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를 달라!

차 차



   내가 첫 번째 직장에 들어갔을 때, 난 너무 무식해서 생리휴가나 월차가 있는 건지, 정말 쉴 수 있는 것인지도 잘 몰랐다. 그것은 내가 워낙 무식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학교 다닐 때 언제 한 번 근로기준법에 대한 공식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회 사로부터도 근로조건에 대한 아무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회사 를 다니고 조금 지나자, 월차랑 생리휴가를 우리회사에서는 못 쓰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근무시간도 너무 길었고 나는 힘들었다.
   다음에 옮긴 회사에는 월차는 있었지만, 생리휴가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난 생리할 때 월차를 쓰게 되었다. 남자들은 월차를 내고 놀러가곤 했지만, 난 생리할 때쯤 월차 를 내기 위해 열심히 계산해야 했고(월차를 미리 내야 한다니 어쩌겠어) 월차를 내고 는 생리통과 싸워야했다. 생리날에는 약을 먹고 참다가 다음날 쉬기도 하고. 그러다 과장언니가 생리휴가가 왜 없냐고 사장에게 물어보았고(여자가 과장이라 가능했던 일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오니까 회사에서도 할 말이 없었는지 누군가 생리휴가를 내 기 시작하자 생리휴가가 생긴 것이 되었다. 하지만, 그 과장언니도 나가게 되었고, 생 리휴가를 내면 남자상사로부터 왜이렇게 자주 쉬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어떡하나. 아프고 힘든데...
   세 번째의 회사인 지금 나의 직장 역시 나을 것이 없다. 나는 지난 달 생리 날에 상 사에게 허락을 받고 쉬었다. 그런데 다음날 나갔더니 결근으로 처리해버렸다. 원래 우 리회사는 생리휴가는 없다는 것이 그쪽의 이야기였다. 난 이해가 가지 않아 우리 회사 사람들이 다 보는, 공지사항에 글을 올렸다. '근로기준법 71조엔 이렇게 있는데요.'라 고. 난 이사에게 불려갔고, 회사는 약간 술렁거렸다. 이사가 하는 말은 생리휴가가 근 로기준법에서 없어졌다 머 이런 거였다. 난 생리휴가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직 없어졌단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그 후에 새로 올라온 취업규칙에 생리휴가가 있음을 명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후에 지금까지 1달이 다 되어가도록 1명만이 생리휴가를 냈다. 우리회사 여직원이 10 명은 넘는데, 다른 사람들은 생리를 안 한 것일까? 사실 월차 찾아먹기도 온갖 눈치를 다 봐야 하는데, 생리휴가를 떳떳하게 쓰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사실 그 1명도 또다 시 결근처리를 해버렸다. 아직 생리휴가가 생긴 게 아니라는 말만 내려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리통으로 고생해도 참아야 되는 상황이다. 회사는 생리휴가가 폐지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IMF이후로 더 많은 회사들이 생리휴가를 주지 않거나 휴가를 쓰는 것에 대한 압력을 주고 있다. 마치 생리휴가를 내는 것이 몰염치한 행동이라는 듯한 취급이다. 여성특위에서는, 선진국에도 생리휴가와 야업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 도 없애겠다고 한다. 하지만, 선진국은 주 노동시간이 35-40시간이고 우리나라는 44시 간이다. 사실, 44시간이 지켜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야근이 없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그것도 수당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진국에는 또 한 다양한 휴가가 보장되어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제조업의 경 우 저임금의 보완수단으로 생리수당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근무환경이 이러함에도 생 리휴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단지 저임금에 더 많이 부려먹고자 하는 기업가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난 생리할 때 늘 진통제를 먹고, 생리혈을 꽉꽉 잡아준다는 생리대를 하고 다닌다. 생리대를 오래 하고 있으면 피부가 짓무르고 아프다. 진통제의 숫자는 점점 늘어난다. 생리통을 완화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따뜻한 방에 누워있으라고 하며, 몸에 좋 은 면생리대를 사용하라고 한다. 하지만, 회사를 가야하는데 그러고 있을 수 있나? 내 몸에 대한 보살핌을 포기하고 회사를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사원이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있는 회사도 드물다. 흡수를 잘 하면서 몸에 좋은 생리대도 없다. 생리통이나 월경 곤란증에 대한 연구는 다른 연구에 비해 너무나 부실하다. 우리나라의 근무환경은 너무나 후진적이다. 이들의 해결을 이야기하지 않 은 채, 모성보호조항에 대한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부분만 보고 있는 시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조항들이 과보호라는 주장도 너무 우습다. 언제 보호해줬다는 건가? 그것은 제 대로 찾아먹어 본 적도 없는 '권리'이다. 우리는 늘 주는 것만 익숙하지, 정당한 요구 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할 말은 하고 살자. 생리휴가를 달라고. 아픈 사람은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휴가를 폐지하는 방향이 아니 라 남자들에게도 야업금지 조항을 확대 적용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휴식이 있어야 노동도 있는 것이다. 온통 시간을 회사일에 바치면서, 온갖 질병을 얻 고 영양제 사다 먹고 회사를 다녀야 하는 것인가? 늘 경제 발전 논리에 뒷전으로 밀려 왔던 여성노동자들과 모든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과 건강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 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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