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꿈 속의 강한 여자들
-만화가 이애림씨와 짧은 이야기.

이 난 다



인터뷰 전날 난다는 친구한테 녹음기를 빌리러 갔다. 가다가 상점에서 북실북실한 털 실로 짠 벙어리 장갑을 보았다. 까만 바탕에 자주색과 청록색으로 뾰족뾰족한 꽃들이 수 놓여 있고 팔목 중간까지 길게 올라오는 장갑이었다. 난다는 들어가서 그것을 샀다 . 내일 이걸 끼고 가면 이애림씨가 나를 마음에 들어할지도 몰라. 이애림씨가 좋아할 것 같은 장갑이었다.

이애림씨의 단편집 에는 짤막짤막한 만화 이야기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 다. 배경은 온통 별들, 나무들, 복잡한 선들로 가득하고, 인물들은 털이 많고, 덕지덕 지 붙은 근육과 살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이야기는 짧고 명쾌하다. 대부분 식인과 강 간, 살인 등에 관한 경쾌한 이야기들이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난다는 어릴 때 읽고 대학 때 다시 완역본을 찾아 읽은 '그림 동화집'을 떠올렸다. 그림 동화책의 주인공들은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고 잔인하다. 자 기 마음에 드는 것은 한점 의심없이 '가져야만' 하고 가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다. 아이들이 보는 책이 이렇게 잔인해도 되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아이 들이 이렇다. '그녀는 그것을 가져야만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불사하는 이애림 씨 의 주인공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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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 어렸을 때 동화책 많이 읽으셨어요?
애림 : 별루요.
난다 : 어쩐 일인지 동화 느낌이 많이 나요. 그림 동화의 주인공들은 이애림씨의 캐릭 터 같아요.
애림 : 제 인물들이 되게 단순하죠. 한 가지만 생각하고 한 가지만 행동하고 본능적으 로 단순한데... 제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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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의 세계는 아주 낯선 세계이다. 난다는 책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레퍼런스 목록을 만들어봤다. 내러티브는 옛날 독일 동화 같고, 그림은 뭉크 같기도 하고, 장식적이고 평평하고 부자연스런 포즈의 무표정한 사람들이 나오는 중세 유럽 회화 같기도 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이애림 씨는 난다의 장황한 질문들에 모두, 별루, 라거나 잘 모르겠는데, 라고 한다. 대답은 다 이렇다. '그냥 나 같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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