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번 글의 답장글: RE: 행복하다... |
| 글쓴이: 슈퍼마쵸 |
글쓴날: 2001년 03월 03일 13시 15분 |
읽은수: 1748 |
만두국 한 그릇을 후딱 비운 지금...
아무 생각도 없다...
고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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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 보드에 글쓸 자격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대강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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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안 패키지라는 이번 호의 주제는 사실 제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지난 호의 꿈이라는 주제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습니다.(사실 이 홈페이지가 여성을 위한 홈페이지라 저 같은 남성이 어찌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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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안 패키지라는 것이 먹고 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꿈을 꾸고 살며 평범한 여성들이라 해도 그 꿈에서 남성들의 광포한 폭력의 꿈을 꿔 본 적이 있을겁니다. 그런 꿈들의 모습은 일상의 반영이고 꿈들에 나타나는 직접적인 폭력에 대한 거부감과 분노는 어찌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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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코리안 패키지라는 것의 거부는 사실 마음속을 똑바로 들여다보면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 각자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하여 생각은 소박하게 살려고 하는데 실제로 내 코앞에 닥치면 정신없게 만들어 버리는 면이 있지요. 게다가 복잡하게 얽히고 사는 것이 인간사라서 복잡한 구조를 통해 우리는 패키지를 강요받기도 합니다.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경쟁이라는 것에 길들여져 있고 남보다 잘 살지 못했을 때 받아야 하는 멸시라는 것도 은연중에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부딪히는 코리안 패키지라는 것은 글들에 나와 있듯이 아마도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신보다 사회적 위치가 약간 낳은 남편과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자기 집과 차를 가지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일에서 성공하는 것도 요구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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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떤 개인이 위와 같이 사는 것이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이 개인의 선택의 문제인 만큼 나쁘다 좋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겁니다. 전 나름대로 성공하기를 원하는 주위의 사람들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문제는 과연 코리안 패키지를 따라 사는 것이 정말로 행복한 것인가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통 사람의 경우에 코리안 패키지를 정말 잘 따라서 성공할 확률이 적다고 그러므로 코리안 패키지란 허구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아래 신음하고 있으며 난도질 당하는지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주부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유들이 박탈당하고 있는지도 이야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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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결국 대답이 되어야하는 것은 코리안 패키지를 거부한 삶들이 왜 행복한 것이며 그것이 세상을 넓고 풍요롭게 이해할 수 있음을, 그리고 딸됨의 정치학이 얼마나 많은 자유와 인식과 해방이라는 것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인가가 이야기되어져야 한다고 그리고 각 개인의 삶으로써 구체적으로 보여져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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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에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눈앞에 광포한 적이 있었습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전 저번주에 빵에서 나왔습니다." 라는 한마디면 운동권이던 아니던 존경과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로는 정말 존경해야 하는 이유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십 몇년이 지난 지금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운동이건간에 왜 자신이 행복한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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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좋건 싫건 그 패키지 안에 살거나 혹은 밀접한 연결이 되어 살고 있다는 것이고 그 패키지를 거부했을 때 받아야 할 하나 하나의 고통들 또한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패키지들을 거부하고도 끄덕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이상하거나 예민하지 못한 사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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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비록 소수라고 해도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패키지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지들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진지함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저로서는 감히 말하자면 아쉬운 것은 조금 더 자신감있는 목소리입니다. "나 얼마나 더 가난해져야 하는가?" 가 아니라 "난 가난하게 살련다" 였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백수생활의 궁핍함과 풍요로움" 이 아니라 "패키지에서 한발 벗어난 여성이 보는 넓은 세계와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어쩌면 계도적인 것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약간 낮추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자신감있는 목소리가 더욱 듣기 좋지 않을까요?(물론 그냥 이건 투덜거리는 소리일 뿐입니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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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너무 어깨에 힘을 주고 글을 썼군요...
: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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