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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번 글: 난다씨와의 대화 -- 생활의 지혜 11. 일기
글쓴이: 무넝이 글쓴날: 2002년 07월 22일 00시 55분 읽은수: 8750
11. 일기

이난다

나는 오늘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스레인지 옆의 기름때를 벗겨내고, 변기 청소를 했다고, 어렵게 어렵게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지난 계절의 옷들을 접어넣고, 이불을 걷어 햇볕에 널었다고, 나날의 내 일기는 기록하고 있다. 나는, 날마다 계속되는 이 자질구레한 일들을, 무슨 새롭고 중요한 모험이라도 되는 듯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 하찮아 보이는 일들이야말로 내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헤르메스의 기둥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나 자신과 내 주변에 대한 의무이다. 내가 몸이 아프고 피곤하고 우울하다는 이유로 이 일들을 게을리하기 시작하면, 내 주변의 것들이 모두 병들고 결국 나에게로 돌아와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내가 무릎이 아파서 청소를 못하는 동안 참혹한 전장이 되어버렸던 집안을 보는 심정이란!).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주변의 것들을 돌보는 동안 나는 자주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내가 살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나를 '살리고' 있다고 생각되는 때가 많았다.

나날의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은 끝도 없이 계속될 것이고, 거기에는 도달할 수 있는 완벽성이 없다. 목적성이 있지만 그것은 명확하지 않고 기능을 하고 있지만 정의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을 적고 싶어한다. 이것들을 의미있게 하기 위해, 그냥 흘러가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것들을 '살리기' 위해.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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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넝이

4월 27일 토요일

자취방을 부직포로 닦고 걸레로 훔쳐 냈다. 때가 잘 타는 간이 플라스틱 옷서랍을 한 칸씩 떼어서 걸레로 닦았다. 가습기를 헹궈냈다. 너저분한 조리대와 식탁으로 쓰는 상을 행주로 닦고 행주를 빨았다. 싱크대를 “트리오”로 닦았다. 저녁에는 ㅈ언니를 불러서 미역국에 찹쌀 경단을 넣어 만든 수제비를 먹었다. 경단은 나보다 언니가 훨씬 더 솜씨 있게 빨리 빚었다. 남은 경단을 비닐에 싸서 냉장고 얼음칸에 넣어 두었다.

4월 28일 일요일

어제 만들어둔 찹쌀 경단으로 다시 미역국 수제비를 해 먹었다. 느릿느릿 한 40분 걸어서 성당에 갔다 오는 길에 대형 할인점에 들러 앨범과 형광등을 사고 맡겨둔 사진을 찾았다. 나는 접착식 앨범을 선호한다. 사진크기에 구애 받지 않고 보관할 수 있고 사진을 내 마음대로 배치해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 들러서 ㅅ형에게 생일 선물로 주려고 했던 비타민을 사려고 했는데 약국이 모두 휴일 휴업이라고 써 붙여놓았다. 형광등을 갈고 꼼지락거리며 한 시간이나 운동화를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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