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의 나 - 생리 전 증후군

이 난 다



가끔 내 몸이 빵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줄어들었다가 하니까. 내 얼굴이 마당도 아닌데
어떤 때는 빨간 것들이 꽃처럼 났다가는 없어지고,
바람이 불어다니는 것처럼 마음이
이유없이 불안해졌다가 대책없이 유쾌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내 생리 주기와 관련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은 참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반복해서 겪은 다음이다.
신체적 변화들이야 눈에 보이니까 꽤 금방 깨달았지만
마음이 그렇다는 것은 최근에야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무심하고 상냥한 편이어서
다른 사람과 그다지 맘 상할 일이 없는데 어떤 때는 기어이 짜증을 내고 만다.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그런 일이 꼭 생리 일주일 전쯤 사이에 생기더라는 거다.
나는 사람좋던 예전의 남자친구와 적어도 10번 이상 헤어졌는데
싸우고 헤어진 다음날 보면 꼭 생리가 시작되는 거였다.

많은 여자들이 이러한 생리 전 증후군을 이야기한다.
갑자기 도벽이 발동한다는 건 유명한 예에 속하고
별별 희한한 이야기가 다 있지만 나는 대부분 그걸 믿는다.
내게도 달마다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곤란한
몇 가지 변화들이 있으니까

어떤 여자들은 생리 전 증후군을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라고 거부한다.
어떤 게 호르몬의 결정적인 영향인지 교육의 영향인지 환경의 영향인지 어떤 게 병 적인 건지 정상인 건지 알게 뭐냐고.
이 말도 일리가 있다. 여성을 가리켜 신경질적이라고 하고,
정당하게 화를 내는 것에 대해 생리 때라 민감한 거냐고 하고,
여성은 그렇게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중요한 일을 맡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에게 그것은 여성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근거로 이용되기도 하니까.

그러나 나는 유독 심한 내 생리 전 증후군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것은, 결국은 지나가 버리는 생리통의 통증이
아픔이 다 병이 아니고 그 역시 '정상'의 일부라는 것을 가르쳐주듯이 유독 불안하고 민감하고 비관적이고 자기만을 위하고 싶어지는 한 달 중 일주일이 역시 나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게 한다.


나는 한 달 중 일주일 동안 아픈 월경을 하고
그 전 일주일 간 민감하고 부정적이고 탐욕스러운 생리 전 증후군을 갖는다.
월경 이후의 일주일 동안은 몸이 가볍고 식물이 된 거 같이 산뜻하다.
반복되는 이 일주일 중에 어떤 것이 정상이고 어떤 것이 특별한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이러한 변화들은 자기 몸과 마음을 주의깊게 살피는 사람들만 알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이 개별적이고 고유한 어떤 것이기 이전에 더 크고 익명적인 흐름 안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는 것, 나는 그게 좋은데, 그건 내가 여자라서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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