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안녕하세요. 호호아줌마입니다. 너무 늦었죠? 어떤 독자분은 제가 우울증에 대한 글을 쓰다가 혹시 우울증에 걸려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더군요. 호호. 우울한 일들이 있다고 해서 다 우울증이 된다면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 수 있겠어요?
아마 여러분들은 특히 여성이라면 모두다 한번 쯤은 '우울증'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이 있을 거예요. 세상이 별로 살 가치가 없다고 한 번쯤 느끼지 못했다면 사실 이 시 대의 여성으로 살았다고 보기가 어렵죠. 게다가 우리 주위에는 또 얼마나 우울증 걸리 는 것이 당연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널려있나요? 각종 폭력과 권위, 그리고 무관심은 곳곳에 노출되어 있죠.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 우리의 어머니들이 있구요.
어쨌든 오늘 제가 쓰려고 하는 글은 지금까지 썼던 것과는 조금 성격이 달라요. 몸에 어떤 질병이 생겼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는 문제와 더 가 까우니까요. 그렇지만 앞으로 보게 되듯이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가 짐'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답니다. 그럼, 이제 우울증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할까요?

Q: 도대체 우울증이 뭐죠? 우울하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다 한 번쯤 가지고 있는 경험이 아닌가요?

A: 맞아요. 누구나 한 번쯤은 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하죠. 의사들의 정의 에 따른다면, 우울증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상의 삶에 대하여 흥미를 느끼지 못하 고 절망하는 것, 즉 사는 맛을 알지 못하는 정신장애를 말해요. 이에 대한 진단 기준 이 몇 가지 있어요. 먼저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나타나야 하죠. ① 우울한 기분, ②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③ 피로감의 증대와 활동성 저하를 초래하는 기력 저하. 이 세 가지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에요. 그 외에도 우울증은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하 게 되는데, ① 집중력과 주의력 감소, ② 자존심과 자신감의 감소, ③ 죄의식과 쓸모 없다는 느낌, ④ 미래를 황 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봄, ⑤ 자해나 자살행위 혹은 생각, ⑥ 수면 장애, ⑦ 식욕 감퇴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이죠.

Q: 음…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기준이 모호해서야. 그럼, 우울증에 걸린 것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요?

A: 위에서 말한 전형적인 증상 3가지가 있다면 일단은 우울증인 셈이에요. 하지만 우 울증이 병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2주 이상' 같은 증상이 지속되어야 해요. 다시 말해 우울한 기분과 흥미 상실, 피로감의 증가가 적어도 보름 동안은 매일 계속되고, 그로 인해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야 하죠.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해보고 싶다면 첨부한 진단표를 통해 체크해 보세요. (우울증 진단 기준) 어떤 연구에 따르면 일생동안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모두에게 30%나 된다고 해요. 실 제로 성인 10명 중 1명은 일생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하죠. 하지만 우 리는 대부분 병원에 가지 않죠. 왜냐하면 병원에 가야 할 만큼 그다지 생활하는 데 어 려움을 느끼지 않거나 병원에 갈 만한 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직 우리나라에 서 정신과에 찾아가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에서나 경제적인 문제에서나 그다지 쉬운 일 은 아니니까요.

Q: 우울증은 어떻게 생기는 건가요?

A: 우울증의 원인, 증상, 생화학적인 기전, 치료 반응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충분히 밝 혀진 것이 없어요. 그래서 병원에서도 우울증에 대해 체계적인 분류표를 만들기가 어 려운 실정이죠. 단지 임상적으로 어떠한 증상들이 주로 나타나고 또 어떠한 약물들이 효과가 있는지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에요. 우울증은 그 사람이 어떠한 환경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성격이나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임상적인 증상에서나 그 심한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죠. 보통 우울증을 구분할 때는 신체증상이 있느냐 없는냐, 그리고 정신병적 증상이 있느 냐 없느냐로 구분해요. 신체증상은 수면 장애, 식욕 및 성욕 감퇴, 체중 감소 등의 증 상을 말하는 것이고, 정신병적 증상은 망상, 환각 등을 말하는 것이죠. 심각한 정도에 따라서는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구분은 그 사람이 일상적인 업 무나 사회생활을 계속해 나가는데 얼마만큼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루어 져요.

Q: 듣기로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우울증에 걸린다고 하던데, 그건 왜 그런가 요?

A: 우울증은 실제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2배나 높게 나타나요. 우울증 발병 환자의 60- 90%가 여자라고 보고되고 있지요. 그 이유로 이야기되는 것들은 다양해요. 예컨대 호 르몬의 차이나 출산의 영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이에 대해서 확실한 연구 결과는 없어요. 그 외에도 남녀가 사회생활에서 서로 다르게 경험하는 것들의 영 향도 무시할 수 없고, 어렸을 적부터 자존심이나 자아감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갖게 되는 차이도 있죠. 의학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습득된 절망감의 행동 모델'이라는 것인데,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보고 느꼈던 절망감이 자신에게 또 하나 의 모델로서 반복된다는 것이죠. 정말 슬프고도 짜증나는 이야기죠. 도대체 우리는 어머니에게서 보기 싫었던 절망감을 왜 똑같이 갖게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해 요. 세상은 계속 여자들이 자신감과 기쁨보다는 자책감과 우울증을 갖기를 바라기 때 문이죠. 그래야만 여자들을 무시하기가 쉽고 모든 탓을 그녀에게 돌림으로써 자신의 허약함을 변명할 수 있으니까요.

Q: 저는 보통 때는 우울하지 않지만, 술만 마시면 심하게 우울해지고 심지어 자살 충 동도 느끼는데 이것도 우울증인가요?

A: 우리는 '우울하다'라고 느끼면 쉽게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요. "너 우울증 아니야? "란 말도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구요. 하지만 '우울하다'라는 느낌이 상당 기간 지속 된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은 아니에요. 우울증과 비슷한 증세를 나타내지만 우울증이 아닌 경우를 몇 가지 말씀드릴께요.
먼저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생리적인 효과로서 우울한 기 분이 들 수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그 질병이 낫거나 질병과 관련된 약물 사용이 중단 되면 우울한 느낌이 사라지게 되지요. 그리고 알콜이나 담배, 아편류, 진정제, 수면제 등의 복용으로 인해서 우울한 기분이 나타날 수 있어요. 만일 이러한 종류의 약물을 복용한 후에 우울한 기분이 나타나는 것이라면 우울증은 아니에요. 물론 가족 중에 우 울증 환자가 있거나 아니면 자신이 과거에 우울증에 걸렸던 경험이 있어서 약물을 복 용하게 된 경우라면 예외가 되겠죠. 그 외에도 우울한 기분을 야기시키는 것으로는 치 매나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 인한 애도 반응, 정신분열병, 불안 장애 등이 있어요.

Q: 저는 진단 기준으로 볼 때도 확실히 우울증인 것 같은데요, 그럼 병원에 가서 치료 를 받으면 완전히 없어지나요?

A: 만일 첨부해 놓은 우울증 진단 기준으로 볼 때 우울증이라고 생각된다면 병원에 가 볼 수 있겠죠. 조기일 경우 보통 병원에서는 3개월 정도 치료를 하는데 그러면 대체 로 회복돼요. 치료하지 않으면 보통 6개월에서 13개월 정도 우울증이 지속되죠. 병원 에서의 치료방법은 대체로 약물 투여예요. 이른바 항우울제를 주죠. 3개월 정도는 지 속적으로 먹어야 해요.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그 이후에도 2-4 회의 우울증이 재발할 수 있고, 6-10년 후에는 조증이 나타난다고 해요. 아마도 이것 은 항우울제 투여로 인한 약물 효과 때문이겠죠.
기본적으로 모든 우울증은 만성적이고 재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처음 우울증이 어서 병원에 온 사람도 1년 안에 50% 정도 회복되지만, 그 이후에 5년이 지나도 완전 히 회복되지는 않아요. 약 10-15%는 남아있게 되는 거죠. 이 정도의 우울증은 보통 심 하지 않기 때문에 '기분부전증'이라고 불리는 데 장기간 우울한 기분이 경미한 상태로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죠.
우울증의 재발은 환자들에게 있어 매우 흔한데,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25%가 재발하고 , 2년 내에 30-50%, 5년 내에 50-75%가 재발해요. 일반적으로 재발이 많아질수록 재발 간격이 짧아지고, 증상이 심해진다고 해요.

Q: 그렇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나 받지 않나 그다지 차이가 없네요?

A: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죠. 어차피 태어났다면 가능한한 '잘' 살아야 할 필요는 언 제든지 있는 것이니까요. 치료를 받아서 얼마만큼이라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서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설령 나중에 재발을 한다 하더라도 치료를 받아야죠. 우울 증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요.
물론 나는 병원에 가는 것을 그다지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만일 주위에 우울증이 보 이는 친구가 있다면 우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병원에 가서 받는 치료 중 상담이 있는데, 왜 우리가 정신과 의사 대신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해 줄 수 없나요? 그 친구는 병원에 가기 위해서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엄청난 상담비를 내야 하고, 또 정신병원 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될텐데 말이에요. 만일 누 군가와 지속적으로 따뜻한 관계와 믿음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아마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치료 방법이 될 거예요.
하지만 우울증은 그렇게 가벼운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마 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 요. 아주 심한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해야만 그 사람을 보호할 수도 있구요.

Q: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치료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정신과에서 이루어지는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 정신 치료, 그리고 전기 경련과 같 은 기타 치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만일 우울증 환자가 자살의 위 험이 높거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 우울증으로부터 초래되는 식욕부진 증이나 탈수증이 동반되거나 여타 내과적 질병이 있을 때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해요.
정신 치료는 대개 가벼운 정도 내지 중간 정도의 우울증일 경우에 사용되죠. 이른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말하는데, 환자 자신에게 향한 분노 감정을 적절히 다루고 이 해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주어서 우울증으로부터 회복되도록 하는 거죠. 그 외에도 환자 의 장점을 살리고 고통을 같이 나누며 병이 결국 호전될 것이라는 것을 믿도록 도와주 거나, 교육을 통해서 부정적인 사고를 변화시키고 대인 관계를 보다 잘 할 수 있도록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 등이죠.
그렇지만 우울증 치료에는 기본적으로 약물이 사용되어요.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항우울제인 이미프라민(imipramine)이 1958년에 개발된 이래 많은 약물이 개발되어 왔 고, 우울증 환자의 60-80%에서 호전을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어요. 이들 약물들의 항 우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한 4-6주간은 투약되고, 이후에 약을 끊을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 1-2주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지요.
그 외에도 우울증 치료로는 전신마취와 근육 이완제 사용이 있어요. 전기 충격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는 자살이나 타살의 위험성이 크거나 약물을 복용하기가 힘들거나 신체 쇠약으로 약물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경우에 사용되죠.

Q: 주변 사람이 우울증 증세를 보일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요?

A: 심각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가벼운 우울증이거나 여타 다른 정신병적 증상 이 없는 경우에는 우울증이 아주 쉽게 치료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뒀으면 해요. 이 러한 경우는 병원보다 주변의 사회적 요인들이 치료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 예컨대 신뢰할 수 있는 친구 관계가 있고, 이해심많은 가족들이 있으며, 안정된 사 회적 직업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보다 수 월하겠죠.
만일 당신이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친구라면, 가장 먼저 당신은 '신뢰할 수 있 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겠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당신이 노력한다면 충분히 정신과 의사 못지않은 역할을 그 친구와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말을 오해하진 마 세요. 당신이 그 친구에게 적절한 약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만일 어머니가 우울증 증상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친구 하나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우울증에 걸려 있었어요. 그 친구에겐 딸이 하나 있었는데, 처음에 그 딸은 자기 어머니와 15분을 채 이야기하지 못했죠. 왜냐하면 어머니는 딸과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지속할 수 없을 만큼 말끝마다 자책과 눈물을 보였으니까요. 어 느날 그 딸이 내게 상담을 요청해왔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었죠. 내가 충고한 말은 "그녀가 네 어머니라는 것을 잊어"였어요. 우리가 어머니의 우울증 치료 를 돕기가 어려운 것은 대개 그녀의 삶이 나의 삶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녀를 돕고자 한다면, 그녀의 딸이 아니라 친구 가 되어야 해요. 그래야 조금 더 너그러워지니까요. 어쨌든 그 이후로 그 딸은 자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충고를 하는 것에 조금은 편안해졌죠.

우울증에 대해서는 사실 할 이야기가 끝이 없어요. 지금 글을 마치지만 마음 속엔 아쉬움이 가득하네요. 오랫동안 미뤄둔 것이었던 만큼 더 잘썼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제 가 당분간 글을 못 쓸 것 같아요. 7월부터 12월까지 중국 만주 지방에서 살게 되었어 요. 혹시 장춘이라는 도시를 아시나요? 그 옆의 조그만 시골 마을이에요. 전기는 들어 오지만 마을에 전화가 단 한 대뿐이어서 인터넷 사용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봐야죠. 어 쨌든 섭섭하긴 하지만 갔다 온 뒤의 더 좋은 글을 기대해주세요. 그럼, 6개월 동안 안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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