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에 가족들이 여행을 갔었다. 속초의 콘도에 갔었는데, 저녁마다! 지하에 있는 대중탕에서 목욕을 해댔다.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언니랑 대중탕에 가면, 부끄럼 많은 우리 아버지, 욕조에 물을 받아 혼자 목욕을 하셨다.
저녁에 들어오신 엄마는 아빠의 목욕물을 보면서, '저승에서 저 물 다 마시라고 하면 어쩔려고 해요?'하셨다.
엄마는 어릴 적의 내게도 그런 말씀 하셨었다.
어릴 적에 우리 집은 마당에 펌프-뭐라고 부르지?-로 끌어올리는 샘가가 있었고, 그 물 떠다 부엌에서 썼다. 알려나, 왜 빨강머리 앤 만화에서 똑같은 게 나오는데. 어깨를 곧추세우고 끌어올렸다가 힘주어 내리면, 물이 올라오는 건데...
엄마는 대야 가득 물을 받아, 세수를 하고 있으면, 물을 아끼라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 속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착하면 천당에 가고 나쁘면 지옥에 가는 그런 구조가 아니라, 착하다, 나쁘다의 심판이 있기 전에 살아서 했던 것들을 갚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이 씻는데 쓴 물을 먹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심지어 자주 씻지도 않으면서 물을 아끼는 건 잠재적으로 죽은 뒤에 먹을 물을 줄여보자는 심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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