 친구 생각을 한다. 아마 걔는 지금쯤 좋아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면
좀 참을만 해지니까.

먼 산 나무들이 고양이 털 처럼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면서
게으름뱅이 난다가 난로 옆에 담요를 뒤짚어 쓰고 앉아 있다.
"이렇게 추운데 누구를 만날까?"

/ 우리의 겨울은 모든 병원균이 단번에 소독될 정도로 순수하게
차갑고 투명하다.../ (최윤, <회색 눈사람> 중)

그래, 할 수 있다면, 최윤 선생님을 만나자.
난다는 소설가 최윤에게 겨울의 많은 이미지를 빚지고 있다. 아마
한국 문학 전체가 그녀에게 같은 빚을 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다 : 겨울을 좋아하세요?
윤 : 겨울, 좋죠. 산뜻하고. 겨울의 소독되는 거 같은 추위가 괜찮죠. 겨울이 되면 사람들이 침착해지는 거 같애요. 그걸 느껴요. 추우니까 불필요한 행동들을 삼가하 지요. 가장 필요한 것만 하는 계절이 아닐까, 가장 본질적인 거. 인간이 가장 본질 에 가까울 때가 겨울이 아닐까 싶어요.

/ 겨울에 열리는 문도 있다. 너는 여섯 살의 겨울에 우울의 맛을 알았다. 달콤하기도 하지만 무한히 너를 네가 아닌 무엇으로 만들어 불편하게 하던 그 어둡고 끈적한 느낌. / (최윤, <집, 방, 문, 벽, 들, 장, 몸, 길, 물> 중)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라는 작품집을 최근 상재한 작가 (*)
(작가 최윤은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프로방스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문학과 사회>에 
<저기 소리 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를 발표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아름답고 절제된 
문체의 다양한 변주를 보이고 있는 작품 세계로
문단의 높은 평가와 독자들의 사랑을 동시에 
이끌아내고 있다. 소설집으로는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속삭임, 속삭임>이 있고 
1999년 12월에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를 
문학과 지성사에서 상재했다. 장편 소설로는
<너는 더이상 너가 아니다>, <겨울, 아틀란티스>
그리고 산문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등이
있다. 1992년 <회색 눈사람>으로 동인 문학상을,
1994년 <하나코는 없다>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또한 현재 서강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이문열, 이청준 등 우리 문학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뛰어난 번역가로도 활동하며, 공동 
번역한 최인훈의 <광장>으로 1994년 대산 문학상
을 맏았다.-<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 
(문학과 지성사) 책 날개 참고)
의 독자가 된 것은 93년 부터였다. <회색 눈사람>을 읽고
어쩐지 그 작품의 몇몇 대목들을 잊을 수 없어서 가끔 가다
내 말처럼 중얼거리게 되곤 했다. 이 후로도 쭉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은 난다는
그래서 최윤 선생님을 처음 만나고도 아는 사람처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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