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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추잡한 우리들의 성적 취향



이 난 다


♡ 난다, 딸기 그리고 우디 앨런♡

나와 딸기와 우디 앨런은 공통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대책없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우디 앨런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것은 우리와 동일한 취향을 공유하는 전 세계의 회원들을 위한 클럽의 강령으로 쓰일 만한 것이다:

"나는 나를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클럽 따위에는 절대로 가입하고 싶지 않다." (주1)



♡(서갑숙 정도로는 비교도 안되게) 도무지 추잡한 성적 취향 클럽♡


민중 대회를 마치고 딸기와 나는 데이트(주2)를 하러 갔다. 그리고 어쩌다가 '도무지 추잡한 것이 너무나도 비슷한' 서로의 성적 취향을 고백하게 되었다. 그것은 놀랍고도 은혜로운 일이었다. '알고 보면 모두가 비슷한 사람들' 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너무나 자주 잊어버리고, 우리는 각자의 성적 취향의 지옥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지지하지만 회원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서갑숙의 책을 얼마 전에 돌려 읽고 너무 시시해서 실망했던 우리는, 이 코페르니쿠스적인 성적 발견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흩어져 있는 수많은 우리 회원으로부터 우리들이 느끼는 성적 매력의 순간의 사례들을 수집했다. 그것들은 피상적으로 보면 서로 연관이 없이 나열된 사실들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 클럽 회원의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들의 본질적인 유사성을 한 눈에 알아챌 것이다.



♡케이스 스터디♡

# 1. 1씨는 말한다;

언제나 나한테 거만하고 못되게 구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껴.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자꾸 생각하게 하는 타입 말야.
- 이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 클럽의 가장 표준적인 케이스이다.

# 2. 2씨는 말한다;

한 학교 후배가 좋아졌어. 걔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복도로 불러낸 적이 있어. 그리고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뭔가 사소한 것을 가지고 걔를 야단치기 시작했지. 그러는 동안 걔를 너무나 만지고 싶어져서 그만 때려버리고 말았어. 감미로운 순간이었어.
- 이것은 우리 회원이라면 잘 이해할 수 있는 성적 행동의 전형에 속한다.

#3. 2씨의 이야기를 들은 3씨가 말한다;

역시 그렇군. 고등학교 다닐 때 내가 버릇없는 소리를 한다고 출석부로 얼굴을 때린 선생님이 있었어. 그 때 나는 그 선생님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감 잡았었지.
- 선생님들이 자주 보이는 성적인 표현이다.

# 4. 이번엔 4씨다;

나는 극도로 건조하고 냉랭한 4-1씨를 좋아해. 어느날 그를 포함해 몇몇 회사 사람들과 술을 마셨어. 우리는 술김에 그 냉랭하여 불편한 4-1의 집으로 2차를 가자고 우기게 되었지. 그런데 그 사람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은 좋지만 담배는 반입 금지라고 정중하게 말하는 거야. 이빠이 취한 우리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어. 우리는 편의점에 들어가 히히 거리며 술과 함께 담배도 여러 갑 샀지. 그걸 본 4-1씨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럼 안녕히 가세요, 하는 거야. 그리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 역시 그는 멋지지 않니.
- 우리를 거절하는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4-1씨에게 일부러 거절당하기 위해 취하는 4씨의 행동이다. 그래서 4씨는 4-1씨 앞에서는 더욱 바보같고 경우없고 아무 생각없이 보이기 위해 언제나 노력한다고 한다.

# 5. 5씨의 이야기;

얼마 전에 5-1씨가 끼어있는 술자리에 가게 되었어. 5-1씨가 점점 좋아져버려서, 일찍 들어갈 필요도 없었는데, 적당한 핑계를 대고 빨리 일어났어. 5-1씨가 만류했기 때문에 행복했지만, 혼자 돌아오는 길이 쓸쓸했기 때문에 더욱 만족스러웠어.
- 결핍으로만 느끼는 애정. 5씨의 선택은, 애정의 감정은 늘 자족적인 거라는 우리 클럽의 지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 6. 6씨는 이렇다;

어느 날 6-1과 지나가다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어. "너 생각보다 진짜 얼굴 크다. 이 머리카락만 치워도 엄청날 거 같은데." 내 얼굴이 얼마나 큰가 확인하기 위해 6-1이 내 앞머리를 들추느라 손이 이마에 닿았어. 나는 6-1이 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 그는 정말 재치있는 사람이야.
- 우리 클럽의 스킨쉽의 대체로 이렇게 이루어진다.

# 7. 7씨의 경우;

난 스킨쉽을 원할 때, 내가 좋아하지만 절대로 그 사실 말하지 않는 7-1에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곤 해. 저번에는 7-1에게 여기 모기 문 거 봐, 하고 팔을 내밀었지. 그랬더니, 7-1은 "어디, 안 보이는데?" 하면서 손을 내밀어 만져보지 않겠어? 정신의 교묘한 부딪힘이 없는 피부만의 스킨쉽은 공허해.
- 당연하고 쉬운 관계의 스킨쉽이 얼마나 지루한가를 알고 있는 우리 회원 7씨의 지혜.

# 8. 7씨의 이야기를 들은 8씨의 말;

나는 모기에 물리면 계속 긁어. 가려운 걸 긁을 때 우리는 쾌락을 느끼지. 모기에 물린 데를 긁으면 더욱 가려워 지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세게 긁을 수 있어. 가장 좋은 것은 피가 난 다음에 생기는 딱지야. 그걸 뗄 때의 즐거움은 말할 수 없어.
- 이것은 우리 클럽 회원이 보여주는 마스터베이션의 예이다.

# 9. 9씨;

나는 애인 9-1과의 습관적인 스킨쉽이 싫어서 헤어졌어. 그 후 9-1한테 다른 애인이 생긴 후부터 우리는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지 못하게 되었지. 그 이후로 9-1과 나란히 걷는 게 너무 즐거워졌어. 다가갈 수 없는 우리의 몸 사이에 미묘한 전기가 흐르니까 말이야.
- 역시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사례.



♡ 분석과 전망 ♡

위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 클럽의 성적 취향과 행동의 특징들은 대체로 이렇게 파악될 수 있다. 혼자서 느끼는 자족성, 맘대로 생각해 버리는 자의성, 사소한 것에서 최대의 만족을 느끼는 경제성, 만족을 느낄 만 하지 않은 것에서 만족을 찾아내는 창의성, 성립된 적이 없기 때문에 깨지기도 힘든 지속성,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그 순간에 만족하는 순간성, 불가능함으로 밝혀진 뒤에야 애정으로 판정하는 불확정성과 소급성, 모든 것을 성적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성감대의 편재성.
이런 취향들이 늘 당당하게 말해지지 않는 것은 우리의 고백이 얼마나 외설적이고 자극적인 것인가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서갑숙처럼 스탠다드하고 진부한 이야기조차 가만두지 못하는 검찰이, 하물며 이처럼 외설적이고 용감한 고백에 대해 내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자기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일부러 싫어하는 척 하는 것으로 성적인 끌림을 드러내는 검찰의 행동이야말로 바로 우리 클럽의 회원이 일차적으로 공유해야 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마 검찰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보론: 딸기와 나 ♡


딸기 : 아, 대단해, 난다, 이번 경우는 정말 사소하고 비굴했어.
난다 : 야, 딸기, 나야말로 너를 존경해. 너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지 뭐. ...
난다 : 어, 저, 딸기. 그렇지만 내 이야기,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줘. 부끄러우니까 말야.
딸기 : 걱정 마, 난다. 난 이미 잊은 거야.
난다 : 야, 딸기! 어떻게 그렇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내 이야기를 잊을 수 있어?
딸기 : 아, 미안해, 난다. 난 그냥 그렇게 말했을 뿐이야. 어떻게 내가 그걸 잊을 수 있겠어? 약속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그렇다고 잊지도 않을께.
난다 : 고마워, 딸기. 나 역시 평생 그러겠어.

그래서 나는 우리 회원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딸기의 경우는 하나도 말하지 않았다. 단, 이와 같이 가장 개인적이고 조잡한 성적 즐거움의 사례를 나누면서 느꼈던 서로에 대한 끝없는 연민만 빼고. 이것이 바로 딸기와 나의 섹슈얼한 인터코스 관계이다. 앞서도 밝혔지만 내 이론에 따르면 정말 개인적인 것들은 다 섹슈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딸기와 나는, 우리의 관계를 더욱 개인적으로-즉 성적으로 만들기 위해 앞 다투어 자기의 사소하고 졸렬한 성적 즐거움들을 찾아내어 서로서로 고백해대는 것은 아닐까?



경고성 에필로그

이 글을 단숨에 쓰고 나니 기분이 몹시 좋았다. 달딸 회의실에 올린 뒤 글 중에 언급된 우리 클럽 회원들에게도 보여줬다. 그러고 나서도 난 며칠동안 깨닫지 못했다. 왜 사람들이 나에게 갑자기 박정해졌는지, 못되게 구는지. 아, 사람들은 정말 단순하다. 무작정 심술을 부리면 우리가 좋아하는 줄 알고 그랬던 거다. 그러나, 우리 클럽 회원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어떤 게 애정의 잔인함이고 어떤 게 응징해야 할 폭력인지 '동물적 본능'으로 파악한다. 애정의 잔인함은 아주 드문 것이다. 거의 운명처럼 드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를 만났을 때 이미 허락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합의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확신이 없다면, 당신이 갑자기 차가운 태도나 악의를 가장하여 우리 회원에게 지분거려봤자다. 당신의 그 서투른 음란함에 대해 조소만 돌아갈 뿐이다.

사실 나와 딸기는 지극히 예의바르고 다감하고 상냥하다. 안 그러면 너무 자극적이니까! 너무 성적이니까! 너무 문란해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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