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상에서의 군 가산점 논쟁

이 난 다



정말 몰랐던 것일까, 인터넷 상에서 활약하던 우리 예비역 네티즌들은?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헌재의 위헌 판결에 가장 안타까워할 사람들은 다름아닌 정부와 여당 관계자라는 것을. 총선을 앞두고 난데없는 악재였다. 얼마나 억울했을 것인가? 이쪽에서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갑자기 표가 우수수 떨어지게 생겼으니. 그런 속도 모르고 수많은 남성 네티즌들은 근 10일 이상 웹상의 웬만한 게시판마다 돌진하여 전투적으로 정부 여당을 비방했었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과 장애자들은 처음부터 희망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이슈가 어떻게 끝나기 마련인지 그들은 늘 봐왔기 때문이다. 결국은 누가 결정을 하는 것인지, 힘이 센 쪽은 어느 쪽인지, 일단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할 수 있는 한 절대로 뺏기지 않을 거라는 것도.

이런 맥빠지는 결말이 결코 놀랍지는 않다 해도, 군대에 갔다오지 않은 이들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군대의 힘'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 기회였다. 그 충성과 단결의 힘! 게시판에 몰려든 남성 네티즌들이 군대 편제로 정렬하고, 군번을 확인하고, 같은 근무지에서 복무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면 이산가족처럼 부둥켜 안고, 서로 힘을 북돋아가며 "이제 전쟁이다" 라고 외치는 모습은, 아닌게 아니라 볼 만한 광경이었다. 이런 단결된 모습에 충성으로 화답하는 여당 측의 자세는 또 어떠한가?

행자부 홈페이지를 해킹하고, 헌재 사이트를 마비시키고, 여러 여성 단체와 여자 대학의 게시판을 폐쇄시키고, 수많은 토론 게시판을 점령했던 남성 네티즌 군대의 주적이 무엇보다도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 슬프다. 나와 내 친구들이 운영하는 여성 사이트 게시판에는 많은 분노한 남성 네티즌들이 몰려와 평소의 대여섯배가 넘는 게시물을 포스팅했지만 이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의 글은 거의 없었다. 어떤 여성도 그 상황에 뛰어들어 벌집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테니까. 그러나 남성 네티즌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게시판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여성을 설정하여 공격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번 사태의 본질이 남녀의 대립 구도로 요약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은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만약 남성 네티즌들의 분노가 군복무에 대한 보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대라는 제도 전반에 향하는 것이라 해도 여성이 그들의 주적이 될 수는 없다. 그들이 가장 먼저 주장해야 하는 건, 우리 나라 군대 제도 자체의 개선이 아닌가? 또한 합당한 보상이 아닌가? 이런 문제에 있어서 왜 여성이 동지가 아닌 적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분노의 대상이 엉뚱하게 여성으로 향하면서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현 상태에서 현역 군인들도 또 하나의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우리는 인정한다. 군대라는 제도와 그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비단 남성 사회에 그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체감한다. 군대 문제에 관한 한 평범한 남성이나 여성은 모두가 피해자이자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차분히 논의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합리적인 보상의 방법과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을 포함하여) 군 제도 자체의 혁신을 위해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대안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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