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 번 글: 강릉 정신지체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 일단락 |
| 글쓴이: 신딸기 |
글쓴날: 2000년 10월 09일 17시 03분 |
읽은수: 15073 |
여성신문
[강릉 정신지체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 일단락]
주범 홍 할아버지에 실형 2년, 김승호·임은순에 각각 징역 1년6개
지난 1월 여성신문이 처음으로 집중보도한 이래 우리 사회에 장애인 성폭력 문제를 크게 부각시킨 강릉의 정신지체여성 성폭행 사건이 일단락됐다.
지난 10월 5일 오전 10시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주범인 홍명준(76)에게 3년 구형에 실형 2년이 선고돼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 마을어른으로 미숙아인 피해자 김아무개를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항거불능을 이용해 성폭행했고, 여기에 대해 일말의 뉘우침도 보이지 않는 점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높은 형량을 선고하게 했다. 특히, 재판기간 중 행해진 서울대 학병원의 김양에 대한 진단 결과 정신지체 2급 판정에 아이큐 45 미만으로 5,6세의 정신연령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이번 결심공판에 크게 작용했다.
이밖에 같이 고소된 김승호·임은순에겐 가해사실 인정과 뉘우침을 감안, 각 징역 1년 6개월, 3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김양 사건이 정식 고소된 2월 초엔 이들 세 사람 외에도 같은 마을 남자 2명이 함께 고소됐으나, 이들 중 1명은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또 1명은 성폭력특별법 시행 이전의 범죄였다는 이유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20세의 피해자 김아무개는 마을 남성들에게 7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왔고, 특히 주범격인 홍씨에 의헤 임신, 올 1월 딸을 출산하기까지 했다. 김양의 성폭행 사실은 근처 동해시로 지난 여름 시집을 갔던 김양이 10월 갑작스런 임신으로 다시 고향집으로 쫓겨오면서 마을 여성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후 마을 여성들은 마을 여론을 일으키며 김양의 가해자들의 처벌을 강력히 주장해왔고, 이로 인해 마을은 이분되면서 가해자들의 위협과 경찰의 미진한 수사로 멍들어갔다. 이후 여성신문에 의해 사건을 접수한 강릉여성의전화가 구심점이 돼 지역과 중앙의 시민단체 25개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이 과정 중에 마을주민 150여 명은 공대위와 함께 공동고소장을 작성하며 성폭력 근절 의지를 표명, 3월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인권 디딤돌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강릉여성의전화 최은경 간사는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마을 주민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피해자가 자립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고, 또 이에 더욱 더 힘쓰겠다”는 반응이다.
여성신문사는 김양 사건을 집중 보도한 것을 계기로 김양을 위해 세 번째 여성인권보호지원사업
을 9개월 간 전개해왔다.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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