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 번 글: [성폭력] 여군들 성폭력 근절위해 뭉쳤다 |
| 글쓴이: 차차 |
글쓴날: 2001년 02월 20일 19시 45분 |
읽은수: 23637 |
[성폭력] 여군들 성폭력 근절위해 뭉쳤다
＂군대 변하면 사회도 변해＂
군대내 성희롱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중위 사건의 해결과 오랫동안 묻혀있던 군대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여군들이 뭉쳤다.
지난 8일 문을 연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www.sisters.or.kr)의 `군대내 성폭력을 말한다' 게시판에는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여군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한겨레> 2월12일치)
이중위의 어머니 송아무개씨가 상담소 게시판에 딸이 겪은 상황을 글로 올린 이래 지금까지 600여편의 글이 올랐고 방문객은 1만명을 넘었다.
송씨는 그의 글에서 “술을 따르는 순간 주변이 소란스런 가운데 사단장의 손이 제 딸네미의 허벅지와 엉덩이에 와 닿았고 공관에 와서 차한잔 하라고 지시했다… 사단장은 갑자기 앉아있는 제 딸의 앞에 서서 얼굴을 두손으로 움켜 안더니 입을 맞추는데 제 딸은 그 순간을 이야기할 때면 지금도 몸서릴 칩니다… 피하는 제 딸을 잡고 무릎에 강제로 앉히고 얼굴을 가리는데도 입맞춤을 하며 9~10차례나 괴롭혔습니다… `엄마, 사단장이 얼마나 높은 줄 알아?'하는 딸의 말에 잘못 하다가는 딸이 쥐도새도 모르게 안전사고로 위장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떨었고 어느날 집에 전화한 딸이 통곡하며 `사단장이 나를 자꾸 불러 안어'하는 말을 듣고 제가 까무러치기도 했습니다…”고 경과를 쓰고 있다.
이중위 가족의 이런 고발은 다른 여군들의 성희롱 사례 폭로 및 `현역·예비역 여군들의 입장'이라는 글로 이어졌다.
이 글에서 여군들은 “저희 현역·예비역 여군들은 육군 모 사단장의 부하 여군장교 성희롱 사건과 관련 여성단체와 연대하여 피해자 이 중위의 명예회복과 가해 사단장의 전역 및 강력한 군내 성희롱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배 여군들의 부탁으로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대책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역 대위 ㄷ씨는 “진상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선후배 예비역 등 동조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군대안 성추행에 대해 민간전문가도 참여한 철저한 실태조사와 실질적인 대책을 국방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군과 여군 사이의 전우애를 파괴하는 싸움을 붙이자는 게 절대 아니다. 일부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 더 좋은 군대를 만들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군내부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그는 “60만 군인 중 여군은 2000여명이다. 극소수의 여군은 계급이 높은 일부 장교들에게 피해를 당하기 일쑤”라고 말한다. 그 자신도 군 생활 동안 많은 성희롱에 시달렸고 존경하던 장군이 껴안고 볼을 부빈 뒤 셔츠에 10만원을 꽂았을 때는 너무 황당했다고 한다. 또 “직접 본 사례도 많다. 이 중위 사건에 대해 군이 이렇게 빨리 대처한 이유는 질질 끌면 겉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군 손을 잡거나 술자리에서 블루스 춘 것에서 자유로운 고위급 장교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게시판에 올라온 여군들의 사례중 30건은 여군들의 모임에서 확인해서 받은 사례라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여자가 자기가 당한 성추행을 부풀리겠나. 수치스러워 하면서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한 진실”이라고 했다.
여군들이 나서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군대가 철저히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폐쇄적 조직이라는 점이다. 조직에 피해를 주는 일은 금기, 당연히 여군들의 이번 움직임도 조심스럽다. 그는 “인터넷도 허락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고, IP추적을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현역들이 많다. 만약에 적발되면 영창감이다. 진상을 알리는 일부터 어렵다”고 털어 놓는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 점이 신속한 문제해결을 도울 수도 있다. “계급조직인 군에서 장관이나 총장님 명령 한 마디면 정말 빨리 성추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그렇게 군대가 변하면 사회도 변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똑똑하고 유능한 후배가 임관한지 1달도 안돼 그런 일을 당해 입은 그 마음의 상처와 억울함을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겠냐”며 안타까워 하던 그는 “국방부에서 마련한 성희롱 교육이 언론 무마용으로 끝나지 않도록 내실있게 진행되야 하고, 이 중위를 도왔던 군단장, 군단부관 등 남녀 선후배들이 더이상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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