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8 번 글: 프로필 |
| 글쓴이: 울트ㄹㅏ |
글쓴날: 2002년 10월 20일 23시 02분 |
읽은수: 3426 |
이렇다 할 배경 없음.
갖춘 실력 없음.
변변한 직장 경력 없고
내놓을만한 업적도 없음.
출중한 외모와도 거리가 멀고,
갈고 닦은 것은 고작
못생긴 손가락 핸디캡 때문에 생긴
신경질적으로 빠른 워드뿐.
그 흔한 운전면허도 없고
토익 구백점은 커녕
친구따라 접수창구 가본 일조차 없는
구리구리 생날라리 깡통대가리.
오만나라 다 통하는 파워풀 잉그리시
지껄이는 영어라곤
맥도날드 더블버거 양키는 고홈,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젖가슴 궁둥짝 척척 달라붙는 유니폼
억압의 상징이니 지랄하면서
절대로 절대로 너네같이는 안 산다
게거품 입에 물고 잘난 척을 해대더니
꼴조타, 구질구질 이력서가 꼴조타
할 말 없음 입 닥치고 빈 줄로 두지
죽어도 꽥이라고 별 게 다 자랑이다
일본어과 기웃거리다 부하뇌동 우왕좌왕
심심풀이 오징어땅콩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본어능력시험 일급이다 어쩔래
번역가협회서 스테끼 노나 먹고
나도 번역가다 어쩔래
기껏해야 돈 백만원 기자랍시고
배보다 더 큰 배꼽 내보이면서
빵꾸난 지갑 너덜너덜 흔들면서
밤을 새 잘도 놀았다 어쩔래
이제 와서 고쳐 쓸 수도 없고
지우개로 빡빡 지울수도 없고
은근 슬쩍 말을 바꿔 볼 수도 없고
부끄러워 미치겠어
속이 상해 죽을 것 같애
머리카락 쥐어뜯으면 어쩔래
모처럼 담담하게 겸손하게
고갤 수그리고
거울 속 마음 속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원하는 대로 내 마음대로
한 번 써본다_
31세_ 애가 하나 있음.
돈이 필요함.
직장 구함.
시키는 일 열심히 함.
자존심 내다버림,
회수의사 없음_
▣ 울트ㄹㅏ - 최근 한 열 곳, 프로필을 뿌려봤다. 연락이 없다.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 돼버린 것 같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술을 쳐먹고 횡설수설 계획이니 나발이니 거창을 떨었다.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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