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번 글: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
| 글쓴이: 툴툴이 |
글쓴날: 2000년 10월 24일 20시 49분 |
읽은수: 1656 |
어제 꾼 꿈이다.
나는 고립된 어느 작은 섬의 동굴 속에 있었다.
그곳에는 열 명쯤 되는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흘끔거리면서 말없이 붙어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분명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묘하게도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었던 것 같다.
나머지는 모두 백인이었다.
하지만 그건 신경쓸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지리라는 불길한 예감이었다.
기분이 섬찟했던 나는 이유를 알아보고 내뺄 작정으로 옆에 앉아있던 음침한 여자에게 얼른 물었다.
"무슨 일이죠? 왜 여기 모여있는 거예요?"
"그 놈이 와.."
그 놈이라니.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야.
정확히 누구냐고 물으려던 찰나에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나더니 칼을 잡고 들어왔다.
으악! 제이슨이다아아아아!!
그렇다. 놈은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유명한 제이슨이었다.
놈은 칼로 사람들을 마구 푹푹 쑤시며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바로 곁에서 사람들이 아무 반항도 못한 채 피흘리며 픽픽 죽어가는 광경을 난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잔인하고 차가운 웃음을 띄우며 살육을 하는 놈에게서 그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자 정신없이 동굴 밖으로 나갔다.
살아야겠다는 일념하에 필사적으로 내달렸지만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작은 섬(그것도 숲은 커녕 덤불조차 없는 최악의 섬이었다)안에서 어디로 숨는단 말인가.
놈이 곧 올텐데 어쩌면 좋지.. 이럴때 누가 좀 도와줬으면..
그 때 구원처럼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바로 X파일에 나오는 멀더와 스컬리 일행이었다.
"도와줘요! 멀더!"
그러자 그가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우리가 녀석을 잡아낼테니."
스컬리도 말했다.
"어떤 녀석인지 다 알고 왔으니까 문제없어요."
하지만 난 불안했다. 아무래도 그러다가 둘다 죽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권총 하나만 달랑 들고 설치던 두 사람은 맥없이 제이슨의 무지막지한 손아귀에 피흘리며 죽었다.
역시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울부짖으며 아슬아슬하게 놈을 뒤로 하고 달리던 나는 뭔가에 걸려넘어졌다.
바로 아까 내가 물어봤던 여자의 시체였다.
공포에 경직되어 눈을 크게 뜬 창백한 얼굴.
이제 제이슨은 웃으며 다가왔고 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너무나 생생하고 또렷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마치 한편의 공포 영화를 관람한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공포지수는 몇 배가 되서 스릴 만점이었지만.
정말 이렇게 영화같은 꿈은 처음이었다.
이왕 꾸려면 달콤한 멜로물로 꿀것이지 왜 하필 공포냐.
게다가 사람이 죽어나가는 꼴이라니 내가 이렇게 잔인한 걸 좋아하는 인간이었나.
개꿈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꿈의 원인을 생각해 보려고 했다.
원인은 역시 공포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왜 오래전에 본 제이슨이 나온걸까.
별로 무섭다거나 인상깊게 봤던 인물도 아닌데.
얼굴이 보일턱이 없는데 얼굴도 보고(놈은 가면을 쓰고 다니니까).
아아- 알게 뭐람. 다신 꾸고 싶지 않은 꿈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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