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 번 글: 다이어트에 관한 진실 알려주는 북미의 안티다이어트 캠페인 |
| 글쓴이: 신딸기 |
글쓴날: 2000년 10월 09일 12시 34분 |
읽은수: 15698 |
여성신문
다이어트에 관한 진실 알려주는 북미의 안티다이어트 캠페인
인간조건 무시하며 ‘이길 수 없는 싸움’ 왜 하나
◀NEDIC에서 제작한 포스터의 하나 ‘기아의 희생자, 패션의 희생자’(Famine Victim and Fashion Victim).
여성의 삶은 외모에 따라 달라지고 매체 속의 이미지처럼 날씬하면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상황에서, 현실 속의 여성이 긍정적인 바디이미지를 갖고 유지하는 것은 대부분에게 힘겨운 싸움이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몸에 대한 관심의 증가만큼이나 이에 대한 대안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중의 하나가 안티 다이어트 캠페인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교육과 정보 제공을 통하여 다이어트가 안고 있는 의학적인 위험과 심리적인 폐해를 알려왔으며, 여성의 노력과 시간과 돈을 살빼기보다 유용한 목표에 사용할 것을 촉구해왔다.
캐나다의 경우 이 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식사장애 정보센터(National Eating Disorder Information Centre, NEDIC)이다. 대학, 보건복지부, 민간단체 등의 지원으로 1986년 2월 설립된 이 센터는 거식증이나 폭식증 등 임상적 식사장애를 겪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 전문가에 대한 지원과 연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일반 대중과 의료전문가들 양자를 대상으로 문제의식과 정확한 정보의 확산을 위해 힘써왔다. 또 이 센터는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에서의 모임을 통하여 만성적 다이어트 습관을 버리고, 히포크라테스 이래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인 음식의 중요성을 교육해왔다. 특히 부모 자신이 다이어트로 헤매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이 캠페인은 포스터와 엽서, 배지 등을 통한 이미지 싸움도 시도하고 있다. 개인이 갖는 바디이미지는 주관적이며 유동적이기 때문에, 만약 방송, 잡지, 광고 등이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의 이미지를 담는다면, 자신의 몸이 잘못되었고 교정되어야 한다고 믿는 여성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날씬한’ 몸에 대한 압력의 출처는 여럿이다. 다이어트와 바디이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의료 산업, 평균체중보다 25% 덜 나가는 모델과 배우의 이미지로 도배하는 미디어 산업, 그리고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다이어트 산업 등이 그것이다. ‘몸 전쟁’에서 이들에 대한 공격과 저항은 필수적이다. 굶겨야 할 것은 죽는 날까지 당신 자신일 소중한 몸이 아니라 ‘여성미’는 가는(thin) 데에 있다는 메시지를 유포하는 다이어트 관련 산업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활동가의 말처럼, 여성이 날씬하기 때문에 보상을 받고 성공을 누리는 문화에 사는 한, 다이어트 산업은 계속 번성할 것이며 여성은 자기 몸과의 속절없는 전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십대 때 소위 ‘여성미’에 대한 사회화를 극렬하게 체험하기 시작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점차 그 연령이 낮아져 각종 시각이미지를 통해 강요되는 여성미와 자신의 몸 사이의 괴리를 취학연령 전후에 인지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 결과, 여성들은 획일화된 여성미에 좀더 근접하려는 목적으로 운동, 다이어트, 약물복용, 단식 등을 하면서 살빼기를 시도한다. 북미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15∼30%만이 과체중으로 분류될 수 있는 데 반하여, 여성의 80%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은 항상 2명 중 1명 꼴로 ‘다이어트 중’이고, 심지어 초등학생의 적지 않은 비율이 모종의 다이어트를 한다고 답변한다. 또 운동을 하는 여성 중 많은 이들이 더 튼튼해지려는 목적이 아니라 더 가늘고 가벼워지기 위해서 특별하게 고안된 운동에 집중한다.
문제는 비만으로 인한 위험은 크게 과장되어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살빼기가 낳을 수 있는 위험은 은폐되거나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어트의 부작용은 일차적으로 여성에게 매일 필요한 영양분의 공급을 박탈함으로써 (반)기아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여성의 성장은 둔화되고 두뇌활동은 저하되며, 생리기능 장애와 골밀도 손실이 수반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영양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하게 된 몸은 생존하기 위해 상황에 적응하게 되어, 적은 양분과 열량으로도 생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몸상태가 된다.
또 요요 현상이라고 불리는 체중의 부침에 따라 심리적인 불안정과 자기혐오의 악순환을 겪게 되고 점점 더 음식과 체중에 집착하게 된다. 다이어트와 체중에 대한 집착은, 심장계 질환이나 자살로 인한 높은 사망률에 이르는 거식증의 극단이 아니더라도, 아직도 “조용히 여성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시몬느 드 보봐르가 몸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것이라고 했듯이, 자신의 몸이‘부적절’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자아에 대해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육체는 나이가 들수록 젊고 날씬함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도록 운명지어 있으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NEDIC에서 작성한
‘노 다이어트의 날’(매년 5월 6일)을 즐기는 10가지 방법
1. 스스로 금기시해온 음식 한 가지를 먹을 것
2. 오늘은 최소한 세 끼의 식사와 두 번의 간식을 먹을 것
3. 날씬해지면 입으려고 보관해온 옷을 남에게 줘버릴 것
4. 자기의 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 것
5. 남에게 덕담을 할 때 체중과 관련없는 특성을 칭찬할 것
6. 친구에게 쿠키엽서를 보낼 것
7. 밝은 색 옷을 입어 눈에 띌 것
8. 어린 아이들이 아무 죄책감없이 음식을 즐기는 것을 주목해 볼 것
9. 살빠지면 하려고 미루어놓았던 일을 할 것
10. 자신의 몸에 대한 베스트 10을 뽑아볼 것
http://www.nedic.on.ca/gs-poster-fashion_victim.html
오조영란/ 캐나다 통신원 youngran@chass.utoronto.ca 토론토대 과학사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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