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에 있어서의 페미니즘 모델
솔직히 나는 의료행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그 활동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 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의료 행위는 이 책에서 말한바와 같이, 과학기술과는 약간 다른 면을 가 지고 있다. 사람들을 상대하고, 환자와의 상호관계를 통해 질병을 이겨낸다는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특 징에도 불구하고.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들의 사회 역시 남성중심적이고, 상하 구조가 견고하다. 여의사들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의사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은 별반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여성 건강에 있어서 생의학적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는 페미니즘 모델을 언급한다. 질병을 복합적인 것으로 바 라보지 않고, 육체의 어느 기관에 발생한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인 생의학적 모델은 실질적인 치료가 될 수 없 다고 말한다. 페미니즘 모델은 단지 '병을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이는 상당히 흥미있는 주장이며, 생식과 여성미를 다루면서 더 심화되어 나타나있다.

여성과 기술
여성과 기술은 어울리지 않은 것인가? 한무리의 에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은 자연이며, 기술은 자연을 파괴 하고 임의로 이용하려드는 남성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여성과 기술의 관계는 소원한 것인가? 나는 이러 한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중 하나이다. 내가 엔지니어가 되기를 원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난 내가 남성적인 것만을 추구해왔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술과 여성인 내가 주고 받을 수 있는 여지 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은 기술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기술과 동떨어진 본성을 지녀서 근본적으로 기술과 친해지지 못하는 것일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이 책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몇가지 해답이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살펴본 연구들은 여성을 기술로부터 소외시킨 메커니즘이 남성 주도의 사회.문화 속에서 형성된 각 종 제도적. 이데올로기적인 장치였지 여성의 본성 또는 삶이 실제 기술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기술이 본질적으로 여성에 대해 억압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제 여성들도 기술에 접근해야할 때가 되었다. 아니 조금 늦었는 지도 모른다.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거나 기 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접어야 했던 호기심들과 다양한 시각들을 과학기술에도 쏟아내어야 할 때가 되 었다.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여성적이지 못한(남성적인) 과학기술"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모교수님의 글처럼 막연한 낙관주의를 갖고 있다. 그래도 앞으로는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기 대가 있다.
한 무리의 미국 교수들이 21세기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야기 하면서 여성의 비율이 이렇게 낮아서는 발전이 없다고 했다나? 그들의 기대만큼 여성의 시각이 기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성적인 남성에 의한 과학기술보다는 좀 다른 모습을 갖게 되지 않을까

정치적으로 올바른 여성과학자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14 명의 여성 과학자들의 짤막한 전기가 실려있다. 우리나라 분은 한분밖에 없지만, 14분 모두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저자의 의도가 들어있어서일까 정말 업적에서 뿐만아니라 올바른 가치 관을 가진 분들이다. 한분 한분의 얘기를 정성들여 읽어보면 그들의 삶에서 과학과 기술의 의미와 기존의 관 념에 대한 그들의 도전 의식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과학기술과 여성이라는 문제는 평생 갖고 가야할 과제이다. 이 책이 나의 시각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기쁨을 나눠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편견을 딛고 과학기술을 공부하 거나 관계된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우리는 이방인이 아니다. 우리는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이 아니다"라는 자신감 갖자고 말하고 싶다. 그 자신감을 얻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딸세포 7호 메인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