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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번 글의 답장글: RE: 무넝이씨 얘기
글쓴이: 하루 글쓴날: 2002년 06월 05일 01시 18분 읽은수: 6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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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나는 벌써부터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화도 안 내고 있으니, 아파하지도 않고 있으니. 세상에서 일하고 돈 벌어 살아가는 동안 나는 사막의 바위처럼 조금씩 풍화되겠지. 한 때는 내 삶을 참나무 묘목을 곧게 키우듯이 그렇게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빈 방에 돌아와 앉아 내게서 무언가 부스러져 내리는 이 시간이 삶의 필연인지 아니면 내 의지박약의 소치인지 혼란스럽다. 한 때는 내 곁에는 쓰레기를 두지 않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게서 무언가가 소리없이 야금야금 이렇게 부스러져 내리는 데 어쩌랴. 자정이 넘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나는 반듯하게 살 일을 꿈꾸는 대신 이 세상을 사는 동안 내 안에서 자꾸만 부스러져 내리는 이 무엇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화도 안나고 아프지도 않은 내가 더 아플때.. ", "사막의 바위처럼 조금씩 풍화"되어 가는 나를 바라볼때..."내게서 무언가 소리없이 야금야금 부서져 내릴때"....이 느낌 너무 공감이 갑니다. 나는 그래서 조금 무서워집니다. 그래서 너무 많이 살지 말고 조금 일찍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곧 '이런 바보같으니라구'하며 한대 쥐어박기는 하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 한 켠이 쓰라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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