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러 날 지났네요. 산에 갔었어요.
먼 데 있는 산에 갈 계획이었는데, 가까운 데 있는 산에 갔어요.
자주 가는 산이라 눈이 온데도 무섭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눈길에서 열한시간을 걸었어요.
자주가는 길이 아닌 길로 들어섰거든요. 아무도 밟지 않아 무릎까지 빠지는 길을 걸어서, 여기 어디서 내가 죽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산에서 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행이 있었다는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배가 고파서 사탕이고 초콜릿이고 마구마구 먹어대면서, 결국에는 젖어버린 등산화로 미끄러지면서 그렇게 걸었어요.
산에 가면 항상 같아요. 오르는 길은 한시간이건 두시간이건 죽을 것 같다가, 그 다음은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지죠. 그 두시간만 지나면, 다음은 같아요. 열시간이고 열한시간이고 걸을 수 있어요.
'눈길을 열시간 걸었어'라고 말하는 걸 들어서 놀라운 것은, 포기하고 싶은 그 두시간을 넘겼기 때문이지요.
산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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