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향한 페미니스트 윤리학

 

앨리슨 재거 / 이상화 옮김

* 96.11.2.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의 초청으로 방한 강연한 원고이다. 최근 여성 학의 쟁점과 여성주의 윤리학이 매우 탁월하게 개관되어 있다. 앨리슨 재거(Alison J agger)는 여성학자로서 (1978), (1983) 등의 저서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여성해방의 이론체계> (19 83), <여성해방과 인간본성> (1992)으로 번역되었다. 현재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여성 학과장이자 철학교수로 재직중이다.

I. 서론 : "페미니즘"과 "윤리학"에 대하여

"페미니즘(feminism)"과 "윤리학(ethics)"은 모두 논쟁의 여지가 있는 용어이다. 그 래서 나는 내가 이 용어들을 사용할 때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몇 가지를 이야기하면서 시작하고자 한다. 우선, "페미니즘(FEMINISM)"이라는 말은 크게 잘못 해석되었으며, 종종 풍자적으로 묘사되거나 왜곡되었다. 북미에서 페미니스트는 빈번히 남성들에 대 한 그들의 태도에 관련되어 정의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러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누 구인가를 시사해 주고 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풍자적 묘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 남자를 얻을 수 없는 여자들 - 왜냐하면 너무 못생겼기 때문에. - 남자를 원하지 않은 여자들 - 왜냐하면 동성연애자이고, 따라서 자연에 위배된다 고(unnatural) 생각되므로. -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들 - 왜냐하면 여자는 자연스럽지 못하므(unnatural). 또는 남자들이 누리는 특권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혹은 그 두 가지 다이므로. - 남자들을 증오하고, 그래서 매력없게 됨으로써 남자들을 "응징"하고자 하는 여 자들.

서구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해 갖는 또다른 고정관념에는 그들이 광신적이고 유머가 없으며 교조적이라는 것, 또는 엄격한 "정치적 정확성" 등이 속한다. 서구 페미니 즘은 또한 서구의 많은 유색 여성들을 괴롭히는 빈곤과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무관심 한 백인 중산층 운동으로도 간주된다. 중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몰락하기 이전에, 페미니스트들은 부르주아 개인주의자이며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고, 오로지 형식적인 평등에만 관심을 가지며, 공동의 선에 대 한 어떠한 관심도 없다고 여겨졌다. 페미니즘은 이미 온전한 평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회주의 여성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되었다. (여 기서 평등이란 사회주의 남성들과 정확히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 오늘날 바로 그 국가들에서, 이제는 대중여론이 페미니즘을 공산주의와 연관된 것 으로 본다는 사실, 그리고 동구에서는 여성들을 임금노동과 가사의 책임의 이중부담 혹은 이중 일과에 시달리도록 몰고 간 것이 페미니즘의 책임이라고 비난을 받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슬람 국가에서, 그리고 이전에 식민지였던 이른바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에서 페미니즘은 종종 서구에서 수입된 것, 부르주아적인 것, 퇴폐적인 것, 분열적인 것, 전통을 경시하는 것, 문화제국주의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페미니스트라는 용어와 관련된 이러한 경멸적인 연상들 때문에, 북미에서는 여자들 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그러나..."라고 말하고 나서야 비로소 서구 페미니 스트들이 얻기 위해서 투쟁해 온 많은 것들을 계속해서 옹호하는 것을 흔히 듣을 수 있다. 페미니즘과 성별 정의(gender justice) 요구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것은 페미니 즘이 지난 25년 내지 30년 동안 서구와 북미에 끼쳐 온 엄청난 사회적 영향을 모호하 게 한다. 페미니즘의 사회적 영향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들 수 있다.

- 여성들이 이제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만큼, 여성들의 노동력 참여가 대량 으로 증가되었다. - 여전히 여성들이 저임금 직종과 "여성화된" 서비스 직종에 밀집되어 있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적 분리가 감소되었다. - 성별임금격차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으며,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들이나 숙련된 기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큰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임금격차가 감소되 었다. - 여전히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낙태의 권리를 포함한 재생산의 권 리가 확대되었다. - 운동경기에 여성들의 참여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는 나의 딸들과 같은 젊은 여 성들이 그들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들은 더 강하고, 더 건강 하고, 성적으로 덜 대상화되었다고 (sexualized) 느끼게 되었다. - 문화적 태도에서 내 세대의 여성들에게는 현저히 눈에 띄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 었다. 나의 어머니가 입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한 옷을 입는 것이 인정된다든지, 어린 아이 돌보기를 포함해서 육아와 요리에 남자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것 등이 그러한 변 화에 속한다.

어떤 사람들은 무엇이든 그들이 두려워하거나 증오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페미 니스트라는 말을 사용하는 반면, 서구에서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그들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신념에 따라 부여 받거나 혹은 부여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명예스러운 칭호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남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거부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예를 들어 낙태의 권리를 반대하거나, 화장을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군대에 복무하는 여성들에게도 페미니스트라는 칭호를 부여하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페미니스트라는 이름표가 벌을 주기 위해서 쓰이든 혹은 명예로운 보상으로 사용되 든, 그것이 긍지의 표지이든 수치의 표지이든 간에, 그것은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하나 의 무기가 되었다.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용어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 따라서 나는 가능한 한 광범위한, 최소한의, 편향적이지 않은 정의(定義)를 선호한다. 따라서 나는 "페미니즘(feminism)"을 여성의 예속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사회운동으 로 단순하게 정의하고, 페미니스트(feminist)란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든지 이러한 사회적 목표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의가 무엇을 여성의 예속이라고 간주할 것이며, 어떻게 그것이 나타나며, 어떻게 그것을 다룰 것인가 하는 가장 본질적인 물음을 미해결로 남겨 두는 것임은 분 명하다. 내가 물음에 대한 속단을 가능한 한 적게 하는 최소의 정의(minimal definition)를 채택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무엇이 "진정한" 페미니즘이며, 무엇이 "진정한 " 페미니즘이 아닌가에 관한 페미니스트 이슈에 대해 토론을 진척시키는 것은 분열적 이며 분파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공동체로부터 배제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 때, 그러한 논쟁에서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이해관계의 개입은 엄청나게 상승한다. 그렇게 되면 논쟁은 점점 더 신랄해지고 덜 생산적이게 된다. 두번째로, 나는 그 누구도 페미니즘을 "소유하거나" 정의할 권위를 가지고 있 지 않다고 믿는다. 많은 특수한 문제에 대하여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우리 관점의 다양성을 우리 운동의 약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부함, 건강함, 생생함의 증거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윤리학 ETHICS"이라는 말도 역시 논쟁이 되고 있는 용어이다. 몇 년 전에 내가 친 구에게 "난 지금 페미니스트 윤리학에 대해 작업하고 있는 중이야"라고 말했을 때, 그 친구는 그 발상에 대해 조소를 퍼부었다. 그녀는 "여성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윤리 를 가지고 있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치학이야!"라고 말했다. 내 친구는 마르크 스주의적 윤리관념에 찬동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한 관념은 윤리를 사회지배계급 의 이데올로기, 사회통제의 도구로 해석한다. 예컨대 그것은 계급사회에서 절도와 거 짓말의 금지가 가난하고 힘없는 계급에게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향"을 끼치게 되며, 그러한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와 유비시켜 내 친구는, 이른바 좋은 여자애와 나쁜 여자애, 마돈나와 창녀 같은 구분이 서구에서 오랫동안 여성의 성을 통제하기 위해서 사용되어 온 데에서 나타나 듯이, 남성지배사회에서 윤리학은 필연적으로 여성을 통제하고 무력하게 하기 위해 사 용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친구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도덕성을 재정의 할 수 있게 해 주는 정치적 힘이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나는 내 친구가 이념의 중요성을 너무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 어느 정도로 사람들의 가슴과 마음을 얻기 위한 투쟁이어야 하며 그들의 도덕적 양심을 위 한 싸움이어야 하는가를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한다. 남성 지배는 강제적인 힘에 의해 종식될 수 없으며, 만일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전략을 채택할 페미니스트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대신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지배의 신뢰성과 정당성의 토대를 무 너뜨려야 한다. 이를 위해 도덕 비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도덕 논쟁의 필요성은 사실상 페미니스트 대중활동가들에게 인식되었으며 대학밖에 있는 - 예컨대 대중 잡지 나 소설, 페미니스트 윤리학의 대중저널까지 -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진 행된 도덕 논의 속에서 성찰되었다. 대학 내부와 외부에서 주장되는 많은 요구들 사이 에는 놀라울 만큼 뚜렷한 유사성이 있다.

II. 페미니스트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페미니스트 윤리학(feminist ethics)"이라는 표현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윤리학은 보편적인 것이며, 페미니스트에게 다를 것은 없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페미니스트 윤리학"이라는 말이 편향적으로 보일 수 있 을 것이다. 즉 도덕적 물음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답변이 단순하게 추정될 수 있는 것 이 아님은 분명하다. 양쪽 모두 페미니스트 윤리학은 무엇이 도덕적으로 허용되는가에 대한 특수한 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심적인 도덕적 개념과 도덕성의 본성에 대해 서까지도 확실히 다른 이해로 구성되어 있다고 잘못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 이 진정 실질적인 여성예속에 반대하는 윤리적 결단을 전제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결 단은 실천 윤리나 이론 윤리학에서 대부분의 도덕적 물음에 대해 특정한 답변을 수반 하기에는 너무 불확정적이다. 그것은 단지 윤리학 내에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편 견에 - 그 편견이 무엇이든지 간에 - 도전하기 위한 페미니스트적 결의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윤리학이 그 정의대로 차별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면, " 페미니스트 윤리학"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은 명백한 철학적 관심영역으로 주의를 돌리는 데 여전히 유용한 것으로 남아 있다.
페미니스트 윤리학은 실천적 차원과 이론적 차원 양쪽 모두에 작동한다. 실천적인 차원에서 토대가 되는 가정은, 여성의 예속이 도덕적으로 그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페미니스트 윤리학의 특성을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산출한다.
1. 여성의 예속을 영속시키는 행위와 실천들에 대한 도덕적 비판을 정교화한다. 2. 그러한 행위나 실천에 저항하는, 도덕적으로 정당화 가능한 방법을 처방한다. 3. 여성해방을 증진시킬 수 있는,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대안을 전망한다.

이론적 차원으로 옮겨가면, 대부분의 사회는 지배적 이념체계 속에 반영되고 합리화 된 형태의 남성 지배로 특징지워져 왔다고 페미니스트들은 믿는다. 그들은 철학도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문화적 가치절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 로 이론적 차원에서 서구 페미니스트 윤리학은 서양 도덕철학의 관념, 개념, 이론들에 그러한 가치절하가 내재해 있는 명시적 암시적 방식을 탐구한다. 여성의 도덕적 체 험은 적어도 남성의 도덕적 체험만큼 이론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신념과 가정으로부터 출발하여 페미니스트 윤리이론은 도덕적 주체와 도덕적 이성을 포함하여 도덕적 삶의 본성에 대해, 여성의 도덕적 체험을 존중하는 - 비록 무비판적은 아니지 만 - 체계적인 이해를 발전시키고자 시도한다.

III. 서구 페미니스트 윤리학의 발전

서양철학사를 통틀어 여성의 예속에 도전하고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인 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목소리들은 매우 적다. 플라톤(국가 V), 메리 월스톤크라프트(여성인권의 옹호), 존 스튜어트 밀(여성의 예속), 프리드 리히 엥겔스(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시몬 드 보봐르(제2의 성) 등의 목소리가 이에 속한다.
1960년대 후반에 서구 페미니즘이 부흥하게 되면서, 또한 철학자이기도 했던 페미니 스트들이 우리의 철학적 과제는 승인된 철학적 도구와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성별 불 평등을 폭로하기 위해 계몽적인 선구자들의 작업을 지속하는 일임을 처음으로 주장하 였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철학이 페미니즘을 돕게 하였다. 그래서 서구 페미니 스트들은 윤리학에서 여성의 예속에 대한 전통적 합리화에 도전하였고, 낙태, 기회균 등, 매춘, 강간, 가정내 성별분업 등과 같은 이른바 여성의 이슈에 대한 철학적 분석 을 제시했다. 이러한 분석에는 기존의 도덕이론과 평등, 자유, 자기결정에 대한 주요 이념들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1980년경 많은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이른바 "여성을 첨가하여 휘젓는" 윤리 학 접근방법에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승인된 많은 도덕개념들과 이론들이 그 자체로 남성편향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으며 도덕이론을 재사유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이제 나 자신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과제는 페미니즘이 철학을 돕 게 하는 것이 되었다.
서양 도덕철학 자체가 남성적이라는 시각은 여성과 남성의 유사성보다는 차이를 강 조하는 페미니스트 이론들의 격동적 물결에 의하여 고무되었다. 프랑스에서 그러한 주장을 한 사람들은 안니 레클레르크(여성의 발언 Parole de Femme, 1974), 엘렌 씨수 ([메두사의 얼굴], 1975), 루스 이리가레이(성은 하나가 아니다, 1977 ; 성차의 윤리 학, 1984), 줄리아 크리스테바(사랑의 역사, 1977) 등이었다. 미국에서는 진 베이커 밀러(새로운 여성심리학을 향하여, 1976), 낸시 쵸도로우(어머니노릇의 재생산, 1978) , 그리고 가장 유명한 캐롤 길리건(다른 목소리, 1982)과 같은 심리학자들이 여성의 도덕적 관점은 남성들의 관점과 체계적으로 다름을 보여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응답하여 많은 페미니스트 윤리학이 여성적인 것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실 천적인 수준에서는 도덕규범과 공공정책이 어떠한 방식으로 지금 여성의 특수한 본성 이라고 간주되는 것을 포용해야 하는가를 고려하게 되었다. 이론적인 수준에서는 여성 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특유의 도덕적 감수성을 명료하게 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서구 페미니스트 윤리학은 여성적인 것의 가치를 회복하는 성격을 갖는다고 흔히 생 각하지만, 사실상 이른바 여성적 도덕적 체험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태도는 매우 다 양하다. 어떤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은 성편견적인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칸트주의나 공리주의 혹은 사회계약론과 같은 정론적 윤리이론을 교정하려고 시도한다. 또 다른 이들은 여성적인 것과 연결된 가치들을 거부하고 성별화된 가치개념 전체를 비판한다. 그 결과 현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는 실천 윤리와 이론 윤리학 양쪽의 이슈에 대하 여 광범위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lV. 서구 도덕이론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현대 페미니스트들은 서양도덕철학이 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형태의 편견 을 가지고 있음을 비난한다.

1. 명시적 여성비하

서양철학에서 여성혐오의 가장 명백한 표명들은 아리스토텔레스(정치학 1), 아퀴나 스(신학대전 1), 루소(에밀), 칸트(미적인 것과 숭고한 것의 차이에 대하여), 헤겔( 법철학), 사르트르(존재와 무)와 같은 철학의 대가들에 의한 명시적 여성비하이다. 한결같이 합리성을 인간의 본질적 특징으로 간주하는 전통 속에서 이 철학자들은 여성 의 이성능력이 남성의 능력과는 다르며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여성 은 도덕적 자율성을 가질 능력이 없기 때문에 여성들의 장점은 복종, 침묵, 정절과 같은 "여성적" 미덕을 실천하는 것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들은 철학을 포함한 공 적 삶으로부터 배제당해야 하고 사적 삶에서는 예속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여성의 이익에 대한 무관심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실천윤리에서의 철학적 논의가 여성을 남성의 관심 또는 가족 이나 국가와 같은 남성지배제도의 이익에 도구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오킨, 서구정치사상에서의 여성, 1976 ; 셔윈, No Longer Patient, 1992) 예를 들어 낙태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임신한 여자를 태아를 위한 그릇이나 환경 이상 으로 취급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이익과 관심에 대한 이러한 경 시는 여성에 대한 철학적 가치 절하에 의해서 정당화되어 왔다. 현대에는 여성의 이 익에 대한 무관심은 단순히 서구 철학자들의 경솔함에 기인한다. 비록 여성철학자의 수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지만 서구 철학자들은 여전히 다수가 남성이다.

3. "여성문제(Women's issues)"에 대한 경시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은, 현대 도덕철학은 - 고대철학은 그렇지 않았지만 - 특수하게 여성에 관계되는 많은 문제들, 특히 성과 가정생활의 문제들에 대해 거의 주목하지 않아 왔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문제들은 정의(正義)의 영역 밖에 있는 사 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개념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헤겔, 마르크 스와 같이 가정이 어떠한 윤리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생각한 철학자들조차도, 가장 완 전히 인간적인 탁월성이 실현될 수 없는 영역으로 가정을 묘사한다.

4. 여성적인 것의 가치절하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서구 전통이 문화/자연, 초월/내재, 보편/특수, 마음/몸, 이성 /감정, 공적/사적과 같은 개념적 이분법을 통하여 현실을 해석한다고 주장한다. 여기 에서 보다 높이 평가되는 항은 남성성과 관련시키고 보다 낮게 평가되는 것은 여성성 과 관련시킴으로써, 전통은 여성의 문화적 가치절하를 궁극적인 현실의 구조 속에 각 인한다. 현실을 성별화된 것으로 개념화하는 것은 또한, 남성적인 것으로 정의된 그 러한 특질들을 여성들이 가질 때에만, 그리고 문화적으로 여성적인 것을 거부할 때에 만 최상의 도덕적 탁월성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르 되프, 학습 과 물레 L'Etude et le rouet, 1989) 플라톤과 밀, 엥겔스와 같이 여성의 예속을 반대 했던 소수의 철학 대가들조차도 한결같이 여성의 해방과 성취는 여성이 남성의 지위로 승격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5. 규범적인 것으로서의 남성체험

일반적으로 - 비록 완전하게는 아니라 할지라도 - 철학의 수행으로부터의 여성의 배 제는 남성 특유의 체험들을 반영하는 도덕적 관점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결 과를 가져왔다고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주장한다. 예를 들어 현대 서구 철학에서 존경 , 자율성, 평등, 공정성과 같은 가치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 간본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해에 기인한다. 즉 개인을 타자와 본질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만족시킬 수 없게 탐욕스럽고, 전형적으로 갈등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시장관계 속에서 싸우는 남성 의 체험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계약론적 도덕이론과 공리주의 도덕이론은 흔히 남성적 사유의 패러다임으로 보여진다. 서양 도덕철학은 특정한 타자에 대한 책임감 이나 배려와 같은 가치를 주변화해 왔고 때로는 비하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그러한 가치들은 상호의존적이고 제약된 불평등한 존재로서의 인간 개념을 전제하기 때문이 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에 따르면 이러한 이해는 여성들의 양육체험, 특히 어머니됨의 체험을 반영한다.

V. 페미니스트 윤리학의 새로운 방향

이 절에서는 주류 도덕철학의 결함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하면 서 서구 페미니스트 윤리학이 채택한 다양한 유형의 철학적 반응들을 개괄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때로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조차도) 이러한 반응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속한다고 믿는다. 여성들 (또는 페미니스트들)을 도덕의 전문가나 권위자로 인정할 것, 여성의 이익을 우선으로 놓을 것, 이른바 여성문제라는 것에 전적으로 초 점을 맞출 것, "남성의" (혹은 "남성적인") 자리에 "여성의" (혹은 "여성적인") 가치를 대치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의 체험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설명을 추정해 낼 것 등이 있다. 나는 여기서 이러한 반응들을 재검토함으로써 페미니스트 윤리학의 건설적인 (비판적인 것에 반대되는 의미로) 측면을 밝히고, 덧붙여 이러한 신념들이 사실은 페미니스트 윤리학에 대한 과잉 단순화된, 그래서 왜곡된 이해에 기반을 둔 잘못된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비록 서구 페미니스트가 처음에는 유럽 계몽주의의 도덕적 비전과 이론적 자원에 의 존했었다 할지라도, 페미니스트 윤리학의 최근 경향은 계몽주의적 도덕 사유에 도전하 는 철학전통을 승인하고 원용한다. 이러한 전통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德)윤리학, 마르크스주의, 심리분석학, 실용주의, 공동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이 포함된다.

1. 도덕적 주체성의 재사유

서양철학이 여성의 도덕적 주체성을 폄하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첫번째 반응은 여성도 도덕적 자율성과 합리성을 질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 다. 그러나 곧 페미니스트들은 자율성과 합리성에 대한 기존의 이해, 그리고 주체성 에 대한 이해까지도 문제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자율성에 관련하여 보면, 페미니스 트들은 여성들도 남성 지배와 성별화된 인성의 사회적 구성에 협력하고 있음을 주목하 며, 이를 통해 선택이 사회화될 수 있고 동의가 조작될 수 있는 많은 방식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맥키넌, Feminism Unmodified, 1987 ; 마이어즈, Self , Society, and Personal Choice,1989) 페미니스트들은, 자율성은 상정되는 것이 아 니라 복합적인 물질적 사회적 전제조건과 더불어 성취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도덕철학의 결함을 지적한다. 자율성에 특권을 부여하는 도덕적 주체성의 개념 은 특히 유럽 계몽주의의 특징이다. 그러한 주체성 개념은 전형적으로 신체가 없고 비사회적이며 통일된, 그리고 본질적으로 다른 모든 자아들과 유사한 데카르트적 자아 모델로부터 유래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러한 자아개념에 도전하는 마르크스주의, 심 리분석학, 공동체주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전통이 갖는 통찰을 수용한다. 그러나 그들은 특히 계몽의 주체가 남성적 체험을 반영하고 남성적 이익을 증진시키 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도덕적 주체성의 계몽주의적 개념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불만은 부분적으로는 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몸은 페미니스트들에게 흔히 여성 예속의 열쇠로 간주된다. 몇몇 페미니스트들은 이러한 예속이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통제, 특히 여성의 출 산과 성적 능력에 대한 남성의 통제에 의해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 속은 여성의 전통적 과제인 몸가꾸기와 세대재생산에서 표현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서양철학에서의 여성과 몸의 상징적 연결은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적 배치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합리화하고 재강화한다고 본다. 몸으로부터 시작하는 철학적 성찰은 데카르트주의에 의해 강조되는 인간본성의 측면 과는 아주 다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즉 무시간성과 무위치성보다는 시간 성과 상황에 의해 한계지워짐을 부각시키고, 불변성보다는 성장과 쇠퇴를, 보편성보다 는 특수성을, 고립성보다는 사회성을 부각시킨다. 인간의 구체적 신체성에 대한 주목 은 또한 도덕심리학에 대한 함의를 갖고 있다. 몸을 가진 도덕주체의 정체성이 특정 한 사회 관계 -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부모노릇, 나이, 혹은 성과 같은 육체적 특징에 부착된 사회적 의미에 의해 규정되는 - 에 의해 구성되는 한, 그러한 대상은 의무에 대한 추상적 관심에 의해서보다는 애착에 대한 고려에 의해, 존경보다는 배려에 의해, 권리보다는 책임에 의해 동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 신체성이 갖는 함의에 대한 도덕적 성찰은 불평등, 의존성과 상호의존성, 특수성, 사회적 자리와 역사적 공동체 같은 것들이 인간 사회생활의 영속적인 모습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 준다. 또한 그러한 성찰은 오로지 평등, 자율성, 보편성, 고립된 개인들, 이상적 공동체 혹은 보편적 인간의 조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론들이 적절하게 언급할 수 없는 윤리 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자아와 도덕성에 대한 여성들의 전(前)철학적 이해는 정확히 앞의 관심들을 핵심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지배적인 계몽주의적 이해와는 다 르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 인식론적 관점에 대한 네오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을 발 전시킨 페미니스트들이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지만(스미스, "Women's perspective as a Radical Critique of Sociology", 1974 ; 하트삭, Money, Sex and Power, 1983), 그러한 주장이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특히 캐롤 길리건의 저서에서 나타났듯이 심리학 적 형태로서이다. 여성들과 소녀들은 그들 자신이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경향 이 있으며, 고립과 포기를 두려워하는 반면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타자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보고, 연결과 친밀성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길리건은 주장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자아를 관계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여성들에게 도덕적으로 중대한 관심사는 남성들의 관심사와 다르게 된다. 즉 자아를 관계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여자들에게는 권리의 갈등에서보다는 책임의 갈등에서 도덕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해는 관계를 교정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게 만들며, 존중하 는 방임보다는 적극적인 보살핌을 실행하게 하며, 평등, 존중, 권리, 정의와 같은 비 인격적 원리를 넘어서서 특수한 타자에 대한 보살핌, 신뢰, 애착과 사랑을 우선시하 게 한다. 길리건이 표현한 것처럼, 여성들은 보실핌의 윤리를 위하여 정의의 윤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많은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이 이러한 자아에 대한 이른바 여성적 이해를 수용하여, 도덕적 주체성에 대한 관계적 이해는 원자적 자아의 모델보다 경험적으로도 더 적합할 뿐 아니라, 더 잘 용인될 수 있는 윤리학을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윗벡, "Fem inist Ontology", 1983 ; 벤하비브, "The Generalized and the Concrete Other", 1986 ) 한편 다른 일군의 페미니스트들은 합리적 통일적 정합적인 주체의 포스트모던적 해 체를 설득력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주체성을 파편화되고 다수적이며 담론적으로 구성 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윤리를 우연적인 국지적 관행 이상의 것으 로 보는 모든 윤리개념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며, 따라서 모든 형태의 남성 지배에 반대하는 것을 특징으로 삼는 페미니스트 윤리학을 또한 문제시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 다. 서구 페미니즘은 유럽 계몽주의의 딸이다. 따라서 페미니스트 윤리가 도덕적 정치 적 행위자에 대한 계몽주의적 이해로부터 얼만큼 멀리 떨어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 분명하다.

2. 도덕적 이해의 심화

페미니스트들은 실천적 윤리에서 일어나는 많은 논쟁에 여성의 편에 서서 개입함으 로써 도덕철학이 빈번히 범하는 여성이익에 대한 무관심을 치유하려고 시도해 왔다 예를 들어 낙태에 관한 논의 속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임신한 여자는 태아를 위한 용기 나 환경 이상의 것이라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 시작되게 된 사 회적 상황을 문제시하고, 또 임신이 시작되면 왜 여성들이 그렇게 자주 낙태를 원하게 되는 이유까지도 문제삼는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통해 페미니스트들은 거의 예외없 이 태아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철학적 논쟁의 지평을 넓히려고 노력해 왔다. 가장 분명한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이러한 개입이 겉으로 성별 중립적인 것 같이 보 이는 많은 이슈들이 사실상 성별화된 차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 보여 주었다는 점 이다. 피상적으로는 성별 중립적으로 보이는 문제들, 예컨대 전쟁, 평화, 기근과 같은 문제들도 흔히 여성에게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전쟁과 기근은 남 자들보다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그들이 더 연약하고 위기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이 더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른바 평 상시에조차도 여성들은 군대나 군사산업에서 일을 얻을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반면 , 사회복지로부터 나온 돈을 다 소모해버리는 군비지출로 인해 남성들에 비해 더 큰 고통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기 페미니스트들의 실천윤리학 논문들은 여성 일반에 대한 증명되지 않은 일반화 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글들은 특정한 연령, 인종, 계급, 성 을 가진 여성 (혹은) 남성이 있을 뿐 여성(남성) "일반" 또는 여성 그 자체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성별의 문제는 동시적으로 다른 사회적 범주들까지도 의문시하게 된다 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이른바 대리모의 성별적 측면에 대한 최근의 페미니스트 논의 들은 이러한 논쟁이 인종, 계급, 장애, 규범적 이성애와 같은 문제들까지도 포함한다 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깁슨, "Contract Motherhood : Social Practice in Socia l Context", 1992) 페미니스트들의 참여는 이전에는 무시되었던 (실제의) 많은 도덕문 제의 차원들에 관심을 돌림으로써 실천적 윤리학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3. 도덕철학 영역의 확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1960년대의 슬로건에서 영감을 받아, 서구 페미니스트들은 도덕철학이 사회적 삶을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으로 분리하는 개념적 이분화를 통하여 특정 이슈의 배제를 정당화한 것에 도전하였다. 페미니스트들은 공/사 이분법이 사실상 성별화된 것임을 지적한다. 즉 여성은 공적이라고 개념화된 것으로부터 배제되어 왔고 사적이라고 정의된 것에 국한되어 왔기 때문에, 예를 들어 가구의 우두머리는 전형적으로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상징적으로 여성적인 것과 연관 되게 되었다. 페미니스트들은 가사영역의 주변화는 철학적으로 임의적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가정적 삶은 공적인 삶과 꼭 마찬가지로 완전히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주변화는 가사노동의 분업에 대해 정의의 문제를 제기하는 개념적 자원들을 거부함으로써 남성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는 가정에서 여성들이 하는 일의 경제적 중요성과 창조성을 모호하게 하며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 내에서 혹사당하는 것을 은폐하거나 합법화하기까지 한다. 가사영역을 조직하는 일은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사회적 삶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유일한 측면은 아니다. 다른 측면들로는 성, 의무적인 이성애, 강간, 대중 매체와 여성에 대한 포르노적 묘사와 재현, 육체의 이미지와 패션을 포함한 자기 표현, 여성의 예속을 강요하고 재강화하는 언어의 역할 등이 있다. 30년 전에는 이러한 것들 중 어느 것도 합법적인 도덕적 관심사로 간주되지 않았다. 서구 페미니스트들은 도덕철학에 대해 새롭고 성별화된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여성 문제"라는 개념에 대하여 논쟁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특정한 문제들이 여성만 의 문제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그러한 문제들이 여성의 중대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자연적이거나 불가피한 무엇인가가 있음을 거부한다. 비록 서구 여성들이 개인적 관 계에 대해 남성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국제적인 정의에 대해 더 적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흔히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것은 여성들이 가진 어떠한 본 질적인 기질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여성들이 삶의 한 영역(공적 영 역)에서는 거의 배제되고 다른 한 영역(사적 영역)에 대해서만 책임을 갖거나 거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문화적으로 부과된 여성들의 상황을 반영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른바 "여성의" 도덕적 문제 혹은 공공정책적 문제들은 이른바 "남 성의" 문제들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며 더욱이 "인간의" 문제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점점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다. "여성문제"라고 흔히 범주화되는 이슈들은 사실상 남 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남성과 여성의 삶은 항상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 어 아이 돌보기나 낙태는 하든 안하든 간에 여성에게만큼이나 남성의 삶에도 의미심장 한 영향을 미친다. 남자들도 가정적, 성적, "개인적" 관계에 관여되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경제, 과학, 그리고 군대에까지도 관여되어 있다. 비록 전자는 여성적인 것으로, 후자는 남성적인 것으로 상징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스트 실천윤리는 도덕적 문제에 국한된 협소한 하위집합과 동일시될 수 없다. 그와 반대로 페미니스트들은 도덕적 문제라고 인정되는 것들의 성별화된 측면을 드러내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인식되지 않았던 윤리적 문제들이 무 엇인지를 밝혀내었다. 페미니스트 윤리학은 도덕적 논쟁을 확대하였을 뿐 아니라 심화 시켜 온 것이다.

뒤로 이어짐




다음자료로 상위메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