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실인지, 청소 도구실인지

이 소 리

   사실 여자 화장실이란 건 청소 도구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중 화장실의 경우는 그 건물에서 쓰는 청소도구를 다 모아 놓은 듯 하다. 여자 화장실에3개 정도 변기가 있다면 꽤 큰 화장실인데, 두 개만 되어도 칸막이 하나엔 어김없이 청소 도구들이 쌓여 있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변기의 개수는 항상 하나씩 적어지는 셈이다. 나는 심지어 사용할 수 있는 변기의 개수를 제한해서 청소를 더욱 쉽게 해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청소하는 분들의 양심을 의심해 보기도 했다. 얼마전 신사역 근처의 한 패스트푸드점의 화장실에 간 적이 있다. 변기의 왼쪽엔 온갖 세제들이, 오른쪽엔 대걸레를 위시한 여러 가지 청소 기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변기에 앉으면서 쭉 늘어진 대걸레의 끝이 내 엉덩이에 닿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쓰다 정작 볼 일은 제대로 보지도 못 했다. 이게 뭐야. 집에서 일을 보고 나와야 하는 건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지.
   애초에 여자들에겐 할당된 변기는 너무도 적었다. 남자 화장실엔 소변기와 대변기가 함께 있지만, 여자 화장실엔 대변기 밖에 없다. 그 대변기의 숫자는 남자 화장실의 대변기의 숫자보다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성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변과 대변, 월경에 관한 뒷처리 등을 하는 장소가 나뉘어 지지 않은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 보다 적을 이유는 없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자 화장실에 청소 도구까지 넣어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 도구함과 여자 화장실이 어울려서? 청소는 여자들이 하는 거라서? 그런 이유는 아닐 거다. 애초에 여자화장실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거다. 여자 화장실이란 건 그냥 건축 설계를 할 때 당연히 들어가야 하지만 어디에 쓸 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그저 남자 화장실을 지으면 당연히 따라가는 어떤 것, 구색 맞추기. 남자 사원 10명쯤 뽑으면 이젠 여자도 한 명 정도 끼워주기도 하는 것처럼. 그래서 그것은 때에 따라 화장실도 될 수 있고, 청소 도구함도 될 수 있고, 걸레를 말리는 곳이 될 수도 있고, 비품 창고가 될 수도 있는 거다. 혹시… 화장실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그 남자들이 자기 여자 친구는 너무 예뻐서 화장실도 안 갈 거라고 생각해서, 화장실에선 화장만 한다고 믿어서 그렇게 된 건 아닐까? 철없는 상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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